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확장을 통한 공간 확장’을 만나다
문정규 작가, ‘소망·넘나듦·안과밖·절편회화’ 개인전...10월 1일부터 7일까지 대전 우연갤러리서 ‘액자 튀어나오는 작품’ 통해 예술=환상=실제 선봬
문정규 작가가 37회 개인 초대전을 10월 1일부터 7일까지 대전 우연갤러리에서 개최한다.
문정규(59세) 작가는 1980년대 대한민국의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를 정착한 주요 멤버로서 전위(前衛)예술사에 기록된 작가이며 한국화단에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진작가다.
그는 국내외에서 36회의 개인전-개인 초대전을 개최했고 회화, 퍼포먼스, 자연 설치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40여 년을 그만의 독특한 예술 표현어법을 창조해가는 전위 예술가다.
화가로 출발할 때부터 그는 줄곧 기존의 예술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정신으로 무장해 온 그는 그러한 실험정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의 형식과 내용을 끊임없이 변모시키고 있다.
이번 초대되는 ‘소망, 안과 밖, 넘나듦, 절편회화’ 등 회화 작품들은 199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왔으며 그의 화두는 그림의 가장자리에 존재해야하는 액자(프레임)를 그림의 내부에 위치시킴으로서 액자라는 역사적 관념을 낯설게 만든다.
여기서 액자는 신체로 말한다면 의상의 개념으로 비유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작품들로서 그림에 꽃이 액자 밖으로 튀어 나오게 함으로서 환상과 실제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허물고 그 자리에 ‘예술=환상=실제’라는 등식이 성립하도록 만든 작품들이다.
그가 새롭게 추구해온 화면 구성은 작품의 액자에 대한 기존의 지각을 문제제기한 것이다. 그것은 유구한 서양미술사 속에서 수많은 화가들과 관람자들이 지각해왔던 작품의 프레임을 경계로 구분되는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작품 공간과 현실 공간 사이의 엄연한 거리를 극복하는 지각적 상통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그는 동일한 작품 속에 작품 공간과 또 다른 현실 공간을 동시에 설정함으로써 관람자의 지각을 카오스의 상태로 몰아넣는다. 왜냐하면 그는 작품 공간에만 존재해야 하는 사물들을 또 다른 현실 공간으로 연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 그려진 사물들은 가상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각에는 그것들이 하나의 뜻밖의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서 독립적인 것으로 고착되어버린 두 공간 개념의 경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내부 공간에서 외부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 외부 공간에서 내부 공간, 혹은 작품 공간에서 현실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 현실 공간에서 작품 공간으로 연장되어 가며 경계를 넘나드는 사물들에 대한 새로운 지각의 제시 혹은 기존 지각의 해체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는 액자틀을 실제보다 더 실제같이 재현해 놓고 액자 밖에 있는 벽과 명제표까지 리얼하게 제시한다. 전시장에 이러한 작품이 걸렸을 때 안과 밖의 이미지들에 의한 피드백 현상이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일어나며 액자 외부에 있는 전시 공간 까지도 작품으로 수용되어 버린다. 그 결과 작품은 그려진 규격(공간) 자체를 벗어나 전시공간까지를 통합하는 환경 개념을 지닌 작품으로 확대 발전 하는데 이것이 바로 문정규 회화의 ‘대상 확장을 통한 공간 확장’ 현상이다.
문정규의 회화 작품들은 그 소재로 액자, 실존인물, 정물, 곤충, 풍경 등이 등장 하지만 어느 특정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작품들에서는 비유적인 주제를 특이한 화면 구성으로 처리했다는 특징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작품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액자’는 고정관념과 탈 고정관념 사이의 경계를 의미한다. 여기서 ‘경계’라 함은 개인적인 생각, 인식, 습득된 모든 고정관념들의 경계로서, 예를 들면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문명,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등의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를 지칭한다. 둘째, ‘안과 밖’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것들과 연계된 인간의 시각적, 심리적 상황을 의미한다. 셋째, ‘넘나듦’은 꽃이 액자 밖으로 나오는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그것은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새로운 관념을 찾아 인간의 정체성을 재설정한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넷째, ‘소망’은 행복과 희망을 전한다는 나비를 통하여 인간이 좀 더 높은 경지의 자아실현에 도달하기를 의도하는 개념이다. 아울러 그것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도 비유하고 있는데, 작품 속 인물과 작가 자신의 밝은 미래에 대한 소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섯째, ‘자아성찰’ 은 작품 속 인물이 꽃향기를 맡고 있는 모습을 통하여 비유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대상은 꽃송이들이다. 그리고 화병은 그 인물의 신체를 비유하려는 의도에서 생명체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 문정규의 예술세계는 정신미의 고양을 추구하는데 그는 화가이자 퍼포먼스 예술가, 자연설치 예술가로 활동해오고 있지만 그의 미론은 감각적인 미보다는 정신적인 미에 비중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전통적인 소재들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적인 담론을 추구하는 작가다.
문정규 작가의 작품 내용은 그림 속에서 액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꽃을 ‘행복 에너지’로, 그림 밖의 벽면에 액자 밖으로 나온 꽃을 향해 속도감 있게 날고 있는 나비는 ‘행복을 듬뿍 가져다주는 전령’으로 제시하면서 등장인물과 꽃, 나비들의 조우를 통하여 인간의 ‘행복’의 가치와 자아실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 작가는 명신대학교 한국미술과 교수,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국제현대미술협회 회장, 아시아미술대전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현대미술의 아방가르적 사고’, ‘문정규 아방가르드의 시공간 여행’ 등이 있다.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문화체육부장관상, 환경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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