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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유, 교육에 달렸다

“교육을 통해 여성의 이성(理性)이 새롭게 눈을 뜨고 보다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는 여성이 더 이상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고, 『여성의 종속』 저자는 남녀평등의 실현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것임을 강조한다.”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1873)이,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가 여성 문제를 해서 쓴 책이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 종속』과 『여성의 권리 옹호』를 비교하면서 19세기 지식인이 여성 문제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들이 제기한 해결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Pixabay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1873)이,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가 여성 문제를 해서 쓴 책이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 종속』과 『여성의 권리 옹호』를 비교하면서 19세기 지식인이 여성 문제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들이 제기한 해결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진=Pixabay

여성의 자유, 교육에 달렸다

19세기 지식인이 바라본 여성 문제 : 올바른 교육이 여성을 자유롭게 하리라

이성준 SIS R&C 본부장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John Ernst Hobbsbawm, 1917~2012)이 혁명의 시대(The Age of Revolution)로 규정한 1789~1848년은 정치적으로는 시민혁명이,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이 발생한 시기다. 이전과는 다른 급진적인 변화가 발생한 이 시기에 여성(女性)에 대한 문제 역시 제기됐다. 그리고 이 시대에 여성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지식인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1873)이다.

기록된 역사의 대부분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로 나왔다. 그러나 18세기에는 이런 서열의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당시 탁월한 반대 목소리를 낸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영국의 급진주의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였다. 남녀는 뇌와 정신이 근본적으로 비슷하므로 같은 교육을 받을 경우 똑같이 훌륭한 성품과 합리적 사고방식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주장한다.
-『철학의 책』(p.175)

아내 해리엇 테일러(Harriet Taylor)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그(밀)는 영국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정부개혁의 일환으로 여성참정권 인정을 주장했다.
-『철학의 책』(p.193)

『여성의 종속』(The subjection of Women)은 존 스튜어트 밀(Jojn Stuart Mill, 1806~1873)이, 『여성의 권리 옹호』(A Vindication of the Rights of Woman)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9~1797)가 여성 문제를 해서 쓴 책이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 종속』과 『여성의 권리 옹호』를 비교하면서 19세기 지식인이 여성 문제에 어떤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들이 제기한 해결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한쪽은 지배하는 위치에 있고 다른 한쪽은 지배받는 상황이라면 완전한 상호 신뢰는 불가능하다.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많은 부분이 가려지는 것이다.
-『여성의 종속』(p.53)

19세기 여성 불평등, 잘못된 교육에 있다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저자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 역시 남성과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존재임에도 적절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의 종속』의 저자인 밀 역시 여성들이 그들에게 강요되는 도덕률에 의해 잘못된 인생을 살게 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 혹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갈무리된 정신은 한 여성이 존엄성을 가지고 독신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 옹호』(p.57)

이성이 여성에게 분별력 있는 빛을 보내줄 때 만일 여성들이 진정 합리적인 존재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들을 노예처럼 대하지 말라. 혹은 여성들이 남성과 교유할 때, 그들을 남성의 이성에 종속된 짐승들처럼 대하지 말라. 그들의 정신을 함양하고, 그들에게 건전하고 숭고한 원칙의 틀을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신에게만 종속되어 있다고 느낌으로써 의식적인 존엄에 도달하게 하라……. 이것은 유토피아적인 꿈이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64)

여성은 하나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은 남성의 그것과 아주 다르다고 듣고 배운다. 자유의지나 자율적인 삶이 아니라 복종하고 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에게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널리 유포되고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버리고, 오직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여성의 종속』(p.37)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는 남성의 보호를 얻기 위한 덕목을 ‘미덕(美德)’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무지했음을 지적했다. 『여성의 종속』에서는 이런 교육을 받은 여성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남성의 억압에 대항하지 못하게 됐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화(社會化)’라는 교육에 의해 여성의 종속성이 심화(深化)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진=Pixabay

남성 보호 위한 미덕(美德) 이유로 억압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는 남성의 보호를 얻기 위한 덕목을 ‘미덕(美德)’이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무지했음을 지적했다. 『여성의 종속』에서는 이런 교육을 받은 여성이 사회적 요인에 의해 남성의 억압에 대항하지 못하게 됐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화(社會化)’라는 교육에 의해 여성의 종속성이 심화(深化)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여성들이 하루살이 무리가 아닐진대 왜 순수라는 특수한 이름하에 무지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는가? 여성들은 적절하게도 교활함이라고 이름 붙여진, 인간의 약점에 대한 약간의 지식, 기질적 부드러움, 표면적인 복종을 익히고, 어리석은 종류의 예절을 용의주도하게 지킬 줄만 알면 그로써 남성의 보호를 얻게 될 것이며, 그들이 아름답다면 나머지 모든 것들은 적어도 그들 생애의 20년 동안은 불필요하다고 어린 시절부터 들어왔고, 그들 어머니들의 선례를 통해 배웠다.
-『여성의 권리 옹호』(p.32)

사회적, 자연적인 원인들이 합쳐져서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남성들의 폭압에 대항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여성은 한 가지 점에서 종속 상태에 있는 다른 계급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들의 지배자가 단순히 복종하고 떠받드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이 복종하는 것 그 자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여성의 마음까지도 지배하고 싶어 한다. 여성의 지배자는 단순한 복종에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교육의 힘을 통째로 빌려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여성의 종속』(p.37)

3.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사회에 의해 잘못된 교육의 폐해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여성의 권리 옹호』인 저자는 남녀 공학을 통해 공통 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 『여성의 종속』의 저자는 남성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특혜가 무엇인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구체적으로 밀은 여성참정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은 1918년에 이르러서야 3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여했다).

