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회™ 뉴스

기념일과 일상의 즐거움을 함께

맑고 밝은 아이들의 표정...“절대로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사람과사회는 네팔한국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형효 시인의 글을 게재한다. 김 시인은 네팔을 잘 알고 있고 아내 또한 네팔 사람이다. 사람과사회는 김 시인의 글을 통해 네팔에 대한 이해와 네팔의 현실을 조금 더 가깝고 자세히 이해하고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이 글은 또 오마이뉴스와 동시에 게재하는 것이다. 김 시인의 글은 네팔 지진 피해 이후에 올린 글 중 최신 글부터 올릴 예정이다. 나머지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김형효’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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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의 즐거움과 일상의 즐거움을 함께
맑고 밝은 아이들의 표정…“절대로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

지난 12월 15일은 결혼 4주년과 아내의 실제 생일이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네팔한국문화센터 식구들을 불렀는데 문화센터 식구들은 케이크를 자른 후 도착해서 사진 속에 없기도 하고 사정상 참석 못한 사람도 있다. 아무튼 우리 부부는 네팔 지인들에게 삼계탕과 맛난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이날 식사 준비는 삼계탕만 내가 만들고 대부분 처제와 처제 남자친구가 해주었다.

처제에게 처음으로 크게 대접받은 날이다. 아내와 내게 선물도 준비해주었고 네팔 가수 쁘라딥 범전(Pradeep Bomjeon), 전 아나운서 어니타 구릉(Anita Gurung), 현 ABC TV기자 단다 구릉(Danda Gurung)과 랄라 구릉(Lala Gurung), 칸티푸르 기자 풀만 발(Pulman Bal)도 함께 선물과 카다를 걸어주며 우리 부부를 축복해 주었다. 늦게 화가 날 바하두르 비케이(Nar Bahadur B.K)가 찾아주었고 다음 날에는 람 타다(Ram Thada)가 찾아와 함께 삼계탕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오전 나는 네팔 국영 네팔텔레비전 방송국 대담이 약속되어 있었다. 대담은 30분 동안 진행되었는데 나의 문학활동과 네팔어 시집 (하늘에 있는 바다의 노래)에 실린 작품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책에 실린 작품 3편을 네팔어로 낭송하고 1편은 지진 이후 쓴 시를 한국어로 낭송하였다. 방송이 끝난 후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을 시청하던 네팔 텔레비전 뉴스채널 대표가 아내가 머물고 있던 조정실을 찾아 나의 네팔어 실력에 놀라며 내가 쓴 시를 낭송하겠다고 나섰다는 즐거운 이야기를 들었다. 백발인 분인데 방송이 끝나고 날 불러 내 앞에서 나의 시집을 읽기도 했다.

아래 시는 내가 방송 중 한국어로 낭송한 시다.

히말을 품고 사는 영혼은 아름답다.

김형효

높고 높은 산에 올라 보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깊은 영혼 높은 별처럼 빛나는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높은 히말처럼 사람들의 삶은 모두 성자인 듯
따사롭고 밝은 웃음기로 생기가 넘쳤습니다.
절로 해맑아지는 나는 그들과 하나되어 버렸습니다.
부질없는 삶의 때에 절어 살다가
영혼을 해탈의 경지로 옮겨 주는 히말라야
그곳에서는 사람도 히말처럼
히말도 사람처럼 끝 모를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서로 인자하게 웃는 법을 아는
나는 그곳 사람들이 그래서 좋았습니다.
나는 지금 돌아와 그때 그 자리에 웃음들
그리운 히말에 사람들의 웃는 법을 다시 배우고 싶어집니다.
그들 속에는 영혼의 쉼터라는 히말이 있고
히말이 있는 곳에 그들의 영혼이
함께 웃으며 반기는 사람이 있다.
가야지.
다시 가야지.
아픔도 고통도 다 품은 아름다운 영혼의 보금자리
히말을 품은 사람들이 사는 사람들에게로

그리고 18일은 나의 생일이었다. 지금 카트만두는 춥다. 온돌이 아닌 더구나 난방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추위와 견디어 이겨내야 한다. 우리 부부는 오늘 카트만두의 부자 동네에 속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한 학교를 찾았다. 부자들 속에 살며 가난을 견디는 것은 거친 추위보다 가혹할 것이다. 강남 속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면 참 그들은 가혹한 일상을 살 것이다. 나의 생일을 맞아 전하는 빵이라 더욱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날, 그날 다른 의미를 읽어내며 사는 것도 흥미롭다. 더구나 어린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일이니 더없이 고마운 일이었다.

우리가 찾은 학교는 인도인 원장이 아이들을 보살피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모두가 여자아이들이었다. 맑은 눈의 아이들이었다. 밝은 표정에서 그 어떤 근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가난해서 인도인 여성 원장님에 보호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 표정에서 “절대로 우리는 가난하지 않다”는 밝은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160여 명에 학생들에게 빵을 나누어주는 우리 부부도 즐거웠다. 빵을 나누는데 전 사가르마타 텔레비전 방송국 앵커 어니따 구릉(Anita Gurung) 님도 네팔 한국문화센터 모한 까르기(Mo Hewn)씨도 동행해 주었다. 아이들이 모헌 까르기씨와 어울리는 모습도 참으로 정겨웠다.

빵 배달을 한 후 초대받은 문학행사장을 찾았다. 네팔 작가 네 명에 출판기념회였다. 전 네팔 왕립학술원 원장이자 시인인 셔르벅타 쉬레스타 선생을 9년 만에 만났다. 디네스 아디까리 전 네팔국토개발 5개년 계획부장관이자 시인, 작사가의 초대로 참석한 행사다. 디네스 아디까리(Dinesh Adhikari)형님이 네 명에 문우와 함께 25년에서 30년 전 함께 네팔 문학신문에 실렸던 글들을 모아 이번에 출판한 책이라고 한다. 행사는 네팔에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참으로 부러운 것이 네팔 문학인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틀 전 내가 네팔국영텔레비전 뉴스프로그램에서 시를 낭송하고 대담을 한 것도 모두 네팔사람들이 문학을 사랑하는 것에서 비롯된 일이란 기쁨이 느껴지는 일이다. 그들이 쓴 시를 연극으로 만들어 해설을 하며 펼쳐지는 극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대사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구절이었다. 네팔 작가 네 명이 25년에서 30년 전 반영한 현실에 이야기란다. 어쩌면 사람이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권력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다. 마치 최근 한국 사회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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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국영 텔레비전 방송국 생방송 인터뷰

About 김형효 (5 Articles)
시인. 네팔한국문화센타에서 근무하고 있다. 1997년 김규동 시인 추천 첫 시집 를 출간했다. 이후 시집 ‘꽃새벽에 눈내리고’(1998), ‘사막에서 사랑을’(2006)과 산문집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2007)를 냈다. 현재 시 관련 웹사이트인 시사랑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과 네팔을 오가며 네팔 소식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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