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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경 Portugal] 리스보아에 빠지다 01

품위를 지키며 사는, 세상에 자존심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 다정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나라에 여행을 왔다. 그들의 삶을 엿보기 위하여. 그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나의 첫 번째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러. 내가 왔다. 가슴이 떨린다. 첫사랑을 찾아 먼 길 떠나는 아낙의 심정일까? 흠… 첫사랑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기 전, 먼저 흥분으로 가슴이 일렁인다.

나우온은 포르투갈 전문가를 꿈꾸는 노원주민 신숙경을 응원하기로 했다. 책 1권 분량의 글이 완성될 때까지 연재를 이어간다. 노원뉴스 나우온에 포르투갈 현지 특파원이 생길 것 같다. <편집자>

낮보다 밤에 더 빛나는 리스본.

낮보다 밤에 더 빛나는 리스본.

리스본행 비행기 탑승구. 안내방송이 들린다, 터미널 A-64번.쮸리히 대기실은 분주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읽었던 책들에서, 기억과 느낌을 빌려… 포르투갈 사람들은 지중해 사람이고, 햇볕과 선텐 그리고 해양스포츠를 여름 내내 즐긴다. 하얗다기 보다 새까만 구리빛 얼굴일 것이라 생각하며…

이곳 대기실에서, 나는 친근감에 궁금증을 더하여 누가 포르투갈 사람일까 북유럽 사람일까 구분 놀이를 하고 있었다.

옆에는 포르투갈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처럼 보이는 가족 4명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포르투갈어를 나누고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고, 아빠로 보이는 이가 아이들을 위해 도널드 덕 흉내를 내며 다정하게 웃고 있다. 글 쓰는 내내 나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읽은 책들과 조사 자료에 의하면, 포르투갈은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 중심의 유대 즉 1차 집단 속에서 서로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이 매우 강하다. 집에 초대되는 것이 아주 친근한 대우를 받는 증거라 한다.

아빠의 장난스런 콧소리에 아이들이 낄낄거리는 그 모습에 나는 감동하고 있다.

리스본에서 만나는 노란색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나는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들에 번아웃(burnout)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감성의 메마름에 시달리다, 모든 것을 놔버리고 충동적으로 갔던 샌프란시스코. 그곳에서 만난 두 명의 포르투갈 친구가 되살려낸 포르투갈에 대한 나의 작은 기억의 조각을 부여잡고 떠난 길이다.

내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포르투갈 사람들이 풍기는 그 무언의 무뚝뚝함, 하지만 그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친절함의 실체를 알고 싶어 떠난 길이다.

여행을 준비해 온 지난 2달간의 여정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혼자 상념에 젖어 있는 사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사진으로만 보았던 밝은 밤색 지붕과 파란색 물결이 맞닿은 곳이다. 옆에 앉은 스위스인 부부에게 “저 아래 보이는 곳이 해변도시 카스카이스(Cascais)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답한다.

비행기는 어느새, 유럽의 서남단 끝, 이베리아 반도라고 불리는 곳에 내리고 있다.대서양의 시작점.

15~16세기 그 짧은 영광, 잊혀진 과거를 자존심처럼 부여잡고 스스로 갇혀 살아가는 듯한 그들. 그들의 실체를 알고파 그곳에 발을 내닫는다.

그들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생기는 것은 동병상련일까.

품위를 지키며 사는, 세상에 자존심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 다정하고 소박한 사람들의 나라에 여행을 왔다. 그들의 삶을 엿보기 위하여. 그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나의 첫 번째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러. 내가 왔다.

가슴이 떨린다. 첫사랑을 찾아 먼 길 떠나는 아낙의 심정일까? 흠… 첫사랑의 나라에 발을 들여놓기 전, 먼저 흥분으로 가슴이 일렁인다.

기대되는 하루다. 포르투갈어는 잘 모르지만, 어떤 언어일까 무척 궁금하다. 언어 이외에도 알아갈 것들이 많음에 가슴이 마구 뛴다.

공항에서 짐을 찾으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공항 직원에게 웃으며 외친다. “This is my first time in Portugal, I am so thrilled!” “Ok, you will love my country.”라고 답해준다. 짐을 끌며 환하게 웃으며, “I think so.” 라고 말한다. 그들이 듣거나말거나 상관없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채 20분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리스본의 Metro Map.

리스본의 Metro Map.

리스본에 도착한 첫 느낌은…

가 본 적도 없는 주로 영화에서만 보았던 쿠바의 수도, 하바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 대낮, 그리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 꽂는 더운 날씨다. 미색과 무채색이 두드러지게 많아, 낡은 듯한 건물은 더 낡아 보였다. 누군가의 책에서 ‘리스본은 도시 전체가 앤티크하다’라고 표현한 그 말뜻을 어슴푸레 알 것 같았다.

초현대적인 콘크리트 더미 서울 속에서 살아오던 나는, 낡아 보이지만 건물 안에서 보이는 따스한 기운에 끌렸다. 그리고 노란색. 상아색의 그 느낌들이 꽤나 멋졌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그 짧은 동안에도 이곳은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만히 살포시 품어준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익숙한 느낌의 도시 안으로 나는 들어가고 있다.

공항버스는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내려야 할 9번째 정거장, 호시우 광장 바로 옆 리스본의 청담동인 ‘헤스타우라도레스’에 도착했다.유난히 자잘한 돌로 이루어진 길 위를 걷는 것이 꽤 힘이 들었지만, 트렁크와 짊어진 짐의 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신나게 누군가와 만나 한국말로 포르투갈에 대해 얘기할 것을 생각하니 신이 난 것이다.

