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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정상회담 후 北 비핵화 논의

"폼페이오 재방북과 함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과 조만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은 ‘북 비핵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필자가 트럼프 시대에 북미 양측의 제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미국의 제안은 ‘선(先) 북한의 비핵화 조치, 후(後) 미국의 보상’이라는 종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행동 접근’과 배치되기 때문에 북한은 수용할 수 없었다. 따라서 북한은 지속적으로 ‘새롭고 구체적인 셈법’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공은 다시 미국 코트로 넘어가 있어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있으려면 미국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를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셈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해법으로 ‘단계적 이행 접근’과 ‘실용적인 외교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 방안이나 북핵 해법 로드맵을 공개한 적은 없어 유감스럽다. 사진=청와대

평양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뒤 손을 들고 있다. 2018.09.20,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정상회담 이후 北 비핵화 논의
-핵 사찰의 중요성과 주요 방식

최정현 | 해군 중령 jounghyun_choi@hotmail.com
한국해양전략연구소 2018년 10월 9일

지난 9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인 북미 회담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기 그지없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다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사찰 수용 여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합의문에는 분명 ‘핵사찰’ 단어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인 폐기”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적인 폐기”는 그 폐기의 ‘영구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체로 공신력을 갖춘 전문 기구와 인력에 의한 사찰을 필요로 한다. 영변 핵시설은 차치하고라도 동창리 시설에 대한 사찰만으로도 핵사찰의 일환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핵탄두의 운반 수단이 되는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지원하는 시설은 핵군축 절차에서 그 자체로도 신고와 사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얻은 각종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비핵화’의 정확한 개념과 범위에 대해 당사국 간 합의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비핵화’ 개념에 대한 당사국 간 합의는 군축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첫 단계 과정이다. ‘비핵화’의 수준과 범위·방법 등 그 개념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북 비핵화 협상의 지향점이 설정되고 이에 따라 후속적인 세부 쟁점들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군축조약 합의를 위한 협상에서는 상호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개념이나 용어들을 먼저 통일시키는 작업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핵화의 개념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협상과 합의들은 일순간에 무너질 취약성을 항상 안고 있다.

한편, 이번 합의문에 담긴 문구 속에 북한은 미국의 상응한 조치가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조치를 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한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협력의 수준과 규모를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이루기 위해서는 핵동결·불능화·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와 핵시설 폐쇄, 그리고 이를 시행하기 위한 신고서 제출과 사찰수용을 통한 검증이행 등 실로 다양하고 광범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은 이번에 이중 한 요소인 핵동결을 위해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의 한 부분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한 것이다. 그것도 영변에 있는 핵시설 전부를 명시한 것도 아닌 데다 폐기를 약속한 것이라기보다 폐기에 대한 ‘용의’를 제시했다. 만약 북한이 부분적인 핵동결에 대해서도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향후 실제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과거핵)에 대한 폐기의 협상 단계까지 고려할 때 험난한 항해가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에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미국이 살라미식 핵군축 협상을 추구하는 북한에 대해 핵신고서와 비핵화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먼저 합의하라고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핵화의 과정이 되는 ‘핵사찰’에 대해서는 앞으로 북한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견을 좁혀나가며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북한은 ‘참관’ 그 자체를 ‘사찰’ 내지 ‘검증’의 대체물로 인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도 북한이 공식적인 합의문에 ‘핵사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찰’이니 ‘신고’니 하는 용어들에 내포된 부정적 뉘앙스, 즉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절차에 순응하는’ 듯한 어감이 체제 결속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그간 INF(중거리핵전력폐기) 조약으로부터 START(전략무기감축)를 거쳐 New-START에 이르는 핵군축 조약들, 과거 구소련 해체로 인해 위성국들에 산재해 있던 핵무기 폐기 프로그램(일명 ‘넌-루가법’(Nunn-Lugar Act)과 이의 추진을 위한 ‘협력적위협감소’(Cooperative Threat Reduction) 프로그램, 리비아와 이라크의 비핵화 등 그간 수 십 년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미 상당 수준의 정형화된 ‘핵사찰’ 개념과 절차를 가지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이미 정립된 국제 표준으로서의 핵군축 프로토콜(이행절차)을 북한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검증은 크게 인공위성·레이다·각종 정찰 자산 등 첨단기술에 기반을 둔 국제·국가기술수단(ITM·NTM)을 활용함으로써 원격 감시하는 간접적인 방법과 ‘사찰’이라는 훈련된 인적 자원을 활용한 직접적인 방식으로 나뉜다. 이중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조명되는 ‘핵사찰’에 대하여는 크게 다음의 다섯 가지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기초사찰(Baseline Inspection)로 북한이 양국 간 합의한 내용에 부합하는 세부 신고 목록을 제출할 경우 이를 바탕으로 특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신고한 내용의 신뢰성을 정확성과 완전성 측면에서 확인하는 사찰이다. 이 사찰은 양국 간의 합의가 발효되는 즉시 시행되며, 이 사찰을 위해 북한에게 요구되는 신고 내용으로는 (1) 핵탄두의 종류와 숫자, 이를 보관하고 있는 부대 또는 시설의 구체적인 위치, 부대·시설의 요도, 핵무기의 유형별 전·후·좌·우 측면 사진 및 각종 제원 자료, (2)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추진단·이동발사대·발사대 운반차량·직립장치 및 발사스탠드·발사를 지원하는 지원구조물과 추진체 탱크 등 지원 장비 및 시설 일체에 대한 자료, (3) 핵무기 개발에 사용된 핵물질 농축 및 재처리 공정 관련 시설 및 추출된 핵물질의 양과 보관장소, (4) 제반 핵 개발 시설 관련 상세 정보, 그리고 (5) 핵 개발에 종사된 인원현황 및 개발까지의 상세한 공정을 기록한 작업일지 등이 포함될 것이다.

