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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관심 절실한 네팔

날씨는 추워지고 관심은 줄어들고 걱정만 태산

사람과사회는 네팔한국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효 시인의 글을 게재한다. 김 시인은 네팔을 잘 알고 있고 아내 또한 네팔 사람이다. 사람과사회는 김 시인의 글을 통해 네팔에 대한 이해와 네팔의 현실을 조금 더 가깝고 자세히 이해하고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이 글은 또 오마이뉴스와 동시에 게재하는 것이다. 김 시인의 글은 네팔 지진 피해 이후에 올린 글 중 최신 글부터 올릴 예정이다. 나머지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김형효’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편집자>


IE001903532_STD IE001903537_STD IE001903535_STD IE001903533_STD외부의 관심이 여전히 절실한 네팔
날씨는 추워지고 관심은 줄어들고 걱정만 태산

김형효

며칠 전 한 보육원을 찾았다. 아이들은 활발하게 뛰어놀고 있었고 시설도 개선되었다. 이곳은 네 번째 찾는 곳인데 날씨도 추워지고 아이들 지내는 것도 살피고자 찾은 것이다. 유류와 가스, 전력난까지 겹쳐 멀리 갈 수 없는 사정도 생겼다.

다음에 찾을 때는 의류와 비누 그리고 의약품도 챙겨야 한다. 내가 어렸을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에 곰보딱지가 붙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는 친구들이 있었다. 딱하고 안타깝고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행복을 그들에게서 찾았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 부부는 이 험난한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 더 세밀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진피해자들이 추운 날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정말로 잘 숨어든 것인지… 숨어들 곳이 있어서 숨어든 것은 다행인데 혹여 어딘가 방치되고 있지 않은 지 찾고 또 찾아보고 있다. 이틀 전 자가용을 장만했다. 가스 난과 유류 그리고 전력난까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자구책을 마련했는데? 그것은 내가 장만한 자전거로 나의 자가용인 셈이다.

이 자전거는 하늘 품 교회 담임목사이신 최헌규 님께서 장만해주신 거다. 사실은 자전거 살 돈으로 500달러를 받았으나 저렴한 가격인 90달러 선에서 장만했다. 그것은 제과점에서 만들어내야 할 빵에 주재료인 밀가루 값, 달걀 값 등 재료비가 바닥이 난 상태에서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자전거에 빵을 싣고 배달을 할 것이다. 빵 만드는 시인에 자전거 배달부가 될 판이다. 즐거운 일이다. 누군가 날 기다리거나 기다리지도 않는 곳에 빵을 싣고 찾아가 전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지난 1차 지진피해구호활동 중 활동한 내용을 한국주재 네팔대사관에서 전시회를 통해 알리고 앨범으로 만들어왔다. 그 앨범을 보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빵을 배달하는 우리 문화센터 식구들도 아내도 나도 정말 함박웃음을 웃으며 빵을 배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는 기쁨을 우리가 누리고 있었다. 행복한 일이다.

우리가 다녀온 보육원은 발라주 하이트(Ballaju height)에 있다. 보육원 정문에 핀 꽃이 아름답다. 붉은 꽃이 나중에는 푸른 잎이 되는… 그렇게 색이 변하듯 아름다움을 함께여 가는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잘 자라주기를 바란다. 되돌아오는 길에 러슈와 지역 랑탕 히말라야 인근 지진피해자들이 머물던 황금 사원을 찾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랑탕 계곡으로 가서 집을 새로 짓고 새 둥지를 마련하기 위해 떠난 자리에 고요한 적막만 남았다. 사원에 황금빛은 그들에 삶을 비춰줄 것인가? 일부 피해자들이 남아있다는 소식에 확인을 위해 찾은 것인데 아무도 없다. 저녁 때 전에 텐트에 머물렀던 돌마 타망에 어린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두 집을 지으러 떠나고 일부는 지인들의 집에서 임시거처를 정해 머물고 있다. 다행이다. 가능하다면 랑탕 히말라야 계곡을 찾아가 그들을 위로하고 싶은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다음 날 나는 카트만두 검은 다리(Galro pul) 인근에 여가수 우마 구릉이라는 분이 초청해서 찾았다. 그분은 젊은 시절 유명가수였다. 지금은 시를 쓰고 노래하는 가수가 되었다. 그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몸과 마음이 지칠만 하면 누군가 일으켜주는 느낌,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오늘 유명한 여가수였던 우마 구릉(Uma Gurung)님께서 나를 아내와 함께 초대해 참석한 자리에서는 네팔의 몇몇 작가와 대학교수 그리고 언론사 분들을 함께 만났다. 행사가 시작되고 여가수인 우마 구릉 임이 쓰신 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우리로 치면 작사를 직접 하며 시를 쓰기도 하고 노래도 하는 분이다.

행사의 2부가 시작되고 한 언론사 여기자가 표창장을 받고 잠시 후 나의 네팔 이름인 사가르마타 구릉(하늘바다 구릉), 한국 이름 김형효가 호명되었다. 얼결에 일어나 단상으로 나가 행사 진행요원이 안내하는 대로 따랐다.

내게 주빈으로 참석하신 박사 모헌 쁘라싸드 티밀시나(Doctor Mohan Pd Timisina)님께서 표창장을 그리고 이어서 단상에 따라 타파(Tara Thapa, 여가수, 네팔 가수협회장)님께서 꽃목걸이를 걸어주었고, 이어 단상에 아내가 졸업한 뻐드마 칸야 대학에 전 총장께서 카다를 목에 걸어주셨다.

오늘 표창은 네팔과 한국에 문학적으로 가교역할을 하고 지진피해자들에게 성의를 다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의미로 표창하게 되었다고 했다. 참으로 부담스럽고 고마운 표창이었다.

어제는 러슈와(Rusuwa)가는 길에 트리슐리(Trisuli)로 향했다. 아내와 함께였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이 있던 자리 마차 포카리(Macha pokhari)버스정류장에서 30여 분을 표를 끊고 기다린 후 차에 오를 수 있었다. 버스로 세 시간 버스가 오지 않아 주변을 살폈다. 아침 버스정류장 인근에서는 장작을 파는 사람들이 목격되었다.

지진 이후 처음 가는 길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아침부터 지진피해구호활동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카트만두에서 왕복 6시간 이상 걸리는 트리슐리까지 조사활동을 하러 갔다.

거리에 많은 집이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기도 하고 새 단장을 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밝다. 돌아오는 길에도 장작을 팔고 있어서 가격을 물었더니 한 무더기에 100루피라고 한다. 가는 길에 멀리 히말라야를 볼 수 있었다.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주는 신성이 있다고 믿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좋겠다. 언제나 건재하는 히말처럼…

About 김형효 (5 Articles)
시인. 네팔한국문화센타에서 근무하고 있다.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첫 시집 를 출간했다. 이후 시집 ‘꽃새벽에 눈내리고’(1998), ‘사막에서 사랑을’(2006)과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2007)를 냈다. 현재 시 관련 웹사이트인 시사랑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과 네팔을 오가며 네팔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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