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글씨와 哲學
‘넘치는 그릇보다 빈 그릇이 아름답다’, 김옥중, ‘빈 그릇’,『가람문학』(제34집, 2013)
글씨, 그리고 생각을 위한 숨 고르기
글과 글씨는 철학(哲學)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과 글씨는 잠시 쉼을 줍니다.
생각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쉬어 가는 길에 잠시 글씨를 놓았습니다.
숨과 생각을 위한 시간은 도암 박수훈(朴壽勳) 선생의 글씨입니다.
-편집자註
글·그림 박수훈 doam77@hanmail.net
빈 그릇
‘넘치는 그릇보다 빈 그릇이 아름답다’는 말을 담은 시인 김옥중의 작품 ‘빈 그릇’(『가람문학』 제34집, 2013, 105쪽)이다. 바람, 달빛, 하늘을 담을 수 있으려면 그릇을 비워야 한다는 시어의 울림이 깊고 은은하다.
김옥중 시인은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시조문학』 추천(1980)으로 등단했다. 광주 우산중 교장,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이사, 호남시조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광주시문인협회, 가람문학회 회원이다. 시조문예대상, 광주문학상, T.S엘리엇기념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조집 『세숫대야 물속 풍경』, 『돌감나무』, 『매창 시비 앞에서』을 출간했다.
기용(器用)
‘埏埴以爲器 當其無 有器之用(연치이위기 당기무 유기지용)’은 노자(老子)가 쓴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이다. ‘흙을 잘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릇 안이 비어 있기에 그 그릇을 이용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도덕경』은 도가(道家)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노자(老子)』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무위(無爲)의 삶을 살아갈 것을 역설했다.
도암 박수훈(朴壽勳)
호는 도암(道巖) 필명은 돌담. 충북 청주에서 출생. 증조부의 유품을 보고 언젠가는 붓글씨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뒤 고교 재학 시절 서예 동아리에 들어가 우연히 한문 글씨를 접하게 된 이후 74년부터 현재까지 40여 년 동안 붓과 씨름하고 있다. 때로는 춤추는 붓사위로 지난 겨울 광화문에서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기도 했으며, 순수하게 방외거사(方外居士)를 자처하면서도 3회의 걸친 개인전과 해외교류전, 그룹전을 통해 꾸준히 서학(書學)을 연마하며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항상 즐긴다는 마음으로 인생과 글씨를 병행하고 있다. 충북도청 근처에서 오리골을 운영하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버지의 예술 활동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1남 1녀를 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이기도 하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