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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의 修身齊家] 시도해야 전진한다

최초의 컬러사진 체크무늬 리본. 사진=위키백과

니콘 필름 카메라. 사진=위키백과

일간지 사진기자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사진기자들의 크고 작은 영웅담에서부터 그들만의 애환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한 일간지 기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록 하나를 소개했다.

신입기자로 입사한 게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때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서울올림픽은 냉전 중임에도 미국과 소련이 같이 참가하는데 의미가 컸다.

신문사에 신입 사진기자가 새로 들어오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은 카메라를 맡기지 않고 내근을 하면서 필름 배달이나 현상, 사무실정리, 잡심부름 등을 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당시는 필름카메라 시대였으니까 현장이나 언론사 부서 간 배달업무가 많았고 또 중요했다고 한다.

그런데 입사한지 일주일 밖에 안 된 자신에게 고참이 카메라를 들려주면서, 다들 바쁘니 한번 다녀오라며 촬영 업무를 줬다고 한다.

업무인즉슨, 소련의 해군부대가 입항할 예정이고 광화문 관광계획이 잡혀있으니, 그 부대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취재를 하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별 생각 없이 소련부대를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댔다.

그런데 광화문에 도착하니 미국 군인들도 광화문에서 관광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두 일행이 자연스레 마주치니 같은 군인으로서의 동질감이 있었는지, 모른척하지 않고 서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기자는 그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사실 당시에는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었고 그걸 부서장에게 넘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저녁, 사진부 분위기가 갑자기 묘해졌다.

갑자기 전화를 받으라는 선배의 재촉에 신입기자가 급하게 수화기를 건네받으니, 수화기 너머에서는 자신이 누군지도 밝히지 않는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이거 맞아? 이거 미군 맞아?”

“네, 맞는데요. 거기 통역사한테도 물어봤습니다.”

“맞다는 거지? 확실한 거지?”

“네.”

“알았어. 툭.”

그런데 다음날, 그 신문사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그 기자의 사진이 1면에 실린 것이다. 입사 1주차 신입기자의 사진이 1면에 대문짝하게 실렸으니, 모두들 흥분했다.

사진은 미국 여군이 소련 남군과 악수하고 있는 장면. 그 시대의 냉전 상황을 생각해 볼 때, 편집부에서는 서울에서 핀 해빙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시 신문사의 기자 구성을 볼 때, 1면을 먹을 수 있는 확률이 거의 1/200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전체지면을 고려해도 사진을 한 장도 올리지 못하는 기자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그런데 입사 3개월 전까지는 카메라도 못 잡게 하는 불문율이 남아 있던 사진부에서 입사 1주일 밖에 안 된 신입이 1면 사진을 찍어 올렸으니 회사가 뒤집어진 것이다.

배 아픈 고참들은 한턱 사라고 조르고 다른 직원들도 부러운 눈으로 보는데, 그때의 기분은 정말 환상이었다나.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식사자리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언론사 기자가 끼어들었다.

“그 뒤로 20년간 한번도 1면은 못 먹었죠.”

한바탕 큰 웃음이 지나고 나자, 1면 사진의 주인공은 씁쓸하게 웃으며 한마디했다.

“그때 너무 일찍 1면 먹은 것 때문에, 내가 잘난 줄 알았다가 지금 이꼬라지가 됐지.”

지나치게 일찍 실패를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른 성공 역시 때론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공이나 실패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의 경험을 약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지속적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그 도전을 통해 삶을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태도다.

삶의 연속선상에서 볼 때, 성공이나 실패는 한 순간일 뿐이다. 그 순간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꾸준히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인생 ‘그 자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가의 부와 빈곤>의 저자인 데이비드 S.랜즈 교수는 세계 각국의 흥망성쇄를 돌아보며 하나의 교훈을 도출했다.

그것은 “기적도 없고 완전한 것도 없으니, 우리는 계속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 세상의 승리는 주로 낙관주의자들의 것이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야 말로 성취와 수정, 향상, 그리고 성공의 길로 연결된다.”라고 강조한다. 개인이나 집단, 국가나 인류의 발전을 막론하고,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시도할 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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