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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02 遺産으로 남을 作品을 찾아라

[연재] 박정수,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002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미술시장의 규모는 한정되어 있고 매매되어야 할 미술품은 넘친다. 과잉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렇게 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 ‘될 만한 사람 찍어주자’는 구호 때문에 자라나는 여러 새싹이 죽어 나갔다."

“오늘 너무 재미있는 일이 있었어. 청계천을 지나오는데 내 그림이 80만원에 걸려 있는 것이야. 어떻게 구한 것이냐 물어 봤더니 어떤 사람이 팔고 갔다 그러데. 참 나, 80만원이 뭐야. 그럼 내 작품이 호당 8만원밖에 안 나간단 말이야? 얼른 사버렸지. 여기 봐. 내가 몇 해 전에 판매한 그림인 것 같아. 누구한테 팔았는지는 잘 모르지만 말이야. 그리고 엊그제는 김포공항을 갔었는데 내 그림하고 똑같은 게 있더군. 누가 내 도록을 보고 베낀 것 같아. 기분이 나빠서 주인한테 그랬지. 그림 내리라고. 뭐라는 줄 알아? 가짜가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거야.”

문화는 돈이 된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면, 영화 한 편이 중소기업 1년 매출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수출되기 때문에 돈이 된다고 대답한다. 바보 같은 대답이다. 문화가 돈이 되는 것은 정신문화 활동에 따른 새로운 창작성의 발현이 곧 경제적 효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연재 박정수,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002

사람과사회™
2018 여름·가을 제2권 제2·3호 통권 제6·7호
ISSN 2635-876X 82·83

遺産으로 남을 作品을 찾아라

박정수 정수화랑 대표

사람과사회는 박정수 정수화랑 관장이 쓴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BMK, 2007)를 간추려 연재합니다. 이 책은 ‘미술 재테크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미술과 재테크를 중심으로 쓴 책입니다. 현재 박 관장은 서울시 종로구에서 정수화랑과 현대미술경영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젊은 작가 후원과 지원, 아트 페어 참가, 좋은 작가 초대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사회 thepeopleciety@gmail.com

개인적 자신과 사회적 유산

한국미술협회원이 2만 명이 넘는다.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최소 개인전 1회는 열어야 한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개인전을 1회 이상 열었던 작가가 8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8만 명이라면 몹시 많은 숫자다. 8만 명의 미술인이 개인당 100점의 미술품을 생산해낸다면 그 8백만 점 중에는 국보급 작품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군이 이 정도라면 인간문화재 여럿 나와야 한다. 문화유산도 많아야 한다.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미술시장의 규모는 한정되어 있고 매매되어야 할 미술품은 넘친다. 과잉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렇게 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기게 마련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 ‘될 만한 사람 찍어주자’는 구호 때문에 자라나는 여러 새싹이 죽어 나갔다.

서로 될 만한 미술품만 찾다 보니 유산으로 남길 만한 작품들은 남들이 다 가져가버리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유산은 돈 가치로 환산되는 개인의 유산일 뿐이다. 우리는 진정한 예술을 담은 문화유산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헤아려보면 텔레비전이며 신문에 오르내리는 화가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언론 매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품 거래가 활발하다고 할 만한 작가는 고작해야 200 내외이다. ‘나머지’ 작가들이 너무 많다. 그 많은 작가들의 그 많은 그림들은 다 어디 있을까. 남은 자들의 슬픔이다.

그림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무척 많지만, 언론 매체에 등장하는 비싼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다. 우리나라 경매 회사 두 곳에서는 연일 미술품 상한가를 갈아치운다. 경매가 있다는 사실은 알아도 참여할 엄두를 못 낸다. 너무 비싸다.

여기서 거래되는 작품들 중에서 몇 점이나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을까? 경제적 가치로서의 유산은 가능하지만 사회적 유산으로 남을 수 있는 작품들은 얼마나 될지 모른다. 거대 자본이 수억 원, 수십억 원 넘는 작품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증하여 사회적 자산으로 되돌려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디에고 리베라와 파블로 피카소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는 ‘멕시코의 국보’라 부르는 화가이며 멕시코 현대 회화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리베라와 결혼한 프리다 칼로 드 리베라(Frida Kahlo de Rivera, 1907~1954)는 영화 『프리다(Frida)』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화가인데, 멕시코 국민 화가로 손꼽는다. 멕시코 공산당원이었던 그는 민중과 노동 계급에 봉사하는 것이 예술의 본분이라 생각하면서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가 그려낸 벽화는 보통 사람의 애환과 슬픔이 담겨져 있다.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의 멕시코 민중을 위한 작업이었다. 돈으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미술품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가 있는 특별한 미술품이다. 멕시코의 문화유산이다.

