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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사기 사건은 경제 망국

영국에서 제작된 영일동맹 풍자화

김주홍의 포르투갈 이야기 04 

영일동맹의 필요에 의해 영국은 후에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는 것을 묵인했다는 사실은 지금의 우리 한국인들이 주목해야할 사항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다지만, 만약 영일동맹이 없었다면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영국과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를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며, 러일전쟁 승전 4년 후에 조선을 그리 쉽게 병합할 수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영일동맹 체결이 가능했던 것은 일본과 영국은 ‘만주가 러시아의 단독지배’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공통된 국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역학 관계는 100여년이 더 지난 지금도 극동에서 비슷하게 형성되어 있다. 달라진 것은 영국 대신 미국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영일동맹이 지금의 미일동맹으로 대체된 것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은 서양세력들에게 상수이고 한국은 변수라는 것이다.

미국에게 미일동맹이 한미동맹에 우선한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상식이다.

1902년 제1차 영일동맹 체결 당시 영국인들의 눈에 조선은 보잘 것 없는 나라였다. 영국과 일본은 이 영일동맹을 체결하면서 ‘조선과 중국의 분할’에도 같이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

두 나라의 눈에는 이미 아편전쟁을 통해 힘없는 종이호랑이로 알려진 중국과 그 중국에 국방과 외교를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조선을 침탈의 대상으로만 본 것이다.

나는 이런 내용들을 접하고 나서, 당시 조선이 얼마나 허망하게 열강들에게 유린당했는지 알게 됐다. 그런데 당시 조선이 허망하게 일본에 멸망한 과정의 축소판이 약 100년 후인 1997년 11월의 ‘IMF 사기 사건’으로 재현된다.

IMF 사기 사건은 경제 망국이었다. 기회가 되면 그 얘기도 해 볼 생각이다. IMF 외환 위기는 분명히 우리나라 전체가 노랑머리 외국인과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두 부류의 인간들에게 ‘사기 당한’ 사건이다. 그 때문에 수많은 이 땅의 기업과 개인이 정말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그 책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조선이 일본에 멸망할 때 책임 있는 자들과 그 후손들이 지금까지 부귀영화를 누리고 단죄되지 않고 있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세계 어느 곳보다 특히 더 한반도에서, 형태를 조금씩 바꾸어가며 불행한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에서 정의를 세우는 일이 세계 전체에 정의를 세우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민족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한국이 주변 국가의 영향을 너무 심하게 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구한말 조선이 열강들에게 침탈당하는 이런 내용들을 보면서 나는 ‘조선의 입장에서 세계사를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1910년에 조선이 일본에 망할 때부터 역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그 인과관계를 끝까지 알아보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물론 그 일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10여 년 전에 시작한 그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조선 망국의 원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 망국은 지나간 일이지만 또 언제 반복될지 모르는 큰 사건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긴 역사를 알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이 글 ‘포르투갈에 대한 이야기’도 그 과정에서 배운 아주 작은 지식이나마 같이 나누자는 마음에서 적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던 일이지만 미루어 오다가 이번에 시작했다.

영국에서 제작된 영일동맹 풍자화

영국에서 제작된 영일동맹 풍자화

 

일본에서 제작된 영일동맹 풍자화

일본에서 제작된 영일동맹 풍자화

About 김주홍 (5 Articles)
1980년대 현대건설에서 근무했다. 90년대 말에는 학생들에게 영문법을 가르쳤다. 이후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일을 10여 년째 해오고 있다. ‘김주홍의 포르투갈 이야기’ 시리즈는 ‘조선의 멸망’이라는 큰 주제의 집을 짓기 위한 첫걸음이다. 김주홍 선생은 ‘주공’이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에서 오랫동안 역사에 대한 글을 써왔다. 특히 세계사 전반을 아우르는 글읽기와 글쓰기, 생각하기 등을 통해 세상을 보다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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