둘째,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조립시설 등 핵심 시설에 사찰관이 상주해 상시 출입 상황을 감시하는 ‘상시출입구감시사찰’(Portal Monitoring)이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절차와는 별개로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핵 관련 시설이나 탄도미사일과 연관되는 시설 중 일부를 계속 운영하고자 하고 이에 대해 당사국 간 합의할 경우 사찰팀이 해당 기지·시설에 지속적인 출입상태를 감시하는 사찰이다.

셋째, 형태는 핵무기 또는 핵과 관련된 장비들을 폐기하는 ‘폐기사찰’(Elimination Inspection)이다. 이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해당 시설 또는 지정된 장소에서 폐기하는 과정을 사찰관이 방문해 직접 육안으로 관찰하는 사찰이다.

넷째, 특정 기간이 경과된 후 북한으로부터 핵탄두와 운반체를 보관한 기지와 핵무기 개발시설이 정상적으로 전면 폐기됐다고 통보받게 될 경우 미국 또는 다국적 사찰팀을 통해 해당 기지의 완전 폐기, 즉 ‘폐쇄’ 상태를 확인하는 ‘폐쇄사찰’(Closeout Inspection)이다. 이번 합의문에서 북한이 합의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 그리고 “미국의 상응하는 조건이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모두 앞서 언급한 세 번째와 네 번째 유형의 사찰이 요구되는 행위들이다.

마지막 유형의 사찰은 ‘단기통고사찰’(Short-Notice Inspection)로 북한이 신고한 기지 및 시설 또는 미국이 의혹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특정 기지나 임의지역 등에 대해 매우 짧은 시간의 통고 후에 즉각적으로 입국해 시행하는 사찰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CVID 또는 PVID 차원에서 합의가 될 경우 위의 사찰 방식이 모두 사용될 것이지만 비핵화의 특정 국면에 머무를 경우 일부 형태의 사찰만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여부는 곧 비핵화가 ‘불가역적’(Irreversible)이고 ‘완벽히’(Completely) 또는 ‘영구적으로’(Permanently)’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검증’(Verification) 문제로 환원된다. 이번 합의는 북한이 동창리와 영변 일대에 대해 국제사회의 ‘사찰’과 ‘검증’ 앞에 문을 열기로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 폼페이오 재방북과 함께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과 조만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은 ‘북 비핵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정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와 영국 레딩대에서 박사 학위(전략학)를 취득했다.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에서 국제군비통제협력담당과 해상무기검증담당 업무를 수행한바 있다. 현재 해군본부에서 국제연락 담당(중령)으로 근무하고 있다. 국제기구·국제안보·군비통제·해양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외 관련 자료
• Kelsey Davenport and Alicia Sanders-Zakre, INAUGURAL ISSUE: The North Korea Denuclearization Digest, ArmsControl, October 03, 2018.
• Hyonhee Shin, Joyce Lee, North Korea’s Kim wants another Trump summit to speed denuclearization: South Korea’s Moon, Reuters, September 20, 2018.
• Nick Wadhams, Youkyung Lee and David Tweedk, U.S. Accelerates Talks With North Korea After Kim-Moon Summit, Bloomberg, September 19, 2018.
• Morton H. Halperin, Donald Trump’s Instincts Are Mostly Right on North Korea, His Advisors Are the Problem, 38 North, September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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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뉴스레터인 「KIMS Periscope」 제137호에 있는 것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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