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쓸모’
결핍의 가장 내밀한 지점에 사랑이 있었다. 그것 없이 욕망이니 슬픔이니, 행복 따위를 따지려 하니 삶도 시도 색이 바래 의미 없게 느껴졌다. 다양한 개인들에게는 나름대로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각자에게 더 없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싱어송 라이터 요조의 노래 ‘나의 쓸모’를 듣는다.
세상에는 이렇게 버릴 노래가 많은데
내가 굳이 또 이렇게 음표들을 엮고 있어요
사실 내가 별로 이 세상에 필요가 없는데도 이렇게 있는 데에는
어느 밤에 엄마 아빠가 뜨겁게 안아버렸기 때문이에요
어감이 좋은 동네에서 살아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이 세상의 이름이 무서웠거든요
모두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그 방법은 다들 다르더군요
그녀의 꿈 꾸는 듯한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나른한 담벼락에서 햇볕을 쬐며 졸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모든 욕망을 내려놓은듯한 나른함, 세상의 모든 슬픔을 꽉 짜낸듯한 처연함, 고개 끄덕이며 ‘그래, 그래’ 하게 되는 공감.
목표한 바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다 문득 뒤돌아보면, 한 번쯤 ‘내가 잘 가고 있는 것일까’를 의심하는 시간이 온다.
목표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가 사람이 갖고 있는 욕망의 일부여서, 그 단단함에는 어지간한 가위로는 끊을 수 없는 집요한 게 있다. 목표를 향한 내 치달음이 허망한 집착은 아닌지 점검하게 될 때, 목표를 향한 박수 쳐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내가 지금 옳고 괜찮은 것인가 판단이 희미해지기도 한다.
‘욕망’이란 단어는 사전적 의미로 (1)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2)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 (3) 인간의 욕구와 관심의 대상 또는 목표가 되는 진, 선, 미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한다.
그러므로 ‘욕망하기’에는 사람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니게 되는 존재론적 갈등, 부조리한 모순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부재하는 한 일반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기 힘들다는 말이 될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내가 왜 살아가나’를 의심해 볼 시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세상은 그것을 의심할 시간에 ‘열심히’, ‘부지런히’, ‘소비하며’ 살아가라고 끊임없이 부채질 하고 있지 않은가. 그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메꾸기 위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를 또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지 않은가.
세 아이를 둔 필자가 혼자 밥벌이 하는 남편을 두고 시詩를 쓴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팔자 편한 소리 하고 있다’, ‘그 시간에 돈을 벌어 남편을 도와야 하지 않느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제 남의 시는 잘 읽지도 않는 요즘, 왜 돈도 안되는 그 쓸모없는 길을 다시 가려고 하느냐며 근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곤 했다.
‘나의 쓸모’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삶 안에서 나의 존재가치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안에 너무 많은 ‘나’를 견뎌야 했다. 내면의 바닥까지 가서 치열하게 재점검하고 싶었다. 그래서 삶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욕망의 경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잘 다루어 단단하고 투명한 구슬 굴리듯 좀 더 의미 있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구슬이 투명한가 질박한 흙구슬인가와 상관없이, 삶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 결핍감의 가장 내밀한 지점에 사랑이 있었다. 그것 없이 욕망이니 슬픔이니, 행복 따위를 따지려 하니 삶도 시도 의미 없게 느껴졌다. 다양한 개인들에게는 나름대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각자에게 더없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싶었다.
오늘 나의 쓸모를 생각하니 천수관음 천 개의 손을 좀 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기왕에 내 엄마 아빠가 뜨겁게 사랑을 할 것이었으면, 천 개의 일을 하더라도 슬픔이나 애련함 따위는 좀 무딘 마음으로 견디게(?) 낳아 주시지 하는 어린 마음도 들었다. 흰소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간밤에는 때 아닌 천둥이 치고 빗소리가 요란했다.
안개가 산자락 능선 위로 오른다.
빛이 들면 안개는, 걷히기 마련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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