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회™ 뉴스

‘참여’는 ‘변화’를 낳는다

“2020년 총선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변화의 시점이 끓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수도 있다”

변화는 무엇인가. 문득 2000년대에 들어선 후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우리 사회의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는 인식의 움직임이다. 인식이 변했다는 이야기는 자주 나온다. 인식의 변화는 어떤 현상을 낳을까. 인물, 정치, 세력, 권력, 성(性) 등 사람도, 사회도 변했다면 어디서 얼마만큼 변화가 일어났을까. 변화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변화를 위한 변화, 변화와 변화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특히 정치, 정당의 입지를 기준으로 변화를 살펴보고 싶었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만난 이유다.

정당의 변화는 새로운 정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과거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수 정당의 약진은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수 정당 중 정의당(대표 이정미)은 국회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일정한 힘’과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자연스럽다. 더구나 2019년 4.3 창원·성산 보권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교섭단체 자리를 얻게 돼 정의당의 입지는 더 커졌다. 김종민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을 거쳐 정의당에서 활동하고 있어 소수 정당과 정치와 정치인의 시각에서 ‘변화’를 이야기하기 좋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노회찬 의원 장례식장에서 잠깐 얼굴을 봤지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류 정당과는 다른 생각, 소수 정당과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이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

‘참여’는 ‘변화’를 낳는다

‘변화’와 ‘변화를 위한 변화’, 우리 사회는 ‘변화’했는가?

문재인 대통령, “4.3사건 해결,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챙기겠다”
이낙연 총리, “‘이제 됐다’ 하실 때까지 명예를 회복해드리겠다”
국방부, “제주4.3특별법 존중하며,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
제주도민 하민경, 예멘인 알마마리, “4월 7일 제주에서 ‘결혼’”

변화는 무엇인가. 문득 2000년대에 들어선 후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 우리 사회의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는 인식의 움직임이다. 인식이 변했다는 이야기는 자주 나온다. 인식의 변화는 어떤 현상을 낳을까. 인물, 정치, 세력, 권력, 성(性) 등 사람도, 사회도 변했다면 어디서 얼마만큼 변화가 일어났을까. 변화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변화를 위한 변화, 변화와 변화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특히 정치, 정당의 입지를 기준으로 변화를 살펴보고 싶었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만난 이유다.

김종영 weeklypeople@gmail.com

사람과사회™ 2018 겨울 2019 봄 제8·9호

T. S. 엘리엇은 사월이 잔인할 달이라고 했는데, 4월을 맞으면서 반가운 두 가지 소식이 들린다. 하나는 제주4.3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결혼식 소식이다.

2019년 4월 3일은 제주4.3사건 71주년이다.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봉기로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3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고, 이낙연 총리는 “제주도민께서 ‘이제 됐다’고 하실 때까지 4.3 진실을 채우고, 명예를 회복해드리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국방부가 “제주4.3특별법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 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한 것은 주목할 일이다. 아직 ‘사죄’에는 인색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71년 만에 국방부와 경찰이 ‘제주4·3’과‘ 무고한 희생’에 대해 유감과 애도를 표명했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주4.3사건 71주년 추념식과 난민과 결혼하는 소식이 주는 의미

“할머니는 물고기를 안 드세요. 부모, 형제가 모두 바다에 떠내려가 물고기에 다 뜯겨 먹혔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참으면서 멸치 하나조차 먹지 않았다는 사실도 저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죠. 할머니의 바다를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너무 미안해요, 할머니. 할머니 삶에 그런 끔찍한 시간이 있었고 멋쟁이 할머니가 그런 아픔에서 살고 계셨는지 몰랐어요.”

