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진의 숲 이야기] 기다림
밤새 뜬눈으로 뒤척이다 방문을 흔드는 소리에 문을 열었습니다.
바람이었습니다.
습기밴 봄바람이었습니다.
바람길을 따라 강가로 난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갈대들이 기다림에 지친듯 목을 길게 빼고 머리를 강물에 풀어헤친 채 쇠잔한 모습으로 누워 있더군요.
갈대의 기다림은 분명 가을바람이었을 것입니다.
습기밴 봄바람보다 청량한 가을바람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주기 때문이지요.
기다림은 때로는 우리에게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망이든 희망이든 막연한 기다림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봄날 지평선 아득히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같은, 여름날 뭉개구름같은 그런 기다림…
비록 잡으려고 잡으려고 헛손질하더라도 기다림이 있어 오늘의 존재이유가 되는 것같습니다.
그동안 내자신이 찾아헤맨 것도 실망보다는 아마 그런 삶의 존재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기다림으로 걷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기다림이란 희망속에 절망을 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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