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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시를 쓰는가

"작년(2014) 이맘 때 15년 만에 다시 시를 잡기 시작해서 했던 질문 중, 아직까지도 벗어날 수 없는 한 가지는 ‘왜 시를 쓰는가’다. 깊이 들어갈수록, 그럼 ‘시는 무엇인가’에 도달하게 되고 그건 어쩌면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이르게 된다."

"바이오리듬이란 게 있다. 생체리듬과 감성리듬, 지적리듬을 포함한…. 유기체를 수학적 공식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그것은 어쩌면 신 내린 점쟁이에게 익숙했던 우리들이 기대는, 현대판 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여성들은 특히나 한 달 주기로 바뀌는 몸의 변화로 감성이 많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바이오리듬이란 게 있다. 생체리듬과 감성리듬, 지적리듬을 포함한…

유기체를 수학적 공식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그것은 어쩌면 신 내린 점쟁이에게 익숙했던 우리들이 기대는, 현대판 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여성들은 특히나 한 달 주기로 바뀌는 몸의 변화로 감성이 많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이런 리듬이란 것이 있다면, 요새 나의 상태는 직선에 가까운 하향곡선에 올라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이 계절 탓일지,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체중 탓인지, 여름내 누적되어 온 침잠의 결과인지는 선뜻 판단하기 쉽지 않다.

작년 이맘 때 15년 만에 다시 시를 잡기 시작해서 했던 질문 중, 아직까지도 벗어날 수 없는 한 가지는 ‘왜 시를 쓰는가’다. 깊이 들어갈수록, 그럼 ‘시는 무엇인가’에 도달하게 되고 그건 어쩌면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에 이르게 된다.

사춘기 딸들이 하는 고민을 마흔을 넘긴 내가 아직까지도 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철이 덜 든 탓일지도..

작년에 시 합평회를 하면서 선생님과 작가님께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한 이야기.

“너는 산문 써라. 동시를 쓰던가.”

매번 우겼다. 심지어 ‘내쫓을 때까진 안 나가요’라며 생떼를 부렸다. 오늘도 나를 아끼시는 분으로부터 듣는다. 산문이나 동시가 어울릴 것 같다고. 절대 산문이나 동시를 폄하해서 하는 말씀도 아니고 나 역시 그렇다.

사람은 사주에 없는 것 하나가 있는데 사람들은 평생을 그 없는 걸 쫓아 살아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에게 없는 게 바로 시인들이 갖고 있는 통찰과 인식, 감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슬픔이 얕고 경험이 부족하고 집에 있는 여자들의 한계라는 말도 들었다. 이혼을 하지도, 사별을 하지도, 그렇다고 아이를 잃지도 않았고, 생계가 팍팍하거나 럭셔리하지는 않지만 평생 좇아본 적 없기에 살 수 없을 정도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삶도 아니지만 아주 절박한 삶 역시 아니다.

쉬운 길과 가고 싶은 길 중 나는 늘 가고 싶은 길을 선택했기에, 쉬울 수는 없는 길이었다. 물론 25세 이전에는 너무나 착한 ‘범생’이었지만,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내 운명은… 늘 개척해야 하는 길. 그 선택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되기에 후회해 본 적 역시, 없다.

그러면 다시 나는 왜 시를 쓰는가.

미안하다.
나를 아껴주고 나를 잘 아는 분께,
나는,
나를 견디기 위해 쓴다.
그러지 않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기에 쓴다.
조금만 이해해주시라.
같지 않아 때론 소음 같고 때론 낙서 같고 철부지 감성노름같이 이 빌어먹을 것을, 천형으로 안고 가기 위해 쓴다.

진심 당신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혀 죄송하다.

젠장.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가을이 깊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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