‘세기의 화가’라고 하는 피카소는 얼마만큼의 유산을 남겼을까? 회화 1,885점, 드로잉 7,089점, 판화 30,000점 등을 모두 합하면 4만5,000여 점에 이른다. 이 많은 작품의 가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 8,000억 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생전에 구입해 놓은 세잔이나 드가의 작품들, 예금 잔고, 부동산 등을 합하면 수조 원을 족히 넘는다.

피카소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무렵 전쟁에 위협을 느껴 프랑스로 귀화 신청을 한다. 당시에도 부자여서 귀화 신청서에 주택 임대료 2만7,000프랑과 전년도 세금 납부액으로 3억6,500만 원을 적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피카소의 공산당 활동 전력을 이유로 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피카소 작품들은 영원히 남을 20세기의 사회적 유산이다.

40 중반의 어느 화가는 말한다.

“나는 현재의 풍경을 그린다. 현재의 자연 풍경이나 도시 풍경을 화폭에 담아낸다. 내 작품이 100년이나 200년 후에는 풍속화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화가는 자동차를 그릴 때에도 어떤 차종의 몇 연식 승용차인가를 그려낸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의 그림은 최소한 귀중한 자료 역할은 할 것이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를 우리는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풍속이 그려진 미술품을 찾지 않는다. 2000년대식 풍속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남길 우리 시대의 유산

이제는 30만 원이 아니라 300만 원하는 미술품을 찾아보자. 300만 원은 몹시 큰 금액이다. 철저한 검증과 규정이 필요하다. 작가의 명성과 활동 성향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작품의 상태도 살펴야 한다. 미술시장에서 미술품이 유통되려면 액자가 더럽거나 그림에 약간의 흠집이 있어도 문제가 된다.

미술품은 개인 대 개인이 사고팔 경우 세금이 없다. 양도세가 없다. 2,000만 원이 넘는 작품을 매매할 경우 양도 차익의 1%를 납부하는 법안이 2003년 12월에 국회에 상정되었다가 폐기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보통의 화가들은 세금을 내고 싶어 한다. 내고 싶어도 작품 매매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낼 기회마저 없다. 이들의 꿈은 경매에서 5,000만 원, 10억을 부르는 예술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한다. 하루 8시간 법정 노동 시간을 지켜가며 화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이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작품의 소비자인 우리들이다.

30만 원 가격의 그림도 좋은 미술품이지만 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화가다. 300만 원 가격의 미술품은 개인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돈 가치 말고도 챙길 유산은 많다. 자녀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 미술품 감상이나 화랑가의 분위기를 찾는 정서 활동이 첫 번째 유산이다. 자녀와 함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하면서 부모의 능력을 보여줄 때 아이가 느낄 자긍심이 두 번째 유산이다. 좋은 작품을 구입하여 아이가 자랐을 때 가격이 올랐다면 그 자산이 세 번째 유산이다. 예술품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네 번째 유산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 유산이다. 문화는 돈이 된다고 한다. 왜냐고 물으면, 영화 한 편이 중소기업 1년 매출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수출되기 때문에 돈이 된다고 대답한다. 바보 같은 대답이다. 문화가 돈이 되는 것은 정신문화 활동에 따른 새로운 창작성의 발현이 곧 경제적 효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21세기는 새로운 창작의 시대다. 미술을 통한 창의성 개발, 이것이 곧 경제력이다. 미술에 투자해야 할 이유는 이렇게 많고도 크다. 그것이 사회적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Tipping Point
•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처럼 현재의 풍속이 그려진 미술품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 작품 선정에는 작가의 명성과 활동 성향, 작품의 상태 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 작품 매매는 작가들의 활동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귀중한 사회 문화적인 행위이다.
Step by Step
• 000년대인 현대의 풍속이 담겨 있는 미술품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
• 철저한 검증을 거쳐 300만 원하는 미술품을 찾아 구매를 시도해보자.
•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자녀들을 데리고 가서 우리 문화의 미래를 보여주자.

About 박정수 (5 Articles)
세종대학교 회화과,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다. 롯데화랑 큐레이터, (주)종로아트 관장, 갤러리가이드 편집부장, 베네주엘라 피아 국제 아트페어 한국관 커미셔너, 제38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미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나는 주식보다 미술투자가 좋다』, 『미술·투자·감상』, 『그림 파는 남자의 발칙한 마케팅』, 『아트 앤 더 마켓』, 『미술 읽어주는 남자: 독화(讀畵) 또는 감상(鑑賞)』, 『고흐, 공자를 보다』 등이 있다. 현재 한남대학교 겸임 교수, 정수화랑 대표, 미술 창작 스튜디오 ‘창작공간 광명’ 대표, (사)한국미술협회 전시기획정책위원장, 광명예술협동조합 이사, (사)한국전업미술가협회 미술평론 위원, 미술 전문 잡지 『아트앤피플』(Art & People)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아트컨설팅, 아트마케팅, 아트페어 참가, 기업 및 대학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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