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권력의 구조조정
정치 법치화와 민주화 위해 정치권 정화 필요…완력으로 하면 그건 나쁜 혁명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구조조정
정치 법치화와 민주화 위해 정치권 정화 필요…완력으로 하면 그건 나쁜 혁명
감격사회 288호
2018.07.12.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 교수
6월 13일 지방선거가 애초에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충격을 정치권에 안겨주면서 정치권의 강력한 구조조정과 대개혁을 요구하는 주권자의 명령이 하달되었다. 정치권은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에서 밝힌 내용을 가슴에 새기며 국민의 명령의 진의를 똑바로 파악하여 실천에 옮겨야 할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정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시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
정치가 국민 걱정하는 시대 만들어야
그러기 위한 여러 전제가 있겠으나 가장 화급한 것은 정치권의 구조조정을 통한 대개혁이다. 이 외에는 차선도 차악도 답이 없다. 오직 정치권의 개혁만이 나라를 살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정치발전을 이룩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전반적 개혁을 선도함으로써 국가개혁을 완성하고 선진국으로의 자연스러운 진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세월을 회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우리나라 헌정사상 국민의 신뢰를 받은 요순정치의 시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늘 정치불신·정치퇴행에 정치무용론이 뇌리에 남아 있을 뿐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진리를 깊이 깨닫고 일신의 영달이나 사리사욕이 아닌 공의의 시각과 정신으로 정치권의 구조조정을 통한 대개혁에 정치권이 셀프개혁을 통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때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뒤집기도 한다
정치권의 퇴행의 원인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정치의 몰 법치 반 법치에 기인한다고 본다. 정치와 법은 매우 밀접한 관계이다. 정치가 법을 만들지만 그 정치는 법에 구속되어야만 하는데, 정치는 법에 구속되기를 거부하거나,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비일비재하다. 사실 국민의 법에 대한 불신과 경멸의 상당부분은 정치권의 법 무시 내지는 법 불신에 영향 받은 바 크다.
정치의 법치화, 정치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정화가 필요한데, 이러한 정화 과정을 완력으로 하면 그건 나쁜 혁명이다. 정치권의 정화를 위해서는 정당의 민주화, 선거의 민주화, 주민자치의 민주화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치제도의 선진화와 정치절차의 민주화가 합성(혼융)될 때 정치권의 온전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최근의 정치적 대 격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그러한 사회구조의 시스템 확립을 위해 정치권의 구조조정을 통한 대개혁은 필수적인 것이다.
정당구조의 민주적 개혁
첫째, 정당구조의 민주적 개혁이다. 정당이 붕당이나 사당처럼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구조 하에서는 엘리트의 영입이 불가능하다. 끼리끼리 붕당적, 분파적으로 독식하는 정당 구조 속에 어느 누가, 어떤 청년이 정치권에 발을 담그려 하겠는가?
지난 지방선거 출마자의 면면을 바라보면서, 어느 정치결사체를 불문하고 과연 저 후보가 투표권자의 눈높이에 적합한 후보일까? 아무리 선출직이기 때문에 표만 많이 얻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단 일 푼어치의 전문성도 없이 그저 자기 주군(?) 곁을 잘 지켰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광역이건 기초건, 단체장이건 의원이건 공천을 받거나 당의 이름을 팔려서 주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모습에 주민은 과연 수긍을 할까?
공천은 정치결사체(정당)에서 하지만 그 직무는 주민을 위한 것인 만큼 철저하게 적재적소의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는 인사의 최소한의 기본원칙도 몰각한 체 공장에서 물건 출하하듯 정당의 라벨을 붙여서 마구 찍어내면 주민의 입장에서는 현행 선거구조상 누구든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적임자가 없더라도 차악의 후보를 선택하게 된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강호에 널리 산재한 하 많은 준재들이 그러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들어 갈 수가 없도록 해 놓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짜고 치는 고스톱 놀음판처럼 끼리끼리 챙기는 먹이사슬구조의 선거판에서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공의로운 공복후보자가 선택될 수 있도록 선거법•정당법은 물론이고 당 내규를 개혁하여 전문성, 봉사정신, 희생과 헌신으로 무장된 정의의 사도다운 반듯함의 시민이 정치권진입이 가능하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정지지도자가 정당운영권도 공천권도 자기 사유물이라 생각하고 엿장수 마음대로식의 칼을 휘두르는 한 정당개혁은 불가하다. 그런 안하무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희망은커녕 절망과 좌절을 느낄 뿐이다. 관련 상하위법을 모두 시대정신에 맞게 손질하여 시민과 정당이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후속세대 양성
둘째,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후속세대 양성이 필요하다. 한 번 정치권에 입문하면 사라질 줄 모르는 정치중진들의 노탐은 정치퇴행의 으뜸 원인이다. 시대가 변해도 얼마나 변했는데 동아줄처럼 부여잡고 정치권을 떠나기를 거부한다면 정치발전은 없다.
