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과 준(準)군사옵션
"필요하다면 동맹 이름으로 전쟁 위기 고조시키는 미국에게 할 말 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과 미국의 ‘준(準)군사옵션’ 검토
문재인 정부,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 통제하고 제어해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Watch M 주간 칼럼
2017.12.03(일) 제118호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새벽 3시 17분 평안남도 평성 지역에서 올 들어 세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을 발사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번에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고각 발사되었으며 고도 4,475km를 치솟았다가 950km를 날아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
이는 지난 7월 4일 발사된 첫 번째 ICBM(최고 고도 2,808km, 933km 비행)와 7월 28일 발사된 두 번째 ICBM(최고 고도 3,724km, 998km 비행)과 비교할 때 현저히 사거리가 향상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를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거리가 13,000km에 이르며 미국 본토 동부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화성-15형’이라 명명된 이 ICBM 발사 후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가 ‘핵무력 완성’과 ‘로켓 강국의 위업’을 실현을 선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은 가장 최고 수위인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화성-15형은 화성-14형보다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하며 완결 단계에 도달한 가장 위력적인 대륙간 탄도 로켓”이라며 “화성 15형은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고 재돌입 환경에서 전투부의 믿음성들을 재확증했다”고 발표함으로써 핵탄두의 소형화와 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의 확보를 주장했다.
관련해 국방부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보고에서 “화성-15형이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3,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신형 ICBM으로 판단한다”고 답변해 이번에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이전보다 진전된 것임을 인정했다.
미 본토 전역 사정권에 둔 ICBM 발사, 핵무력 완성 선언한 북한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사실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북한이 이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추가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것은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지난 9월 15일 이후 75일 동안 아무런 무력 시위를 하지 않다가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진전된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외교적 옵션은 여전히 실행 가능하며 열려 있다”며 비군사적 해결을 언급했으나 미 정치권과 조야는 당혹감과 공격적 반응을 숨기지 않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은 CNN에 출연해 “북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북한이 자초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 정권 파괴와 미 본토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북 정권 파괴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에 대한 대응 조치의 하나로 “북한의 수출입 상품을 실어 나르는 해상교통을 차단하는 권리를 포함해 해상보안(maritime security)을 강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며 북에 대한 ‘해상봉쇄(naval blackade)’를 언급했다.
해상 봉쇄는 대상국의 선박을 강제로 정선시키고 검색하는 것으로 저항시 나포 및 격침까자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실상 전쟁행위(Act of War)’로 간주된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 미 군함 100여 척을 동원해 쿠바 해상을 에워싼 적이 있으며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 단행한 사례가 있다. 이라크에 대한 해상봉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
대북 ‘해상 봉쇄(naval blackade)’ 준(準) 군사옵션 만지작거리는 미국
아울러 미국은 중국에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북 제재가 인도주의적 활동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소극적 입장이지만 미국으로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해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초강력 대북 압박정책이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군사적 옵션으로까지 분류되는 해상 봉쇄의 경우 좁은 호르무즈해협만 봉쇄하면 되었던 이라크와 달리 북한은 동서로 긴 해안선을 끼고 있고 결정적으로 북한의 대외무역은 육로를 중심으로 하는 중·러에 집중되어 있고 해상무역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자칫 북한의 선박이나 해군전력이 대응에 나설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될 여지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런 위험성 때문에 반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이 북핵 문제 해결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오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했으므로 더 이상의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발사는 큰 의미가 없으며 이제 핵 보유국의 위치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여전히 한국 정부와 일각에서는 핵탄두의 소형화와 탄도미사일의 재진입 기술 확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의문을 남겨둔 것도 이후 미국과 벌어질 협상에서 히든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ICBM 발사 성공으로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한 북한과 군사적 옵션에 준(準)하는 대북 압박정책을 만지작거리는 미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는 보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트럼프 미 대통령과 두 차례나 전화 통화를 하며 북한의 ICBM이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님을 설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이 상황을 오판go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청와대의 참모와 각료들에게 대책을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 통제하고 제어해야
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천명했다시피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당당한 주권국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상황을 제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요하다면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해야 한다. 청와대의 한 인사가 그랬듯 동맹은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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