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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 권하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예의

"군인들을 불량 자재로 인식하는 군,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동조하는 사회는 썩은 사회이자 불량 사회다. 불량품을 권하는 못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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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전방인 22사단 철책선근무지(GOP)에서 총기사건이 생겼다.

그런데 군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불량품’ 때문에 생겼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 불량품은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를 말한다. 납품을 받은 기자재가 불량이었다는 것이다. 불량이었기 때문에 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는 매우 사악한 논리다. 편의주의적인 논리다. 기본적으로 이런 인식은 병사들을 조립 제품의 부품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군인들을 불량 자재로 인식하는 군, 그리고 이러한 논리에 동조하는 사회는 썩은 사회이자 불량 사회다. 불량품을 권하는 못된 사회다.

불량품 사회는 학적보유병(학보병) 사건이 여전히 의미를 잃지 않는 사회다. 학보병 사건은 1962년 7월 7일 저녁, 15사단 무반동총 내무반에서 생긴 총기사건이다. 최영오 일병(당시 서울대 천문기상학과 4학년)이 자신을 괴롭히던 병장과 상병을 사살하고 자살하려 한 사건이다.

최 일병은 군사법정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두 사람을 살해한 순간 나 또한 죽은 지 이미 오래다. 다만 아무리 군대라 해도 인간 이하의 노리개처럼 갖고 노는 잔인함을 향해 나는 총을 쏘았다.”

학보병 사건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던 군에 대해 방아쇠를 당긴 사건이다. 군대가 불량품을 탓하는 것은 결국 불량품을 권하는 사회를 조장하는 것과 같다.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인품이나 성격, 환경, 경험 등 개인마다 나름의 사연과 생각을 갖고 있다. 당연히 성격이 거칠고 더러운 이도 있다.

우리나라는 군복무가 선택사항이 아니다. 모병제와 달리 징병제이기 때문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입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골라서 입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입대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 중에는 사고를 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나 성격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남북은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경계를 서고 있다. DMZ는 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남북은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경계를 서고 있다. DMZ는 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않아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사진=최병관 사진작가>

그러므로 군인이기에, 군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않은 전제다. ‘문제 사병’이나 ‘관심 사병’이라는 낙인찍기, 따돌림의 문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히 들어 있다는 것이다.

군에 앞서 사회에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그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군대에서 생기는 구타, 총기사건, 탈영 등과 같은 제(諸) 사건이나 사고는 군과 사회에서 동시에 노력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로 남는다.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군과 사회가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수십 년 지난 난제는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개혁이 군과 사회에서 동시에 필요하다.

About 김종영™ (914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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