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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씨앗’ 뿌리고 싶었다”

"이태원은 강남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곳인 것 같다. 이태원은 또 술집이나 카페 등이 많은데, 예술 쪽, 갤러리 등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문화 쪽, 갤러리를 통해 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싶었다"

아트샵과 갤러리는 다른 곳이고 달라야 한다. 그러기에 작가와 작품은 더욱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무료이기 때문에 창의적인(Creative) 작가를 선정하기 위해 고민과 신중을 기한다. 이렇게 해서 골라야 작가도 좋은 경력을 만들 수 있다. 왜냐면 카르스가 쉬운 갤러리가 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카라스가 갖고 있는 이런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해 전시한 게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은 유명한 작가도 전시를 많이 했다. 사진=카라스갤러리
배카라 관장은 “예술은 어울리는 곳과 필요한 곳이 있다”며 “이태원은 예술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은 쾌락을 찾아 몰려든 이방인들의 도시고, 그런 이방인들의 내면엔 분명 지친 일상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태원에 갤러리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롭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모인 이태원이야말로 예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카라스갤러리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梨泰院). 이태원은 외국인이 많이 이국적(異國的)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음식, 카페 등 여러 장소와 풍경에서 다른 나라 분위기를 만나기 좋은 곳이다. 이태원은 먹고 마시고 쉬기 좋은 공간이다. 그리고 마음을 내려놓고 쉬기 좋은 곳도 있다. 2015년 개관한 카라스갤러리(KARA’S GALLERY)다.

카라스갤러리(관장 배카라)는 ‘갤러리’라는 이유 때문에 이태원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카라스갤러리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고, 작가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좋아한다. 이태원에 있는 몇 안 되는 문화 공간이다.

작가를 찾아 전시를 할 수 있게 돕고 작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갤러리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한가롭게 작품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전시한 작가와 작품을 간단히 살펴보면, 강덕봉, 장태묵, 나얼, 라오미, 변경수, 한규화, 송진, 김원근, 김석영, 서동억, 이동욱, 지젤박, 김푸름. 노준, 최나리, 김병진, 최승윤, 원서용, 한송준, 옷칠화, 황혜정(전속작가), 이태량, 금영보, 최영욱, 이이남 등이 있다.

이 같은 특징은 카라스갤러리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또한 배카라 관장이 갖고 있는 철학이자 지향점이다. 배 관장이 강조하는 갤러리 운영 철학은 관람 비용을 없애고 자유롭게 갤러리를 찾아오게 하는 곳, 작품이 좋은 작가가 부담 갖지 않고 전시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이는 관람이든 전시든 똑같다.

배카라 관장은 “예술은 어울리는 곳과 필요한 곳이 있다”며 “이태원은 예술이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태원은 쾌락을 찾아 몰려든 이방인들의 도시고, 그런 이방인들의 내면엔 분명 지친 일상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태원에 갤러리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롭고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모인 이태원이야말로 예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배 관장은 “카라스갤러리가 앞으로 신인 작가가 자신을 알리는 교두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한 “실력이 있어도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찾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예술계 신인 작가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태원에서 신인 작가의 뜨거운 열정이 카라스갤러리 성장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8년 새해 첫 달 16일 오후 4시, 이태원동(梨泰院洞)에서 ‘돈과 부담이 없는’, ‘자유와 여유가 있는’ 카라스갤러리(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길 34, 02-6349-0810)를 운영하고 있는 배카라 관장을 만났다.


▲2017년 9월 8일 처음 뵙고 오늘 두 번째 뵙는다. 연말인 12월 7일에 대한민국한류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축하드린다.

고맙다.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2017 제7회 대한민국한류대상 시상식에서 순수문학·미술 부문으로 상을 받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회의원 유성엽)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류문화산업포럼(회장 안대벽)이 주관한 행사다. 그동안 갤러리를 운영하고 미술 분야에서 활동한 것을 인정해준 것 같다.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갤러리 전시 커리큘럼은 한 달에 한 번씩, 30일 동안 전시를 한다. 일 년에 열두 작가와 열두 번 전시를 하는데, 개인전이 기본이지만 그룹전을 하면 조금 더 많은 전시를 하게 된다. 전시를 짤 때는 신인 작가나 신인이면서 전시를 많이 하지 않은 작가 여섯 명, 그리고 나머지 여섯 번은 중견작가 이상을 선택한다.

