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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진의 숲 이야기] 홀로 걷는 길

무작정 남원을 향해 달리는 길이었습니다.

어느 산골인지 편백나무 숲이 너무 아름다워 길가에 차를 세우고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아무도 없는 호젓한 숲길에 스님 힐 분이 홀로 걷고 있었습니다.

숲속의 정적을 걷어내듯 스적스적 걷고 있는 스님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 셔터를 눌렀습니다.

찰칵 소리에 놀란듯 스님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습니다.

눌러 쓴 밀짚모자조차 버거운냥 무척 창백하고 매마른

모습이었습니다.

홀로걷는 길을 방해한다는 경직된 표정으로 지그시 나를 건너다 보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합장 반배하고 다가가자 이윽고 경직된 표정이 스르르 풀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스님, 사색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오. 덕분에 둘이 걷게 됐는걸요.”

“항시 이렇게 홀로 산책하시나요?”

“아니오, 오늘만 빼놓고…….”

스님의 대답은 매우 간단명료했습니다.

어디서, 왜, 무엇 때문에 왔는지 묻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물을 필요도 없이 스님은 벌써 돌아오는 대답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스님의 사색에 방해가 될까봐 묵묵히 스님을 뒤따라 걸었습니다.

침묵의 여백이 이렇게 가슴을 충만케 하는지 비로소 그때야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말없는 말로 침묵의 여백을 가득 채워놓고 있었습니다.

침묵의 끝을 잡고 한참 걷다보니 두 갈래 길이 나왔습니다.

한 길은 산 위로 난 길이었고 한 길은 산 아래로 난 길이었습니다.

발길을 멈춘 스님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산 위로 난 길을 따라 사라져갔습니다.

스님이 사라져간 숲길 위에는 침묵의 여운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결코 홀로 걷는 것이 아닌, 침묵으로 관조하는 아름다운 세상과 함께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About 조한진 (11 Articles)
△도예가 △명상원 숲이야기 마을 촌장 △동대국문과 졸업 △정음문화사, 진영사 출판 담당 편집장 △주간 사실뉴스 편집장 △잡지 불교매거진 발행 △인터넷 한국불교방송 운영 △불교 관련 언론에서 근무하다 현재 강원도에서 도예와 다도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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