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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위한 한반도 정책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에서 9·19, 2·13, 10·3 선언 등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 폐기를 하는 대신 북미·북일 관계 개선, 동북아의 평화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은 있어도 남북한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들어가 있지 않다. 이는 북한 및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를 남북한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국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준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당사자로서 비핵-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작성해 미·중·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4자 정상이 종전(평화)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것을 제언한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상호 양보와 타협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남북한 관계로 끌어들여 핵 문제 해결에 재를 뿌리고 남북한 관계도 중단되는 등 정책적 한계를 조장한 바 있다. 한국이 아무리 북한 핵 문제를 강조하고 북한 핵의 남한에 대한 위협론을 퍼뜨려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실패에서 교훈을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보다 효율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 문제는 6자 회담을 재개해 국제사회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남북한 관계는 핵 문제와 별개로 추진하는 것이 지금의 복합적인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 싼 난제를 풀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진=청와대

한반도 문제 해결 위한 투 트랙 정책

-핵문제 해결과 남북한 관계 병행 추진해야

김계동 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 kipoxon@hanmail.net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대북정책의 과제는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그리고 이러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관계개선을 추진해야 하는가. 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가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의 핵심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하는가? 남한과 국제사회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가?

25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북한의 핵무기의 개발과 보유의 의도를 보면 남한과의 대치 상태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카드보다는 국제사회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극복하면서 북한의 안보적 위상을 고양시키기 위한 카드임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안보와 위상을 생각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에서 핵문제를 다루는 것을 회피하고 있으며,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자존을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시작되면서부터 북한의 핵문제와 남북한 관계를 연계시키는 정책을 펼쳤다. 1993년 3월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으로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김영삼 정부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남북한의 경협을 중단하겠다는 ‘핵-경협 연계 원칙’을 발표했다.

1989년부터 시작된 남북경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사업을 하고 있던 기업들은 이 정책에 불만을 표했으며, 임·가공을 비롯한 간접교역은 그대로 유지했다.

김영삼 정부의 핵-경협 연계 원칙은 이후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건너 뛰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원칙으로 연결됐고, 다음의 박근혜 정부도 이 정책과 연결되는 대북정책을 취했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의 북핵-대북정책의 연계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북핵-대북정책의 연계는 차이점이 있다.

김영삼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 원칙을 고수하며 북핵 문제의 해결은 미국과 북한의 협상을 따르겠다는 의존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반해 이명박 정부는 ‘비핵개방 3000 원칙’을 발표하는 등 북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대북정책의 조건으로 삼으면서 남북한 관계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발전시켰다.

“이명박 정부, 핵 문제로 남북한 관계에 강경 대치와 충돌만 야기”

더구나 북핵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등장 이전부터 지속되어 온 문제이고, 이명박 정부 등장 직전인 2007년 10월 3일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를 위한 10·3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남한의 독자적인 북한 핵 정책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남한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핵 문제를 남북한 관계 개선의 주요 조건으로 삼으면서 남북한 관계의 강경 대치와 충돌만 야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북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북핵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정권 초기에 중국과의 관계 발전에 북핵 문제를 교묘하게 대입시키면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단절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확대 포장해서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해석하는 등 우리의 외교가 승리한 것과 같은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한국 정부는 중국의 외교적 수사(Rhetoric)를 확대 해석해 대중국 외교의 실패를 자초했고, 결국은 미국의 불만을 자초하고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핵 문제와 통일 문제를 매개로 중국에 접근하는 대중외교가 실패한 것이다.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달리 노무현 정부는 북한 핵 문제와 남북한 교류·협력의 병행정책을 추진했다. 2002년 10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제2차 핵 위기는 남북한 관계와 관련 없이 미국과의 갈등의 결과로 등장했다. 오히려 당시는 2000년 남북한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한의 밀월 관계가 유지되고 있던 시기였다.

“박근혜 정부는 대중국 외교 실패”

노무현 정부는 핵 위기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해 남북한 관계의 최고 성과라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을 설립하고 정상회담도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문제가 지속되고 있던 기간에 남북한의 관계는 유지되며 금상산 관광과 개성공단 설치 등이 이뤄진 것을 보면, 북한의 핵문제는 시작과 전개과정에 있어서 남북한 관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제1·2차 북한 핵 위기가 발생한 시점과 동기를 보더라도 북한의 핵 문제는 남북한 관계와 관련이 별로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1993년 3월 북한의 NPT 탈퇴 선언에 의한 제1차 핵 위기는 1990년부터 남북한 고위급회담을 개최했고, 이의 결실로 1991년 남북한 기본합의서가 체결된 이후 남북한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되고 있을 때 발생한 사건이다.

또한 2002년 10월의 제2차 핵 위기도 2000년 6월 남북한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이 최고의 관계를 구가할 때 발생한 사건이다. 두 차례 모두 북한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1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 북한 핵과 남북관계는 병행해야”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 회담에서 9·19, 2·13, 10·3 선언 등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 폐기를 하는 대신 북미·북일 관계 개선, 동북아의 평화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은 있어도 남북한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들어가 있지 않다. 이는 북한 및 국제사회가 북핵 문제를 남북한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국제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 준다.

그런데 유독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남북한 관계로 끌어들여 핵 문제 해결에 재를 뿌리고 남북한 관계도 중단되는 등 정책적 한계를 조장한 바 있다. 한국이 아무리 북한 핵 문제를 강조하고 북한 핵의 남한에 대한 위협론을 퍼뜨려도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점을 박근혜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실패에서 교훈을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 핵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보다 효율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 핵 문제는 6자 회담을 재개해 국제사회에서 해결하도록 하고, 남북한 관계는 핵 문제와 별개로 추진하는 것이 지금의 복합적인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 싼 난제를 풀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계동
1953년 11월 9일 출생. 서울 중앙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통일연구소 교수 등을 거쳐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교수로 근무했다. 한국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한국전쟁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국가정보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는 『국제관계와 세계정치』(2013), 『한반도 분단, 누구의 책임인가?』(2012), 『북한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협상과 도전의 전략적 선택』(2012), 『한미관계론』(2012), 『현대외교정책론』(2012, 제2판), 『현대유럽정치론: 정치의 통합과 통합의 정치』(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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