전시는 모두 무료 대관이고 비용도 모두 갤러리에서 부담한다. 이게 카라스갤러리의 기본 생각(Concept)이다. 작가는 부담을 갖지 않고 작품을 한 달 동안 전시해서 최대한 많이 알리도록 한다. 특히 신인 작가인 경우 전속 개념으로 해서 큰 곳에서 판매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무료 대관을 하는 것은 다양한 작품이, 예술이 생활 속 공간에 들어올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료로 대관을 하는 것은 기획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있고, 뿐만 아니라 신인을 찾아 내세울 수 있다. 갤러리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곳이고, 예술이 생활 속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에 어떤 공간이든 좋다. 현재는 이태원, 남양주, 청담동 등 세 곳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신인 작가를 많이 배려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에 전시한 작가 중에는 어떤 작가가 있나?

신인을 발굴해 전속 자격으로 함께 성숙하자, 우리 갤러리도 신생이니까 서로 돕자는 것이다. 2017년 9월 콘래드홍콩(Conrad Hong Kong)에서 개최한 아시아컨템포러리아트쇼(Asia Contemporary Art Show Hong Kong 2017)에는 신인으로 발굴한 황혜정, 지젤박, 한규화 작가가 참여하도록 했다. 기회가 있을 때 국제 전시회에 나가 작품을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황혜정 작가의 경우 2017년 홍콩 전시회에 작품을 ‘완판’(모두 판매)했다. 2016년 Scope Art Fair New York 2016에서는 김석영 작가의 150호 작품 ‘피닉스’를 판매했다.

완판을 하면 ‘완판 갤러리스트’라는 이름이 붙는데,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 그런 만큼 신인을 발굴해 연간 전시 기획에 여섯 번을 넣고 무료 전시를 해주고 있다. 어려움도 많지만 주위에 계신 분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 잘 견디고 있다.

“회화 외에 다양한 장르 전시가 특징이자 장점”

▲관람과 전시를 무료로 하는 것 외에 카라스갤러리가 다른 곳과 다른 점이나 특징은 무엇인가?

다른 갤러리는 대부분 평면 작품인 회화가 많다. 하지만 카라스는 평면은 물론 설치, 조각, 미디어, 패션, 사진, 퍼포밍(Performing)도 고른다. 이런 작품을, 감히 카라스에서 했다. 여섯 번 진행하는 기획에 넣어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른 곳은 평면 위주의 회화를 많이 한다. 조각과 같이 설치 작품은 공간도 커야 하고, 회화에 비하면 잘 팔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라스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시를 진행했다. 도리어 작가와 작품을 찾고 선택해서 전시를 진행한다. 이게 카라스의 색깔이 됐다. 다른 갤러리에서 볼 수 없던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를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회화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 작품을 이태원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2018)에는 이를 더욱 더 확장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확장 개념은 물리적인 공간을 확장하는 것도 포함하나?

공간 확장도 있다. 지난해 말, 2017년 10월에 경기도 남양주에 ‘더나눔&카라스갤러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카라스와 더나눔이라는 봉사 단체와 함께 무료로, 재능 기부로 전시를 한다. 작가에게 무료 대관 기회를 준다. 또 남양주에 갤러리라는 허브가 생기는 역할도 있다. 남양주에는 갤러리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은 일 아닌가. 그리고 이곳 갤러리에서는 두 달씩 전시를 한다. 그리고 서울 강남 청담동에 ‘코코라운지바’라는 곳에서도 무료로 전시를 하고 있다.

▲무료 전시는 작가와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여러 면에서 좋은 점이 많을 것 같다.

무료 대관을 하는 것은 다양한 작품이, 예술이 생활 속 공간에 들어올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료로 대관을 하는 것은 기획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있고, 뿐만 아니라 신인을 찾아 내세울 수 있다. 갤러리는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곳이고, 예술이 생활 속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에 어떤 공간이든 좋다. 현재는 이태원, 남양주, 청담동 등 세 곳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부족할 때는 하나님이 채워주신다”

▲기획전을 무료로 하면 감수해야 할 것도 많을 텐데, 어떻게 해결하나?