제71주년 4.3 추념식에서 8살 어린 나이에 4·3을 경험한 김연옥 할머니의 외손녀 정향신(23) 씨가 낭독한 할머니의 사연은 참석자들을 눈물짓게 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생각해야 할 일이다. 할머니의 ‘깊은 슬픔과 아픔’에 대해 잘 몰랐던 손녀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2019년 추념식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극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4.3 71주년, 어느 여대생이 평화공원 온통 울음바다 만든 사연’(제주의소리, 2019.04.03)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제대로 몰랐거나 숨겼던 역사적 사실과 진실을 ‘확인했다’는 것은 ‘변화’와 ‘인식’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사건이자 전환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하민경 씨와 예멘인 모함마드 알마마리 씨가 2019년 4월 7일 제주에서 전통 혼례를 치른다고 허핑턴포스트가 보도(예멘 난민 ‘아민’, 제주도민 ‘와르다’를 만나 결혼하다)했다. 알마마리 씨는 내전을 피해 2018년 제주로 온 예멘인 중 한 명이다. 하 씨는 제주시 용담2동에 있는 할랄 음식점인 ‘와르다’ 사장이자 주문과 서빙을 맡았고, 알마마리 씨는 요리를 담당했다. 음식점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된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2018년, ‘한국 사회는 난민을 혐오하는 감정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던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결혼은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소수 정당이 한국 사회에서 떠오르는 이유를 생각하다

정당의 변화는 새로운 정치 가능성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과거와 달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수 정당의 약진은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수 정당 중 정의당(대표 이정미)은 국회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일정한 힘’과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자연스럽다. 더구나 2019년 4.3 창원·성산 보권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교섭단체 자리를 얻게 돼 정의당의 입지는 더 커졌다.

김종민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을 거쳐 정의당에서 활동하고 있어 소수 정당과 정치와 정치인의 시각에서 ‘변화’를 이야기하기 좋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여름에 처음 만났다. 노회찬 의원 장례식장에서 잠깐 얼굴을 봤지만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두 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류 정당과는 다른 생각, 소수 정당과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정치인이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고 구청장과 국회의원에도 나간 적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정말 재미있게 했다. 다이내믹하고 의미가 있었다. 후보는 여러 번 했는데, 2004년 서울 용산구의원 재보궐선거부터 시작했다. 2006년, 2008년, 2012년에는 서울 용산구청장에 입후보했고, 2016년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서울 강서 병)에 출마했다.

▲만나게 돼 반갑다. 본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89학번이다. 386세대 중 끝 세대다. 당시 선배들은 민주화와 젊은 피 수혈 등이 화두였던 때라 정계에 입문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 운동을 하면서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2002년 민주노동당 용산구위원회 조직국장 시절 재개발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을 도우면서 정치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을 했다.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일반 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과 같다.

▲정의당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지율보다는 정의당이 갖고 있는 것, 새로운 것을 알리자는 생각을 많이 했고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정의당은 초기에 심상정, 노회찬 등 두 사람을 많이 알고 있고 인지도가 낮았다. 정의당도 새로운 인물을 찾고 육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데에 의미를 뒀고 정당 투표율을 높이자는 생각도 많이 했다. 서울시장 선거도 이 같은 측면을 감안했고, 이런 면을 본다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외적으로는 정의당 투표율을 높이자, 자유한국당(자유당)을 꺾어보자는 것도 있었다. 내적으로는 최소한 3당은 되고, 자유당에 육박하는 정당이 되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광역단체장의 전국적인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이 점은 한계가 많다고 본다.

“386세대 중 끝 세대다. 당시 선배들은 민중화와 젊은 피 수혈 등이 화두였던 때라 정계에 입문하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사회 운동을 하면서 사회 변화에 참여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선거에 여러 번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고 구청장과 국회의원에도 나간 적 있다. 서울시장 선거는 정말 재미있게 했다. 다이내믹하고 의미가 있었다. 후보는 여러 번 했는데, 2004년 서울 용산구의원 재보궐선거부터 시작했다. 2006년, 2008년, 2012년에는 서울 용산구청장에 입후보했고, 2016년 총선에서는 국회의원(서울 강서 병)에 출마했다.

▲2004년 처음 정계 입문을 시작한 것을 기준으로 약 15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변한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 개인적인 것과 정치, 정당 등을 포함한 변화를 포함해서 이야기를 해도 좋다.

정당만 봐도 달라진 게 있다.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했는데, 통합진보당으로 모였다가 ‘큰 일’을 겪은 후 정의당으로 다시 모였다. 이런 변화 한 복판에 서 있었다. 2004년 당시 민노당은 이념적 성격이 있는데, 말하지면 스스로를 활동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시민 활동가, 노동 활동가 등 소위 ‘운동권’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다수였다. 반면 정의당은 민노당에 비하면 활동가는 적고 평범한 시민의 참여가 늘었다. 이들은 민노당이 생각하는 개혁적인 성격보다는 유럽처럼 더 좋은 복지 국가 형태로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다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 주변과 정당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런 변화를, 이를 테면, ‘판이나 틀이 커졌다’ 또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봐도 좋은가?