여성의 지성을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정신을 강화하라. 그러면 맹목적인 복종은 종식될 것이다. (중략) 나는 남녀 모두가 이성에 기초한 미덕을 갖추고 남녀 모두가 의무를 다함으로써 서로 간의 애정이 견고해지기 전에는, 결코 미덕이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하지 못할 것이라고 감히 예언하고자 한다. 남녀 공학을 실시한다면, 정신을 오염시키는 성별 구분들 없이 신중함을 야기하는 우아한 품위들이 일찌감치 길러질지도 모른다.
-『여성의 권리 옹호』(p.42, 154)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자기 본성에 따라 행동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여성이 그 본성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도 여성 편에 서서 그들에게 특별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날 남성들이 어떤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 되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만일 여성이 천성적으로 어떤 일에 대해 남성에 비해 특별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법이나 사회적인 교육을 통해 일부러 여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종속』(p.57)

4. 남녀평등 실현된다면?

교육을 통해 여성의 이성(理性)이 새롭게 눈을 뜨고 보다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는 여성이 더 이상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을 것임을 주장하고 있고, 『여성의 종속』 저자는 남녀평등의 실현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은 것임을 강조한다.

여성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교육받고 사물에 대해서 좀 더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다면, 그들은 일생 단 한 번의 사랑에 만족할 것이며, 결혼 후에는 그 열정을 우정, 즉 근심으로부터의 가장 좋은 피난처인 친밀함 속으로 조용히 침잠시킬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113)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인류의 어떤 부류가 결코 진리로부터 추론할 수 없는 원칙들에 따라 반드시 교육받도록 창조되었다면 미덕은 일종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언급하는데 만족하고자 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힘에서 우월하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관념들이 없다면, 여성들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며, 정신을 강화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육체적인 불편과 수고로움을 충분히 견디게 될 것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p.86)

남녀평등이 실현되면, 오늘날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이라고 인위적으로 각인되고 있는 그 과장된 자기 부정이 누그러질 것이고, 훌륭한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최선의 남성보다 더 자기희생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에, 남성들은 현재보다 훨씬 덜 이기적이고 보다 희생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자기들의 의지가 또 다른 합리적 존재를 위한 법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고 숭배하는 교육을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종속』(p.87)

여성에게 사회 활동의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반이나 되는 인류 지성이 창조해낼 막대한 이익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에게 보다 완벽한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면, 인간 사회의 여러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크게 유익한 여성의 위대한 지적 능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성의 능력도 그에 비례해서 향상될 것이다.(p162). 이렇게 여성의 교육 수준을 남성과 똑같은 수준으로 올리고 평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여성의 활동 범위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여성의 종속』(p.163)

이성(理性, reason)’을 강조한 혁명의 시대, 19세기를 살아간 두 명의 지식인은 여성의 문제를 ‘계몽(啓蒙, Enlightenment)’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잘못된 교육에 의해 여성의 이성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을 통해 합리적인 교육을 제공한다면 여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간이 흘러 여성에게 공공교육의 기회가 점차 확대됐고, 여성의 정치 참여 기회도 과거보다 늘었지만 아직 사회 곳곳에 있는 ‘유리천장(Glass Ceiling)’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19세기에 제기한 『여성의 권리 옹호』와 『여성의 종속』에서 주장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19세기를 배경으로 썼기 때문에 저자의 관점을 현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한계점이 있다는 것, 이 점은 내용에 대한 비판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는 변했으나 현재까지도 크게 변하지 않은 사회 전반의 인식을 생각한다면, 저자가 약 200년 전에 출간한 책 속에 담은 생각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남성들이 그렇게도 열렬히 고집해온 성별 구분이 자의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주제에 대해 함께 논한 몇몇 이성적인 남성들이 논거가 충분하다고 인정한 하나의 관찰 결과를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남성 집단에서는 순결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인 정숙함에 대한 필연적인 경시는 남녀 모두를 타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남성의 압제로부터 여성의 더 많은 어리석은 짓들이 파생된다는 것, 그리고 현재 여성의 성격 일부를 이루고 있는 교태는 억압에 의해서 양산된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또한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여성의 권리 옹호』(p.193)


이성준
1975년 출생. 서울고등학교, 중앙대학교 경제학과(학사), 서울시립대 교통관리학과(석사)를 졸업했다. 삼성화재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SIS R&C에서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알라딘에서 ‘겨울호랑이’라는 필명으로 블로그(http://blog.aladin.co.kr/winter_tiger)인 ‘서재’를 운영하고 있다.


깊이 읽기
문고판인 『여성의 권리 옹호』를 읽은 후에는 완역판인 『여권의 옹호』를 읽는다면 보다 깊은 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넓게 읽기를 원한다면 본문에서 비판하고 있는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에밀』(Émile, ou De l’éducation)을 미리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성의 종속』의 기반은 밀의 자유주의 사상에 바탕이 있기 때문에 『자유론』(On Liberty)과 연결해서 읽는다면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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