힘들다. 적자도 많다. 엄청나게 많이 버는 경우는 없다. 현상만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부족할 때는 하나님이 채워주신다. 갤러리 운영 방식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또 신인이 많아 거액을 받고 판매하는 경우도 적다. 십만, 백만 단위에서 판매하는 작품도 많다. 이런 갤러리는 드물다. 물론 명분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명 작가와 작품도 전시한다. 일 년에 여섯 번은 중견작가나 그 이상을 초대해 전시하는 이유기도 하다.

연예인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주인공과 신인이 함께 연기해서 두 사람이 같이 크는 경우와 비슷하다. 카라스는 이런 마케팅 구조와 방법을 갖고 있는데, 사실 이것도 쉽지는 않다. 돈이 많지 않지만 마음은 부자다. 작가와 소통하고 동행하는 게 좋다. 특히 작품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또 그림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보람도 있다. 더나눔이나 코코에서 전시하겠다는 연락이 오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언제든지 카라스를 찾는 곳이 있으면 전시할 의향이 있다. 이런 것은 물리적인 공간과 별개로 또 하나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외에 다른 것과 연결을 많이 하는 형태를 적극 지향하는 이유다.

예술 작품을 상품화하는 개념으로 콜라보 전시도 한다. 예술 영역을 확장하는 전시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 자주 하지는 못한다. 협력할 수 있거나 후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작가와 작품을 보다 더 큰 무대에 올려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과 인연을 맺고 갤러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고3 때, 1994년에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뉴욕에 있는 FIT(주립패션공과대학교)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고 서양화를 했다. 우연히 기회가 생겨 백남준(1932.07.20~2006.01.29) 선생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assist)으로 몇 년 동안 근무했다. 그러면서 LA에 가서 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s) 관장 겸 기획자로 근무했다. 지금은 가족 모두 다시 귀국했다. 국적은 아직 미국이다. 그래서 지금도 뉴욕에 가서 종종 일을 한다.

FIT,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뉴욕주립패션공과대학교는 미국 뉴욕 시에 있는 공립 예술 대학교이다. 1944년 설립된 후 패션, 미술, 디자인, 컴퓨터, 애니메이션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요하는 전문가들을 교육해왔다. 뉴욕 주립대학교 중의 하나이며, 파슨스 디자인 대학교와 함께 뉴욕의 양대 패션 대학교로 명성을 쌓아오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대학교이다. 뉴욕주립대학교 계열학교로 비교적 학비가 저렴하며 현장 위주의 교육을 실시해 9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한다.-위키백과

▲미국에서 공부한 후 백남준스튜디오, 한국문화원 근무 등 미국에서 지낼 수 있었는데, 다시 귀국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림산업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2006년, 2007년 즈음이다. 디자이너 겸 예술감독(Art Director)으로 1년 정도 근무하다 개인 갤러리를 하고 싶었다. 하고 싶은 전시를 하고 싶어서 겁도 없이 차렸다.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 디자인 일을 했었다. 패션, 미술, 디자인을 모두 배워서 여러 가지를 가리지 않고 했었다. 이 일을 하면서 한국에 계속 머물게 됐다.

대림에서 나온 후에는 프리랜서 겸 감독으로 일을 했다. 오페라갤러리, 줄리아나갤러리, 경기도미술관 등에서 일했다. 주로 외국 작가와 작품을 담당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한국 작가와 작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티크, 살롱 섞은 갤러리 만들고 싶었다”

▲이태원에서 갤러리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오래 있다가 왔는데, 터전(Base)이 뉴욕이라서 이태원에 오면 소통도 잘 할 수 있고, 또 이태원이라는 특징을 생각할 때 여러 면에서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주요 고객 중 10%는 외국인이다. 이태원은 강남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곳인 것 같다. 이태원은 또 술집이나 카페 등이 많은데, 예술 쪽, 갤러리 등은 많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문화 쪽, 갤러리를 통해 문화의 씨앗을 뿌리고 싶었다.

