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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의 修身齊家] 현실의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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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우리는 때때로 현실에 불만을 품은 채 투덜거리고, 무미건조한 일상의 지겨움에 못 이겨 일탈을 시도한다. 꿈꾸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깊이 빠져 한숨짓느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작은 기회들은 쉽게 무시한다.

현재의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보다, 그것들은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당연하게 취하고 있던 것들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그것을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빅 픽처>에는 주인공 벤의 친구 빌이 전하는 ‘황금 같은’ 조언이 나온다.

사진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좌절되었고, 로펌의 비중 낮은 파트에서 지루한 삶을 살아가며, 최근엔 아내와의 심각한 갈등까지 겹친 현실에, 주인공 벤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삶을 한탄한다. 그의 친구 빌은 어떻게든 그를 돕고 싶은 마음에 벤을 자신의 요트에 태워 기분전환을 시켜준다.

“내 말 잘 들어, 친구. 인생은 지금 이대로가 전부야. 자네가 현재의 처지를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돼. 내가 장담하는데 자네가 지금 가진 걸 모두 잃게 된다면 아마도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을 거야. 세상일이란 게 늘 그러니까.”

그러던 어느 날, 벤은 아내 베스가 이웃집 남자 게리와 바람을 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자신이 품었던 의심을 확신한다. 게리의 집을 찾아간 벤은 그곳에서 우발적인 충동으로 게리를 죽이고 만다.

그는 두려운 마음에 일단 살해현장을 깨끗이 치운다. 그리고 각성제에 의지해 시간을 보내던 벤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앞에 자신의 두 아이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간절히 바라며 그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 주십시오. 아무런 기쁨 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인생은 한순간에 계단 정상으로 뛰어오르기도 하지만,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사실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기가 더 쉽다. 그렇다면 지금 계단 하나하나를 지겹도록 오르는 것도 감사할 일이다. 몇 개단을 내려섰다고 해서 투덜거리고 짜증낼 필요는 없다.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

현재의 나와, 나에게 주어진 것에 먼저 감사하자. 우리 인생은 한순간에 발목이 삐어 시궁창에 처박힐 수도 있고, 갑자기 들이닥친 강도에 난도질당할 수도 있다.

현실에 불평불만뿐인 사람에게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든 벤의 절규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그것도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도 경험할 일이 없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자.

특히, ‘현재의 처지를 싫어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빌의 조언을 명심하자. 오늘을 사랑하고,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을 사랑하자. 튼튼한 두 다리로 현실위에 버티고 서서, 내 어깨에 짊어진 것들의 무게를 이겨내자. 그래야만 더 높은 계단으로 오를 수 있다.

어떤 꿈이든 현실의 텃밭에 씨앗을 심을 때, 제대로 싹이 트고 꽃이 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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