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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소위 의결 방식 위법 우려”

국가인권위원회(國家人權委員會)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행정부에 속한 중앙행정기관이면서도 국무총리가 통할하는 행정각부에는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에 해당한다.[4] 위원장은 장관급 정무직공무원으로, 사무총장은 고위공무원단 가등급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 보한다.

전직 인원위원들, “인권위 소위 의결 방식 위법 우려”

최영애 전 위원장 등 15명, ‘소위원회 의견불일치일 때의 처리’에 의견 제출

 

전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들이 인권위 소위원회 의결 방식과 관련해 위법을 우려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위원들이 제출한 의견서는 “의결방식 바꾸는 것은 인권위법에 위반되고 인권위 조사구제 기능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최영애 전 인권위원장, 박찬운 상임위원을 비롯해 전 인권위원 13명과 전 사무총장 2인(이하 전직 인권위원)은 2023년 12월 7일, 최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위원회 의견불일치일 때의 처리’ 안건에 관해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직 인권위원들은 “소위원회에서 단 1명의 위원이라도 인용 안건에 반대하면 자동으로 진정사건을 기각 또는 각하하겠다는 논의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에 위반되고,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의사결정 방법을 심각하게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인권위원들은 또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인권위의 임무를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한다”고 밝혔다.
전직 인권위원들은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20년 이상 인권위법의 취지에 따라 유지해온 소위원회 운영 관행을 바꾸는 것은 합의제 기구로서의 인권위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했다”며 “또 인권위가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당하는 이 땅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 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의견서를 제출한 전직 인권위원은 현 인권위 직전(2018~2023년) 인권위를 구성한 인권위원과 사무총장 등 총 15명이다.
최영애(인권위원장), 정문자(상임위원), 박찬운(상임위원), 장애순(비상임위원), 배복주(비상임위원), 김기중(비상임위원), 임성택(비상임위원), 조현욱(비상임위원), 김민호(비상임위원), 문순회(비상임위원), 이준일(비상임위원), 서미화(비상임위원), 석원정(비상임위원), 조영선(사무총장). 송소연(사무총장)

전원위원회의 ‘소위원회 의견불일치일 때의 처리’ 안건에 관한 의견서

제출인 : 전직 인권위원 13인 및 사무총장 2인(2018년부터 2023년 역임)

보도 등에 의하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6인의 인권위원들이 소위원회 의결과 관련해 인용 안건의 경우 『소위원회의 표결 결과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 진정의 인용에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진정이 배척(기각 또는 각하)된 것임을 확인하고, 소위원회가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함에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제출해 그것이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 안건의 주된 취지는 소위원회에서 단 1명의 위원이라도 인용 안건에 반대하면 자동으로 진정사건을 기각 또는 각하하겠다는 것이며, 안건의 전원위원회 회부 역시 전원일치가 아닌 단 1명의 위원이 반대하면 회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직전 인권위를 구성했던 인권위원들(사무총장 포함)은, 이 안건의 취지대로 소위원회가 운영되는 경우, 그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위반되고,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의사결정 방법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한편,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인권위의 임무를 크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아래와 같이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합니다.

1. 제출 안건은 인권위법에 위반되어 전원위원회에서 의결된다고 해도 무효입니다.

(제출 안건 중 ‘소위원회가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함에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음을 확인한다’라는 부분은 법률의 규정이나 이제까지 인권위의 소위원회 의결 관행에 비추어 당연하므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의견서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소위원회의 표결 결과 인권침해 또는 차별행위 진정의 인용에 위원 3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진정이 배척(기각 또는 각하)된 것임을 확인한다’는 부분에 국한합니다.)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은 상임위원회(상임위) 및 소위원회(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소위원회는 3인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의결을 위해서는 만장일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법률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법률에서 말하는 소위원회의 의결은 안건의 인용, 기각, 각하, 전원위원회 회부 등을 포함하는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법률상의 규정이 있음에도 인권위가 소위원회 의결 요건을 전원위원회의 확인적 의결로 사실상 완화한다면 그것은 법률 체계상 당연히 무효입니다. 무효의 전원위원회 의결에 따라 소위원회가 운영된다면 향후 불이익을 받은 당사자가 행정소송 등으로 다투게 될 것이고, 법원은 소위원회 의결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었다는 이유로 당해 의결을 무효 또는 취소하게 될 것입니다.

2. 소위원회 운영 방법에 관한 사항을 전원위원회가 규칙 제정이 아닌 확인적 의결로 할 수는 없습니다.