스스로 때를 찾아서 영예로운 은퇴를 통하여 후세대에 길을 터주는 것이 맞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떤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헌법정신에 의할 때에도 정치의 세습이나 정치의 사유화 사고는 납득하기 어렵다.
여야 할 것 없이 단순한 나이에 따름이 아닌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자 또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정치를 하여 국민에게 피해를 준 자는 물러나야 한다. 기업이나 종교계의 세습에 대해서는 혹독히 비판하면서도 광의의 정치세습에는 스스로 눈감아 버리는 정치권의 이중 잣대가 야속할 뿐이다.
청년이 대거 정치권에 진입하여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부정과 비리와 담을 쌓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면서 정치선진화를 통한 국가선진화를 선도할 수 있는 문화와 규범의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정파를 불문하고 오랫동안 별 성과도 없이 정치권을 깔고 앉아서 사유화(?) 한 정치인은 이제는 자리를 비켜 설 때이다. 후계를 키우지 않는 현행 정치판의 엄연한 현실을 직시할 때, 스스로 치고 나가는 21세기적 40대 기수론이 그리워진다.
정치지형의 재편
셋째, 정치지형의 재편이 필요하다. 양당제다 다당제다가 문제가 아니라 왜 정당을 만들었으며, 정당이라면 그 정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이념도 목적도 불투명한 상태에서 지도자의 동정에 따라 당이 생멸한다면 이건 아니다. 정당은 정치지도자의 성향이나 파워에 따라 모이는 곳이 아니라 정책이나 이념·이상에 따라 모이는 곳이다. 정당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면서 그들의 정강정책에 맞추어 정책별 공조나 대결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공의에 의한 국리민복의 답을 찾아 나서며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옳다.
현재와 같은 지연이나 혈연 등으로 이루어진 이합집산형 정당, 별로 구별이 안 되는 자들끼리 그들만의 필요에 의해함께 하는 맹탕의 정치적 동거 등은 주권자의 판단을 혼란하게 한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와 정당구조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정계대개편이 필요하다.
특권적 권력 내려놓고 봉사직·명예직으로 전환해야
넷째, 정치권의 거의 독점적인 입법권을 포함한 무소불위의 특권적 권력을 다 내려놓아야 하고, 정치인은 권력직이 아닌 봉사직·명예직의 성격을 띄어야 한다. 윤리의식이 있는 고품격의 선량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의무이행이 불가한 정치인은 과감히 퇴출시킬 수 있는 입법적 구조가 필요하다. 이 역시 선거제도의 변혁이 동반되는 문제이다.
동네 골목대장이나, 무위도식하면서 등산로나 약수터에서 잔뜩 악수만 하고 다니는 행사장 떠돌이전문 인물이 등단하는 정치권이어서는 안 되며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영입하여 정치권의 격을 높여야 할 것이다. 단체장은 집행기관이지만 정치권의 임무 중 하나가 감시권인데 현재와 같은 무지몽매한 맹탕(?) 선량들이 절대다수인 상태에서 행정권의 감시를 실질적으로 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이다. 여기에서 토호 비리가 싹트게 되는 것이다.
가렴주구 일삼던 사또보다 훨씬 나쁜 흡혈귀
최근 정치권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정부예산은 물론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그것도 비윤리적인 동반자 대동 외유성 해외시찰이나 입법 활동을 다녀 온 자가 너무 많아 그 옥석을 가려내지 못할 지경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이 국민의 선량이란 말인가? 이들은 가렴주구를 일삼던 사또보다 훨씬 나쁜 흡혈귀들이다.
이에 해당하는 자는 모두 퇴출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지방의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은 너무나 당연시 되어 돌아가며 갈라먹기식 관광상품화 된지 이미 오래다. 지역구에 천재지변이 났는데도 동부인하여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니는 자들이 시민의 선량인가 강도인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요체는 정치대개혁이다. 정치권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역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용상
동국대 법과대 교수. 동국대 법과대학장과 법무대학원장,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한국법학원 부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정부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흥사단 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정책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 이 글은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 운영하는 ‘감격사회(감사와 격려로 사랑을 회복하는 칼럼공동체)’ 칼럼을 사람과사회™에 함께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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