전체적인 당원의 수나 활동 영역 등은 좀 줄어든 것 같다. 정당 당원의 수, 당원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 등이 줄었다는 의미다. 민노당은 의원이 10명까지 있었다. 그렇지만 정의당의 내적 영향력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진보 정치가 부침(浮沈)이 많았던 만큼 분열도 있었고, 그래서 좌초(坐礁)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 정당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폭 넓은 인지도와 호감도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인지도, 신뢰도, 긍정적인 시각이 높아졌다는 것인데, 이런 변화는 진보와 진보 정당을 인정하는 인식 전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국민이 진보 정당의 존재 이유를 거의 대부분 인식하고 인정해주는 것 같다. 옛날에는 제3정당을 말할 때 왜 꼭 진보 정당으로 해야 하느냐고 말했는데, 지금은 정의당이 필요하다, 진보 정당도 필요하다고 인정해준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으로 이를 ‘제3정당 효용론’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꼭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제3정당이 정치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많다. 제3정당론은 안철수 전 의원도 자주 이야기했던 것이다. 중도보수, 중도개혁 등을 많이 이야기했는데,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본다.

진보 쪽 당에 있는 사람은 꿈을 꾸는데, 사회가 일정한 진보나 개혁의 방향으로 가려면 정의당과 민주당이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이 정책 대결을 통해 국민의 삶을 이끌어가는, 보수와 진보가 양립해서 끌어가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가 조금만 왼쪽으로 움직여서 개혁과 진보가 정책 경쟁을 하면서 보수가, 과하게 표현하면, 제3정당이 되는 시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정의당이 집권을 하거나 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진보 정당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새로운 당을 만들 게 아니라 개혁에 힘을 실어주면 되는데, 왜 나와서 개혁 진영을 분열시키고 표가 나눠지는 행동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이야기는 상당히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서 ‘야권 단일화’는 거의 나오지 않고 사라진 것 같다.

변화가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일으킨 것은 무엇보다 촛불혁명이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불공정한 기득권, 부정한 권력에 대한 일침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정치적 효능감’을 높였다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집회에 나오면 변한다’는 것을 직접 겪은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가 바뀌고 국회가 바뀌는 것을 참여에서 찾은 셈이다. 말하자면, ‘참여하면 변한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전에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정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꾸면 바뀐다는 인식이 아주 커졌다.

“우리 사회가 달라졌어요!”

▲사라졌다는 이야기, 이 말은 의미가 깊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사라진 게 아니라 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변화는 ‘극보수’가 있듯이 ‘극진보’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극보수나 극진보를 싸잡아서 ‘극보수도, 극진보도 모두 나쁘다’고 평가해버리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인식이나 표현의 비중이 갈수록 줄었다. 이는 사라진 게 아니라 방금 이야기한 현상이 떠오르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또 그렇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가 새로운 힘을 얻고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현상은 정치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문화의 변화, 사회문화적인 변화, 포용과 소통과 대화와 이해도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15년을 기준으로 보면, 시민의 삶이나 소속감이라는 측면에서 양당 체제를 중심으로 구성이 됐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은 개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본다. 이는 가치 기준이나 인권, 행복, 노동시간 등 여러 가지 논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변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노동자가 노동 시간을 52시간을 줄이자고 정치적 구호일 뿐이지 현실에서는 잔업, 특근 등을 더 많이 해서 월급이 많아지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수입이, 월급이 많아진 후 노동 시간을 단축하자는 논의가 필요하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정치적 효능감’을 높였다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집회에 나오면 변한다’는 것을 직접 겪은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가 바뀌고 국회가 바뀌는 것을 참여에서 찾은 셈이다. 말하자면, ‘참여하면 변한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또 오로지 수입이 조금 늘어나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은 빠르게 줄어드는 것 같다. 약간 오르는 월급보다는 복지 등 필요한 것을 찾아 혜택을 누리거나 자기만의 행복한 삶을 찾으려는 인식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홍준표·김성태 전 자유당 대표 언행을 예로 들자면, 부자연스럽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많이 하자 선거 때 같은 당 후보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같은 정치와 정치인의 모습은 예전과는 다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런 형태나 인식을 정치에도 적용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명하기에 좋은 예가 있나? 전에는 부자연스럽거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지지를 호소했는데, 현재에는 도리어 역효과를 내거나 때에 따라서는 거부감 내지 비판 대상이 됐다. 이는 시대와 인식이 변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이 같은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공감한다. 변화가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일으킨 것은 무엇보다 촛불혁명이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불공정한 기득권, 부정한 권력에 대한 일침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정치적 효능감’을 높였다는 것이라고 본다. ‘내가 집회에 나오면 변한다’는 것을 직접 겪은 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치가 바뀌고 국회가 바뀌는 것을 참여에서 찾은 셈이다. 말하자면, ‘참여하면 변한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전에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정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바꾸면 바뀐다는 인식이 아주 커졌다.

