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과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우리나라 기업의 관련 핵심 연구 부서에서 이 방정식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은 매우 열악하다고 필자는 단언한다. 그 결과로 온 국민에 민감한 기상예보의 오보, 지진 예측의 정보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관련 당국과 기업에서 이 방정식을 원활하게 활용해야 하는 담당자는 외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아닌 우리 형편에 최적인 ‘고유 수치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김하진 전 아주대 교수
감격사회 180호
2017.03.13.
‘나비에-스토크스(Navier-Stokes)방정식’은 과학기술을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정식의 하나이다. 점성(粘性)이 없는 유체(물, 공기, 가스, 입자와 같이 흐르는 물성을 갖는 모든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량의 변화를 기술하는 비선형 편미분방정식이다.
클로드 나비에(Claude Louis Marie Henri Navier, 프랑스의 공학자이자 물리학자)와 조지 스토크스(Sir George Stokes, 1st Baronet, 영국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가 19세기 초에 처음으로 제시한 유체 현상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링 표준 방정식이다.
날씨 변화, 해류, 튜브 내에서의 유체의 흐름, 물성 입자의 흐름 그리고 은하계에서 별들의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항공기와 자동차 설계, 혈관 내의 혈류, 오염물질의 확산 등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중요한 방정식이다.
그런데 이 방정식을 광범위하게 과학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하려 하지만 순수 수학적 관점으로는 이 방정식의 3차원(또는 시간을 고려한 4차원) 공간상에서 그 답이 항상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정확한 답을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등의 의문에 지금까지 누구도 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순수 수학적 관점에서 해결하는 것은 ‘밀레니엄 문제’의 하나이고 ‘나비에-스토크스 존재와 매끄러움 문제’라고 한다. 2000년에는 미국의 ‘클레이수학연구소(CMI, Clay Mathematics Institute)’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백만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있으나 아직도 미해결 상태다.
그러나 디지털 컴퓨터를 이용하는 산업수학의 ‘이산수치해석(수치해석학)’ 방법을 이용하면 정확한 해는 못 구하지만 충분한 근사해(近似解)를 구하는 방법이 1970년대 이후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열성적인 연구를 해왔다. 그 방법은 경계조건과 객체(object)인 유체의 조건 등에 따라 수많은 수치 해법이 존재한다.
이 해법에 따라 컴퓨터를 이용해 근사해를 구함으로써 오늘의 우리나라 산업을 이룩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전자기기, 특히 스마트폰과 같은 인간에 밀착된 기기를 만드는데 이 방정식이 가장 크게 공헌한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방정식을 최적의 이산(離散) 수치해석 방법으로 해결하려면 선결 조건으로 우선 이 방정식의 순수 수학적 특성을 소상히 이해하고 이 방정식을 알고리즘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산화를 해야 하는 데 이에 필요한 수치해석 기법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이 방정식을 깊이 이해하는데 너무나 미흡하다. 순수 수학자는 방정식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나 어디에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모르고, 공학자는 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 이용했으나 유사 문제를 해결할 때 그 방정식의 계수 조정이 어떤 결과를 유도하는지를 모른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대학의 이수 학점 축소 조정으로 이공계 대학의 필수과목이었던 ‘공업수학’ 과목이 선택과목이 되면서 거의 폐강돼 이공계 대학의 공학교육에서 이 방정식에 대한 교육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나라 기업의 관련 핵심 연구 부서에서 이 방정식에 대한 이해와 응용력은 매우 열악하다고 필자는 단언한다. 그 결과로 온 국민에 민감한 기상예보의 오보, 지진 예측의 정보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관련 당국과 기업에서 이 방정식을 원활하게 활용해야 하는 담당자는 외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아닌 우리 형편에 최적인 ‘고유 수치 모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간 선진국의 ‘수치 모델’을 바탕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제조해 내다 팔아 우리가 이만큼 잘 살게는 했지만 다가오는 4차산업 고유의 문제 해결하는 데는 큰 문제가 봉착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정보화혁명’에는 열심히 복제함으로써 성공했고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나 다가오는 4차산업에서도 선진국 반열을 유지하려면 이 방정식과 같은 공학 모델링 표준 방정식에 아주 익숙한 수많은 과학기술자 양성이 창조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공계 대학에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특성과 활용법을 위한 이산 수치 알고리즘 교육을 조속히 그리고 심도 있게 실시해야 4차산업혁명에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김하진
한국정보과학회 명예회장
아주대학교 정보통신대학 명예교수
ISO/IEC JTC 1/SC 24, Chairman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전 아주대학교 정보통신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 이 글은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 운영하는 ‘감격사회(감사와 격려로 사랑을 회복하는 칼럼공동체)’에 있는 칼럼입니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