문을 열 때를 생각하면 이태원에는 삼성미술관 리움(LEEUM) 말고는 갤러리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는 겁이 없었다, 그래서 이 골목까지 들어왔다. ‘부티크’(Boutique,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중시하는 전문점)와 ‘살롱’(Salon, 상류층이 사교를 위해 궁정이나 저택에 모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섞은 개념, 작지만 살롱 개념의 갤러리를 만들고 싶었다. 밖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아무나 문 열고 자유롭게 들어오는 열린 곳, 부담 갖지 않는 곳으로 갤러리를 만든 이유다.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삼성미술관 리움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이태원로55길 60-16에 있는 사립미술관이며, 2004년 10월 19일 개관했다. 리움이라는 미술관 이름은 설립자의 성인 ‘Lee’와 미술관을 뜻하는 영어의 어미 ‘-um’을 합성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리움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 등 세 사람이 참여해 설계했다.자료=위키백과

▲미술 분야 활동도 하고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힘이 든 것도 있겠지만 보람도 있고 기억에 남는 것도 많았을 것 같다.

특별한 해프닝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전시할 때마다 한국 작가와 소통하는 것, 전시를 기획한 후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이 늘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전시하려면, 유명한 작가가 되려면, 또 전시를 많이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정말 많다. 갤러리도 많다. 하지만, 전시를 하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그러니까 경력을 만들 수 있는, 작가로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굉장히 부족하다.

경험을 쌓는 것은 대관을 해서 이뤄지는데, 1주일 대관하는 데 작게는 200만 원부터 천만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부담도 크다. 그러다보니 가난한 작가는 전시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카라스는 무료로 대관을 해준다고 하니 작가가 감동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니까 저절로 소통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또 가족처럼 생각하게 되고 한 작품만 팔아도 같이 기뻐하고 고마워한다.

전시를 한 작가는 다시 전시를 하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를 소개해서 전시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작가 세계에서 입소문이 나고, 이게 또 다른 확장을 낳는다. 이럴 때마다 힘이 나고 보람을 느낀다. 갤러리를 한 게 잘했다는 생각, 앞으로 계속 더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특히 고마운 것은, 입소문이 나면서, 주로 큰 곳에서 전시하는 유명한 작가가 취지를 이해하고 카라스에 와서 전시를 해주는 행운도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정말 큰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족처럼 소통하는 인연과 관계를 만들다보니 ‘나중에 컸을 때 나를 잊거나 모르는 척 하면 안 돼’라는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분이 생겼다. 언니, 누나라고 부르는 작가도 있다. 이런 게 보람이고 감동이고 기억에 남는 것이다. 그래서 카라스는 가족과 같은 갤러리다. 서로 나누고 도와주는 갤러리다.

작지만 소통하는 것, 이게 바로 진짜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또 보는 사람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일부 관람객은 일반적인 갤러리 느낌으로 왔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예상과 다른 점 때문에) 허망하다는 말을 하는 분도 있다. 무섭거나 딱딱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절로 전해지고 느끼는 것이다. 비싼 그림만 하는 게 아니라서 친구 같은 갤러리고 가족 같은 갤러리다.

“친구 같은 갤러리, 가족 같은 갤러리”

▲무료 대관을 하기 때문에 작가와 작품은 고심해서 선택할 것 같은데, 어떤 기준이 있나?

작가와 작품을 선정할 때는 좀 까칠하다. ‘까칠한 갤러리’라고 말하는 이유는 갤러리고 갤러리스트이기 때문에 아무나 전시를 허용할 수는 없다. 선택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그만큼 부담은 크다. 하지만 보석 같은 작가를 고르지 못하고 아무나 전시할 수 있게 한다면, 갤러리보다는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샵(Art Shop)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트샵과 갤러리는 다른 곳이고 달라야 한다. 그러기에 작가와 작품은 더욱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무료이기 때문에 창의적인(Creative) 작가를 선정하기 위해 고민과 신중을 기한다. 이렇게 해서 골라야 작가도 좋은 경력을 만들 수 있다. 왜냐면 카르스가 쉬운 갤러리가 되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카라스가 갖고 있는 이런 기준으로 작가를 선정해 전시한 게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은 유명한 작가도 전시를 많이 했다.

▲유명한 작가, 어떤 분이 있나?

백남준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이남(설치 미디어) 작가를 비롯해 최영욱(‘달항아리’), 나얼(가수 겸 화가), 김병진, 노준 작가 등이, 작은 곳이지만, 카라스에서 전시를 해주셨다. 이런 분들이 전시를 해줬기 때문에 신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캐주얼한 갤러리, 자유로운 갤러리”

▲작가와 작품을 까다롭게 선정한 만큼 작품도 판매가 잘 됐나?