두 번째는, 당이 다르지만, 문재인 대통령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적폐 등 개혁해 나갈 것을 하나씩 바꾸고 있다. 그러면 국민 입장에서는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의 압승은 한 축에서는 변화한 시대를 고민한 것이고 다른 한 축에서는 잘 하는 것은 지지해준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권위적,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소통하려는 모습, 그러니까 전직(前職)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은 정치인이 좋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바라는 것 같다.

▲정치와 정치인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했는데, 정의당에 초점을 맞출 경우 정의당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정의당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을 함께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정치는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룰은 거대 양당에게 유익한 것이라고 본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에 가장 뒤늦게 반응하고 변화도 더딘 곳이 거대 양당이다. 반면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은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다. 그래서 민감하고 빨리 변할 수밖에 없다. 언론도 양대 정당에 관심이 많지 소수 정당의 이슈나 관심사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소수 정당은 이런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것에 민감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은 장점이라고 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은,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다양성과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대선(제19대 대통령 선거) 때 심상정 후보는 6.2%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6.2% 지지는 정권 교체가 가장 큰 열망이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에게 표가 쏠릴 수밖에 없는 구도였는데, 심 후보가 받은 6.2%는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심상정 후보가 맞다고 생각한다’는 확고한 유권자가 있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3%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로 볼 수 있다.

정의당이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1% 수준이었다. 그런데 3%에서 6%로 늘었다. 그 이유는 정권 교체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정치인의 입성’, ‘내가 속에 갖고 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정치인’을 바라는 3%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이번 선거(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느낀 것인데, 약 10%는 이 같은 생각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것 같다. 예전과 달리 내 표가 사표(死票)가 되더라도 지지하겠다는 인식이 많아졌다고 본다. 아울러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정의당은 변화된 유권자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안성맞춤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눈치를 안 보고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의제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정당이다. 주요 정당은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지만 소수정당, 정의당은 다가올 미래와 변화에 앞서가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지지율은 크게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정의당이다.

▲정의당이 생각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게 있나?

정의당은 변화된 유권자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안성맞춤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눈치를 안 보고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의제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정당이다. 주요 정당은 실질적으로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지만 소수정당, 정의당은 다가올 미래와 변화에 앞서가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당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의 지지율은 크게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의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는 게 정의당이다.

거대 당(민주당이나 자유당)은 집권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소수 정당과 비교하면,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움직임이 둔한 면도 있다. 인권, 생태(환경이나 녹색이라고 표현했던 것), 외모 지상주의, 몰래카메라, 성폭력, 청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청년 이슈는 일자리, 지원, 주택 등이 중요한 포인트다. 청년들은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대부분 마트보다는 편의점을 가고,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선호한다. 그러기에 역세권을 선호한다.

그러나 주거비가 수입의 50~6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하우스푸어(House Poor)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기에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을 역세권에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땅이나 건물을 갖고 있는 주인들은 이를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가격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인데, 이는 과장 또는 왜곡 현상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본다. 어떤 경우에는 이를 이용하려는 소수가 반대 여론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청년이 들어와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Hot Place)가 된다. 물론 중장년층이 있어야 더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청년이 함께 하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자는 입장을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게 아니다. 주류 정당은 이 같은 문제에 소수 정당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깊이 있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변화된 유권자의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안성맞춤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눈치를 안 보고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의제를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정당이다.”

