‘이름 없음’과 ‘이름 붙일 수 없음’
사뮈엘 베케트, “해봤다. 실패했다. 괜찮다. 또 시도해라. 또 실패해라. 더 낫게 실패해라”
‘이름 없음’과 ‘이름 붙일 수 없음’
-베케트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읽다
‘북클럽 오리진’에서 받은 편지를 읽다가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 나오는 글을 읽었다. 글을 읽는 순간 ‘나아가야, 나아갈 수, 나아갈’이라는 세 마디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과거·현재·미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다.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You must go on.
I can’t go on.
I’ll go on.
베케트의 작품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는 소설 3부작 『몰로이(Molloy)』, 『말론 죽다(Malone Dies)』, 『이름 붙일 수 없는 자(The Unnamable)』 중 하나며 마지막에 쓴 작품이다. 1952년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출간한 후 1953년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를 출간했다.
3부작의 첫 소설 『몰로이』에서는 1부에서 몰로이가 등장하고 2부에서 모랑이 등장한다. 두 번째 소설 『말론 죽다』에서 말론이 나온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이름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서는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
세 소설은 다른 것 같으면서 닮은 면이 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똑같이 쓰거나 이름이 없어지는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시선으로 보면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라는 제목은 3부작의 결론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는 또 작가가 스스로 번역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베케트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20세부터 프랑스를 오가며 영어와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다. 프랑스어로 쓰면 영어로 바꾸고, 영어로 쓴 것은 프랑스어로 바꿨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 또한 프랑스어로 쓴 후 영어로 직접 옮겼다.
그런데 베케트는 원작과 번역작을 ‘똑같이’ 쓰지 않았다. 스스로 번역하면서 작가 스스로 영어와 프랑스어, 프랑스어와 영어를 일치하지 않도록 썼다. 같은 작품인데 제목을 다르게 쓰거나 문장 일부를 빼거나 의미를 다르게 썼다. 작가 스스로 ‘다르게 쓰기’를 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쓰기’라고 말해야 좋을 것 같다.
아울러 ‘더 낫게 실패하라’는 베케트의 말을 다시 베케트에게 해줘도 좋을 것 같다.
“해봤다. 실패했다. 괜찮다. 또 시도해라. 또 실패해라. 더 낫게 실패해라.”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베케트, 『Worstward Ho』(1983) 중에서
함께 읽기
『Worstward Ho』(1983)
“All of old. Nothing else ever. 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Enough. Sudden enough. Sudden all far. No move and sudden all far. All least. Three pins. One pinhole. In dimmost dim. Vasts apart. At bounds of boundless void. Whence no farther. Best worse no farther. Nohow less. Nohow worse. Nohow naught. Nohow on.”
※ 『Worstward Ho』 is a prose piece by Samuel Beckett. Its title is a parody of Charles Kingsley’s 『Westward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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