다행스럽게도, 일 년에 한 번은 완판을 하는 것 같다. 미친 듯이 일을 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갤러리에 나온다. 그래서 집도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초창기, 6개월 즈음에는 밤 12시까지 문을 열어놓을 때도 있었다. 물론 전시 작품이나 배경에 따라 시간을 조정한다. 대부분 갤러리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퇴근 후 작품을 보고 싶어도 보기 어렵다. 일요일이나 휴일, 월요일도 문을 닫는다. 그러면 그림을 볼 수가 없다. 그때는 의욕이 넘쳤고 시간 여유도 있었던 때라 밤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었다.

밤늦게 온다고 하면 보여줬다. 또 24시간 불을 켜놓는다. 앞이 유리로 돼 있어서 밖에서 작품을 볼 수 있다. 캐주얼한 갤러리다. 청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오더라도 작품을 볼 수 있게 한다. 자유로운 갤러리다. 예술과 생활이 함께 흡수돼 있는 갤러리다. 외국은 화장실에 그림이 있다. 우리는 소파와 TV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외국은 거실에 그림이 있다.

생활 속에서 그림이 친숙하게 있었으면 하는 것을 꿈꾼다. 비싸기 때문에 그림이 갤러리에 들어오지 못하거나 돈 있는 사람만 집안에 들여놓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갤러리를 하면서 이런 꿈이 일상이 되기를 바라고 또한 3~4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책임 의식을 느낀다. 열린 갤러리, 열린 마음으로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다양한 작품을 보며 공유와 소통을 하면 좋겠다.

▲갤러리 운영 관련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갤러리 운영도 흔히 제도권 방식이라는 게 있을 텐데, 카라스를 새로운 방식이라고 한다면, 운영 면에서 볼 때 어떤 문제점이 있나?

갤러리 운영, 이 문제는 밤이 새도록 할 이야기가 많다. 간단하고 쉽게 말하면, 큰 미술관, 예를 들면, 리움, 가나, 현대 등 많이 있다. 옥션에 나오는 유명 작가도 거의 같은 사람이 나온다. 제도권은 유명 작가, 대형 갤러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판매도 이와 비슷하다.

화가는 몇 천, 몇 만 명인데, 조명을 받을 기회가 없다. 그래서 붓을 꺾고 다른 일을 한다. 돈을 내고 전시를 해야 하고 포트폴리오를 내도 봐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큰 갤러리에 가려면 줄(Line)이 있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붓을 꺾고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기는 현상은 유명한 작가는 더 유명해지고 작품은 가격이 더 올라간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와 작품 또는 다양한 장르를 위한 배려는 매우 빈약하다. 유명 작가 또는 몇 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상은 그림을 보는 사람도 유명 작가만 알게 하고 다른 작가는 알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회화 중심주의도 문제다. (회화에 비해) 조각 등은 잘 알지 못하거나 조각 작품은 왜 사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문제는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권 중심의 마케팅 때문에 세뇌가 된다고 말할 정도다. 유명한 작품만 보고 있는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 TV 등 매체에 나오는 작가만 알고 그들만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다른 작가와 작품은 있는 줄 모른다.

그래서 일부 작가는 제도권이 싫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간다. 유학을 가거나 외국 갤러리와 일을 하려고 계약을 한다. 대표적인 작가가 백남준 선생이다. 한국 작가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외에서 유명해지니까 다시 스카우트를 하려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한국 작가를 뺏기는 사례다. 반면 중국은 중국 작가를 최대한 키운다. 우리 젊은 작가가 해외로 나가는 것과는 반대다.

“작가가 운영하는 갤러리 만들고 싶다”

▲앞으로 진행하려는 계획은 어떤 게 있나?

