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상황’과 ‘엘리트 패닉’
"일반 시민보다 국가 엘리트가 더 먼저 공항 상태에 빠집니다. 레베카 솔닛은 이런 현상을 ‘엘리트 패닉’이라고 부릅니다."
‘극단적 상황’과 ‘엘리트 패닉’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
2016.01.07
유감스럽게도 2016년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매우 엄중한 도전과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를 ‘극단적 상황’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첫째, 이번 북한의 핵 실험은 분명 수소폭탄 실험은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데는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수소폭탄은 그 기폭제로 소형 핵폭탄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핵을 소형화한다는 것은 장차 어느 시점에선가 수소폭탄을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을 다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서 이번 핵 실험은 수소폭탄은 아니지만 수소폭탄으로 갈 수 있는 핵무기 소형화가 그 진정한 목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실험은 진도 4.9에 달하는 지진파를 과연 얼마만큼의 핵 물질로 발생시켰느냐가 가장 핵심적인 키가 될 것입니다. 상당히 적은 양으로 그 효율을 높여서 만든 것이라면 북한은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봅니다. 이 점에서 이번 핵 실험은 과거와 종류가 다릅니다.
둘째, 작년에 했다고 하는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사출 시험입니다. 뒤늦게 알려진 이 실험은 핵무기의 ‘다종화’ 시험입니다. 북한은 한미의 킬체인이나 미사일방어(MD)에 구애받지 않는 종류가 다른 핵무기를 추구하는데, 여기에 수중발사 미사일이나 야포, 핵배낭과 같은 새로운 타입의 핵전력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그런 열망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셋째, 이미 표방한대로 북한은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포동 미사일, 하와이나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탄두 중량 750kg 이내로 줄이는 경량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앞의 두 가지 방향에 비해 이미 상당한 진척을 이뤘습니다.
이런 세 가지 상황이 복합되어 구체적 결실을 맺는 시점은 앞으로 5~10년 이후라고 봅니다. 대략 서방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정도입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북한 핵 개발을 저지하는 아무런 예방외교가 없었고, 그 틈을 타서 순풍에 돛을 단 듯이 핵 개발을 가속화하였습니다. 그 결과 핵전력 구축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맞이하게 되는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하나의 정점, 즉 극단을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극단적 상황을 관리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오직 미국과 일본에 의지해서 연명하는 가련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사실 북한이 핵을 가졌더라도 정신 바싹 차리고 냉철하게 위기를 관리하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수 있다면 모를까, 북한 공포 한방에 기절해버리는 과민성 안보증후군에 시달리는 우리는 정신적 공항에 빠집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 시민보다 국가 엘리트가 더 먼저 공항 상태에 빠집니다. 레베카 솔닛은 이런 현상을 ‘엘리트 패닉’이라고 부릅니다. 국가 정체성이나 주권을 다 강대국에 헌납해서라도 당장의 공포로부터 위안을 찾으려 할 것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저렇게 처리하는 것만 보아도 이 나라 위정자들의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극단적 상황입니다. 지금 그렇게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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