이 같은 문제는 복합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문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이다. 그러기에 국가 차원은 물론 서울시도 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켄 리빙스턴(Ken Livingstone)이라는 사람이 있다. 영국의 좌파 정치가다. 영국은 20년마다 플랜을 수립한다. 그는 런던시장으로 재직할 때 자신의 정책과 노선을 구현하기 위해 다른 한 쪽을 버리면서 런던플랜을 짰다. 자신이 물러나더라도 시의회 인준 등을 거친 런던플랫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전략적 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정책과 노선에 맞춰 하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런던에 중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과감히 일부를 포기했다. 덕분에 다른 당이 집권해도 런던플랜을 인정하고 그 연장선 안에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긴 안목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전략적 플랜이 필요하고 또 이를 위한 협치가 필요하다.

정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제 직접 참여를 요구하거나 공간을 열기도 하면서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한다. 정의당의 경우 2020년 총선에서 비례로 될 수 있는 의석이 10석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쉬울 뿐이지, 시민들의 요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란 측면에서 직접 참여가 이뤄지고 일정한 지지율로 이어진다면, 빠른 시일 안에 집권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70, 80, 90, 2000년대 등 시대로 나눠 생각하면 그 시대를 거치면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산업화, 정보화 등으로 말할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의 인식이 정치나 정치인으로 인해 변했다고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보나? 한국의 경우 대통령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직접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정치의 영역은 넓어지는 반면 정치인의 영역은 줄어드는 게 시대적 변화로 본다. 물론 대통령의 권력 정치가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국회 등 사회적 영향력을 지표로 측정했을 때 예전에는 정치인의 비중이 높았지만 지금은 훨씬 줄었다고 본다. 언론 미디어 환경이나 연예인의 사회적 가치나 비중이 커진 것을 생각하면 그렇다. 전체적으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민들이 생각하는 정치 자체가 내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에는 정치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지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많았다. 지금은 정치가 삶에 끼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영향은 줄어든 것 같다.

▲중요한 지적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무관심한 사람도 SNS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를 알게 되는 세상이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거나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현상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해와 인식의 변화를 낳고 이는 ‘표’와 ‘정치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같은 변화는 소수 정당에게 도움을 주고 작은 정당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나?

정의당은 집권을 목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정의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많아진다면, 집권이 중요한 정당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정치 영향력은 커지고 정치인 영향력을 줄어든다고 본다. 거대 정당은 정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 반면 소수 정당은 반대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자신이 원하는 정당(소수 정당)에 관심은 늘고 시민들의 영향력을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정치인에 대한 무관심과 달리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지는 것이다.

정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제 직접 참여를 요구하거나 공간을 열기도 하면서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한다. 정의당의 경우 2020년 총선에서 비례로 될 수 있는 의석이 10석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쉬울 뿐이지, 시민들의 요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란 측면에서 직접 참여가 이뤄지고 일정한 지지율로 이어진다면, 빠른 시일 안에 집권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그와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소수 정당, 즉 정의당을 비롯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 우리미래 등이 언젠가는 자유당을 넘어서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가능성이 빠른 시일 안에 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자유당은 2020년 총선에서 확실하게 몰락할 것으로 예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보수가 혁신을 해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세력이 생기는지 여부가 관건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자유당 리더 중에서 그런 리더십을 갖고 있는 리더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새로운 리더십의 만들고 내부적으로 스스로 혁신을 촉진해서 새로운 리더와 리더십이 탄생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민주당을 중도 기점으로 해서 진보적 소수 정당과 보수 정당이 끊임없이 2등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은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굉장히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삶과 행복을 위해서도 상당히 좋다고 본다. 여하튼 변화 자체는 빨리 올 것이라 예상한다. 정의당이나 소수 정당이 집권하는 시점이 빨리 올 수 있느냐는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나 교섭단체를 독자적으로 꾸릴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아주 빠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2020년 총선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변화의 시점이 끓느냐, 마느냐를 가름하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긴 시간 동안 좋은 이야기를 해줘서 감사드린다.

김종민
서강대학교 생명과학과를 졸업했다. 정의당 대변인,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희망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추진운동본부 공동대표,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About 김종영™ (937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