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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은 ‘자유를 위한 기술’,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

2주 전 독립운동가 윤기섭 선생(신흥무관학교 교장)의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로부터 한 권의 책을 받았다. 그가 번역한 책은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였다. 영국의 저명한 런던대학교(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국제인권법 교수자 법정변호사(Barrister)인 필립 샌즈(Philippe Sands)의 논픽션 『East West Street : On the Origins of ‘Genocide’ and ‘Crimes against Humanity’』를 번역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처음 받고 저자의 약력을 훑어본 다음 서문을 빠르게 읽어보았다. 그 순간 이 책이야말로 내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전공의 뿌리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우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것은 노예의 삶이다. 자신의 생각을 똑 바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표현하지 못하면 이웃과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면 말과 글을 정확하게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사진=박찬운 블로그 갈무리

인문학은 바로 그 길로 나아가는 데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니 인문 서적을 그냥 읽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비판하며 읽어야 한다. 자유인 곧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읽어야 한다. 사진=박찬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은 ‘자유를 위한 기술’,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고 왜 그것을 공부해야 할까. 그저 시, 소설,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전부일 리 없고, 그런 책을 읽는 게 인문학 공부의 전부도 아닐 것이다.

영어로 인문학은 ‘Liberal Arts’라고 한다. 이 말 뜻을 새겨보자. 문자 그대로 인문학은 ‘자유기술(自由技術)’이다. 무슨 말일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뜻이 잡힌다. 인문학은 ‘자유를 위한 기술’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 구두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도자기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유도 그것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서양 인문학의 발상지 희랍과 로마는 자유인과 노예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그들 사회에서 자유인에게 요구되는 덕성이 무엇이었을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예와 다른 품성이 요구되었다. 그것은 자기와 가족을 넘는 사회적 가치로서의 ‘선(Good)’, ‘올바름의 도덕성’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런 덕성을 가진 사람이 될까? 어떤 기술을 연마해야 ‘자유인다운 자유인’이 될까?

우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것은 노예의 삶이다. 자신의 생각을 똑 바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표현하지 못하면 이웃과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면 말과 글을 정확하게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인문학은 바로 이것을 위해 존재한다. 어떻게 하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쓸 수 있을까? 이것들을 기술로써 완성해 나아가야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인문학은 바로 그 길로 나아가는 데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니 인문 서적을 그냥 읽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비판하며 읽어야 한다. 자유인 곧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읽어야 한다.

박찬운
현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인권법 교수이자 변호사다.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법학사) 미국 노트르담 대학에서 국제인권법을 공부했으며(법학석사) 고려대에서 국제법으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법과대학 재학 중 제26회 사법시험(1984년)에 합격해 20여 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 기간 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주로 국제인권 활동을 했고,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과 국제이사 등으로 일했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장으로 임명되어 사형제 폐지 및 양심적 병역 거부 등 인권위가 권고한 주요 인권 정책 입안에 앞장섰다. 2006년 가을, 20여 년의 긴 준비를 마치고 모교인 한양대 법과대학의 교수가 됐다. 주요 저서로는 『국제인권법』, 『인권법』(한울아카데미, 2015), 『국제범죄와 보편적 관할권』(2010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도서), 『문명과의 대화』(2013년 문광부 우수문학도서) 등이 있다.

※ 이 글은 박찬운 교수가 2018년 3월 24일 쓴 글이며 허락을 받고 사람과사회™에 게재하는 것입니다. 원문은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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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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