제출된 안건은 실질적으로 소위원회의 의결 방법을 변경하는 내용입니다. 소위원회의 의결 방법은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전원위원회가 규칙으로 정할 수는 있지만 이와 같은 확인의 방법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전원위원회가 이와 같은 확인적 의결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소위원회는 이에 따를 법률상 의무가 없습니다. 소위원회의 운영 방법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 있는 규범은 법령과 (전원위원회가 제정하는) 운영규칙이기 때문에 향후 소위원회가 전원위원회의 이 확인적 의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을 절차적 하자로 볼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안건을 전원위원회가 다루는 것은 소위원회의 운영 방법 논의로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이 안건이 작금의 인권위 사태를 전원위원회의 사후 의결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입니다. 이 안건은 최근 침해구제제1위원회에서 1인 위원이 특정 사건에서 안건의 인용을 주장했음에도 소위원장이 기각 선언을 해 그 효력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이 안건은 사실상 소위원장이 전원일치의 합의 없이 기각 선언을 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자 전원위원회에 사후 추인을 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전원위원회는 진정사건의 처리에서 소위원회의 상급심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원회에서 일어난 절차상 하자 여부에 대해 판단할 권한이 없습니다. 전원위원회가 이 안건대로 확인한다고 해서 소위원회의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권위법 제13조 제2항에 대한 해석 문제로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뿐이고, 위 사건은 이미 사법적 분쟁 상태에 들어갔으므로 향후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항입니다. 이 안건대로 전원위원회가 확인적 의결을 해도 사법부가 그 판단에 기속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3. 제출 안건은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인권위는 합의제 기구로 업무의 최종적 의사결정은 원칙적으로 전원위원회에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의사결정을 전원위원회가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법률은 인권위의 업무 중 일부를 상임위와 소위원회에 수행케 하고 있습니다. 법률은 이때 전원위원회는 다수결, 상임위는 4인 중 3인, 소위원회는 3인 전원의 찬성을 의결 방법으로 정했습니다. 이것은 소위원회의 경우 전원일치 방법으로 의결을 해야 하고 의견이 갈리는 때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다른 인권위원의 참여 하에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법률이 이렇게 인권위의 의사결정 방법을 규정한 취지는 인권위의 의사 결정은 소수의 인권위원이 주도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되고 가급적 다수의 인권위원의 합의 정신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 보편적 인권을 선언하는 인권위 설립 정신에 맞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위원회는 안건에 대해 인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결정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안건의 내용이 중대하거나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중대 안건)에 소위원회가 결정하기 보다는 전원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입니다(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제25조 제3항).
이런 운영 취지에 따른다면 소위원회는 인용 안건의 경우 위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즉, 의견불일치의 경우) 인용 결정을 할 수 없으나, 그 안건이 중대하면 전원위원회 회부 여부를, 전원위원회로 회부하지 않고 소위원회에서 종결하고자 하면 진정 사유별로 각하나 혹은 기각(기각도 사유별로 1-3호 기각이 있음) 여부를 3인 합의로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각하나 기각을 논의함에 있어 전원일치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엔 소위원회에서 결론을 낼 수 없으므로 사안의 중대성과 관계없이 부득이 전원위원회로 회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위원회가 설립된 2001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지켜온 위원회의 업무처리 방법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어떤 이론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소위원회에서 단 한 명이라도 인용 안건에 대해 반대를 하면 자동 기각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기각결정을 사실상 1인이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합의제 기관으로서의 인권위의 정체성에 도저히 맞지 않는 것입니다.

4. 만일 제출 안건대로 소위원회에서 한 사람만 반대해도 자동 기각하는 방법으로 소위원회를 운영한다면, 인권위의 조사구제 업무를 약화시켜 국민의 진정권을 중대한 위험에 빠트릴 수 있습니다.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는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인권위는 설립 이래 지난 20년 이상 인적·물적 자원을 이 분야에 쏟아오면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절규에 응답해왔습니다.
이렇게 발전시켜 온 조사구제 업무인데, 사무처가 상당 기간 조사해 인권침해 혹은 차별행위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소위원회에 인용으로 상정한 안건을, 단 한 사람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원위원회에 갈 것도 없이 바로 자동 기각하는 것은, 그간의 인권위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권위의 조사구제 업무의 후퇴이자 인권기구에 구제를 구하는 국민의 진정권 후퇴로 평가될 수밖에 없고, 국민의 기본권을 확인하고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권위의 설립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결코 용인하기 힘듭니다.

의견서 제출인들은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20년 이상 인권위법의 취지에 따라 유지되어온 소위원회 운영 관행을 가장 최근(2018년부터 2023년까지)까지 직접 수행해 왔기에 작금의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권위는 한 시기의 인권위원들만의 인권기구가 아닙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땀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권위는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당하는 이 땅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희망이 되어 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로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우리 전임 인권위원들은 소위원회 의결 방법을 바꿔 인권위의 조사구제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는 최근의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하며 소위원회 의결 방식을 그대로 존속시킬 것을 간곡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2023.12.07.

제8대 인권위원장 최영애
전 상임위원 정문자
전 상임위원 박찬운
전 비상임위원 장애순
전 비상임위원 배복주
전 비상임위원 김기중
전 비상임위원 임성택
전 비상임위원 조현욱
전 비상임위원 김민호
전 비상임위원 문순회
전 비상임위원 이준일
전 비상임위원 서미화
전 비상임위원 석원정
전 사무총장 조영선
전 사무총장 송소연
(서명날인 생략)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귀중

About 김종영™ (915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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