언덕위의 작은집 찾는 기분이었다. 정말 언덕 위 쯤으로 보이는 곳에 한인 민박집 ‘벨라리스보아’가 있었다.

벨을 한번 누르자, 나이 조금 들어 보이는 독특한 인상의 아저씨 한분이 나오셨다. 알고 보니, 가톨릭 신부님이셨다.

신부님을 뵈니, 반가웠다. 민박집 부부는 잠시 외출중이라고 하기에, 나는 30분 정도 신부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호시우광장의 카페 니콜라.

호시우광장의 카페 니콜라.

민박집 부부는 1시간 후에 돌아왔는데, 대여섯 살로 보이는 남자 꼬마가 같이 왔다. 바가지 머리를 한 그 꼬마는 빠르게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고 플라스틱 블록으로 다리를 만들고 또 이것저것 만들면서 내게 말을 건다. 아이가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그냥 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짐을 간단히 풀고, 언덕위의 집에서 다시 내려 왔다. 도로 가에 있는 여유로워 보이는 야외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멋을 내어 꾸미지 않은 평범한 차림의 50대로 보이는 바리스타가 커피 주문을 받는다.

낯선 광경이지만, 그 카페의 분위기는 편안했다. 모든 카페의 바리스타가 20대 젊은이들로 채워진 우리나라 보다 더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카페 라테 뜨거운 것으로 주문하고, 또 투명유리 장 안에 잘 진열되어 있는 빵 중에서 손가락 모양의 맛이 있어 보이는, 초콜릿 맛이 가미된 듯한 빵을 주문했다. 라테는 특이하게도 긴 유리병 같은, 뜨겁게 달궈진 잔에 나왔다. 유리잔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차받침 위에 기다란 숟가락이 불안하게 떡하니 놓여 있었다. 처음 느끼는 문화의 차이.

옆자리에는 여행객으로 보이는 커플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빵과 함께.

그들은 독일에서 온 커플이거나 스페인 커플들이다. 포르투갈은 연중 북유럽에서 온 관광객으로 넘쳐 난다. 저렴한 물가와 여름철 태양이 충분히 비춰주는 기후 덕분이다. 그리고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작지만 알찬 나라이기에.

포르투갈의 남쪽은 북유럽의 은퇴 이민자의 천국인 알가르브(Algarve) 지방이다. 이곳은 긴 해안과 해변으로 유명하다. 중부 지역 나자레(Nazaré) 지방은 프랑스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빵’은 포르투갈어 ’Pao’가 일본을 통해 전해진 말이다.

‘빵’은 포르투갈어 ’Pao’가 일본을 통해 전해진 말이다.

리스본은 다른 유럽의 도시에 비해, 부유하지는 않다. 스페인의 도시들 보다 전체적인 규모가 작고 느낌이 소박하다. 포르투갈의 대도시라고는 수도 리스본과 우리의 부산 격인 포르투 정도다.

유럽인들에게 리스본은 아프리카 도시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과거 역사에서 다양한 민족이 스쳐 갔고 또한 거주한 곳이기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른 유럽 의 도시와 사뭇 다르다.

작은 국제공항을 가진 리스본. 도시의 구석구석마다 작은 길이 산재해 있는 아주 멋진 도시다. 그 작은 길을 푸니쿨라라고 불리는 트램, 노란색 트램이 종을 울리며 천천히 움직인다.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낭만이 있는 곳이다.

커다란 가로수 길 사이로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주 오래된 모자를 눌러쓴 할아버지들과 앞치마를 한 할머니들이 여기저기에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며,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있는 풍경이 보인다.

서울의 정신없는 빠른 걸음은 아마도 리스본에서는 못 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뜨거운 햇볕에 낯설게, 우두커니 앉아 커피를 즐기고 있는 나는 그들의 느림에 그들의 무표정한 모습에 어느새 익숙해지고 있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누군가와 같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들 바쁘게 자신들의 삶을 지키고 있을 서울의 모습은 잠시 접어두고자 눈을 감아 본다.

저녁이 되니, 바람이 선선하다. 그리고 내 마음도 선선하다. 카페 앞자리에 있던 독일인 스페인 커플은 어느새 떠나고, 찬 맥주를 천천히 즐기고 있는 금발머리 여자 여행객이 눈에 들어온다. 일어선다.

카페 안으로 가서 값을 치르며 커피와 빵이 너무 저렴한데 놀란다. 팁 문화가 없는 포르투갈의 기분 좋은 느림에 익숙해지며, 나는 골목골목 길을 천천히 걸어보자고 발을 뗀다.

내가 갈 길, 걸어야 하는 길을.

포르투갈, 리스본. 아니, 이젠 ‘리스보아’(리스본의 포르투갈식 호명)에 첫발을 내딛는 거다.

나우온 Ⓒ 신숙경 통신원 / 문화소통 강연자·영어통역사


신숙경
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톤의 Lesley Univsersity에서 Intercultural Relations(국제 이문화관계학) 석사과정에서 수학했다. SBS ‘생명의 기적’, 호주TV Channel 9의 한국 현지 취재와 통역을 도왔다. OB맥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전라북도청 국제협력과, 타타대우상용차에서 주로 통역과 국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청소년들에게 한국사를 영어로 교육하는 영어역사아카데미 ‘The REAL Korea’의 대표다. 최근 이베리아 반도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포르투갈 두 나라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4년 11월부터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 신숙경의 포르투갈 연재는 노원뉴스 나우온의 허락을 받아 사람과사회에 동시에 게재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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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홈페이지 관리자 계정이다. thepeople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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