이태원에 작은 갤러리를 계속 확장하고 싶다.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는 단계다. 기존 갤러리는 유지하면서 작게, 1인 갤러리 개념으로, 작가 중심의 갤러리를 10평 정도로 만들고 싶다. ‘작가 운영(경영) 갤러리’라고 표현도 가능하다. 작가 한 사람을 위한 갤러리 개념이다. 대형 전시회나 박람회에 있는 ‘부스’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게 소원이다. 작은 옷가게처럼 작가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작가가 직접 한 달 동안 운영하고 판매도 한다. 카라스는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 정도면 된다. 물론 작가는 한 달 동안 갤러리에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작가가 알아서 경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뉴욕에 있을 때도, 박사 논문을 쓸 때도 많이 생각했던 것이다. 작가가 자기 작품을 100% 보여주는 방식이다. 짜여진 틀이 아니다. 카라스는 지켜보는 역할만 한다. 모든 것을 작가가 알아서 다 한다. 전시 공간과 작업 공간이 동시에 있는 형태다. 작가는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 이 소망을 몇 곳에 이야기를 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기업 등 관심을 갖는 곳은 대부분 이윤이 얼마나 되는지를 우선 따진다. 그래서 협력이 어렵고 아쉽다.

생각(Idea)은 좋다고 하면서도, 또 기업은 연간 예산을 세울 때도 기부할 몫을 정할 때도 실제로는 투자나 후원, 기부를 하는 곳이 거의 없다. 100만 원 정도만 도와줘도 좋겠는데, 제안서를 제출해도 결국은 안 된다. 결국 포기했다. 이런 것은 사회적기업에서 할 일이라 생각하는데, 잘 안 된다. 늘 호소하고 다니지만, 어렵다.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가 발전해야 한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은?

평생 갤러리스트를 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에 와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갤러리스트로 살고 있다. 예술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행복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쁘고 이게 내 달란트라 생각한다.

사람들이 한국 작가를 애정과 관심을 갖고 많이 봐주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작고 힘이 약하지만 국내 작가를 해외에 많이 알려서 작가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 앞에서 말했듯이, 1인 갤러리, 작가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 아울러 카라스가 작은 갤러리지만, 깊이 있는 유명 작가를 만나는 곳이 되고 좋은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더 크게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



이태원에 작은 갤러리를 계속 확장하고 싶다.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는 단계다. 기존 갤러리는 유지하면서 작게, 1인 갤러리 개념으로, 작가 중심의 갤러리를 10평 정도로 만들고 싶다. ‘작가 운영(경영) 갤러리’라고 표현도 가능하다. 작가 한 사람을 위한 갤러리 개념이다. 대형 전시회나 박람회에 있는 ‘부스’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게 소원이다. 작은 옷가게처럼 작가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작가가 직접 한 달 동안 운영하고 판매도 한다. 카라스는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 정도면 된다. 물론 작가는 한 달 동안 갤러리에서 작업을 할 수도 있다. 작가가 알아서 경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배카라
미스코리아 출신이며 1993년 특채로 KBS 19기 탤런트가 됐다. 연기 활동과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다 뉴욕으로 이민을 간 후 뉴욕주립패션공과대학교(FIT)를 졸업했다. 뉴욕에서 백남준 작가 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다가 한국에 온 후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SBS ‘뉴스와생활경제’ MC, KBS ‘진품명품’ 감정평가사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 이태원에 있는 카라스갤러리 관장을 맡고 있다. 갤러리 운영과 함께 아트디렉터로서 신인 작가를 발굴해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제7회 대한민국한류대상(순수문학·미술 부문)을 수상했다.

카라스갤러리(KARA’S GALLERY)
이태원동 작은 골목길(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13길 34)에 위치한 카라스갤러리(KARA’S GALLERY)는 커다란 통유리 창으로 세상을 끌어들인다. 또 밤마다 불을 끄지 않는다. 카라스만이 제공하는 무료 대관, 무료 입장은 이 갤러리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뜻이다. 작품 가격 역시 거품이 없다.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오면 화폭에 담은 작가의 세상에 대한 고뇌와 이를 시원하게 풀어내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다.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는 갤러리인 셈이다. 카라스갤러리는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흔하지 않은 ‘뜻밖의 작가’를 발굴해 감동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는 ‘살롱 개념 갤러리’를 추구한다. 갤러리 관람 시간은 평일(화~금) 11:00~18:00, 주말(토~일) 11:00~17:00, 매주 월요일과 매월 첫째·셋째 일요일은 휴무다. 02-6349-0810, 010-7165-1906, baekara11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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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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