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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참외 하나가 있다고 하자”

"노자가 말하기를 '다섯 가지 맛은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고 했다. 넓은 세상에는 없는 맛이 없으니 세상을 맛본 사람들은 대부분 입맛을 상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온갖 일을 두루 맛보더라도 참된 맛을 모를 것이다. 병든 사람이 죽을 쓰다고 여기고 똥물을 달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 참외 하나가 있다고 하자. 참외는 몹시 작지만 꼭지는 쓴맛이고 몸통은 단맛이다. 하물며 세상은 넓으니 무슨 맛인들 없겠는가. 다만 사람들이 태어나면 항상 한 가지 일만 하느라 늙어 죽을 때까지 다른 부분을 맛보지 못한다. 그러니 성대한 제사 음식이 간소한 제사 음식보다 맛있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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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손님들이 모여 세상 사는 맛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누구는 쓴맛이라 하고, 누구는 신맛이라 하고, 누구는 덤덤하여 아무런 맛도 없다고 하였다. 단맛이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모르겠다. 세상의 맛은 똑같은데 맛보는 사람이 각자 입맛에 따라 달리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입맛은 똑같은데 세상에 여러 가지 맛이 있어 사람들이 각기 한 부분만 맛보기 때문인가.”

세상의 맛

글 / 유희(柳僖)

번역 / 장유승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번역문

우리 집에 손님들이 모여 세상 사는 맛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누구는 쓴맛이라 하고, 누구는 신맛이라 하고, 누구는 덤덤하여 아무런 맛도 없다고 하였다. 단맛이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모르겠다. 세상의 맛은 똑같은데 맛보는 사람이 각자 입맛에 따라 달리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입맛은 똑같은데 세상에 여러 가지 맛이 있어 사람들이 각기 한 부분만 맛보기 때문인가.

여기 참외 하나가 있다고 하자. 참외는 몹시 작지만 꼭지는 쓴맛이고 몸통은 단맛이다. 하물며 세상은 넓으니 무슨 맛인들 없겠는가. 다만 사람들이 태어나면 항상 한 가지 일만 하느라 늙어 죽을 때까지 다른 부분을 맛보지 못한다. 그러니 성대한 제사 음식이 간소한 제사 음식보다 맛있는 것이 당연하다.

노자가 말하기를, “다섯 가지 맛은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고 하였다. 넓은 세상에는 없는 맛이 없으니 세상을 맛본 사람들은 대부분 입맛을 상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온갖 일을 두루 맛보더라도 참된 맛을 모를 것이다. 병든 사람이 죽을 쓰다고 여기고 똥물을 달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쓴 것은 원래 쓰고 단 것은 원래 달다. 그렇지만 풀뿌리를 씹으면 고기 맛도 잊을 수 있는 법이다. 어찌 세상일이 전부 마음대로 되어야 세상 사는 맛이 달다고 하겠는가.” 이 말은 옳지 않다. 차의 쓴맛은 그래도 냉이처럼 달게 여길 수 있지만, 황벽(黃蘗)으로 말하자면 참을성이 좋은 사람도 끝내 달다고 말하지 않는다. 도량이 넓은 성인조차도 “환난에 처하면 환난에 맞추어 행동해야 한다.”라고 하였을 뿐, 사람들의 기호와 반대로 고통을 즐기고 안락을 싫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맛이 쓰거나 시다고 해서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맛이 달다고 해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쓴맛과 신맛, 단맛은 각기 쓰임새가 있다. 독한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좋고, 칼날에 바른 꿀은 반드시 내 혀를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딱딱한 것은 뱉고 부드러운 것만 삼키면 소인이 되며, 쓴 것만 먹고 단 것을 사양하는 것도 군자의 중도가 아니다.

하늘이 만물을 낳을 적에는 각기 마땅한 바를 두었다. 발굽이 있는 동물은 풀을 먹고, 날카로운 이를 가진 동물은 산 짐승을 먹는다. 쇠똥구리는 똥을 먹고 날다람쥐는 불을 먹는다. 단장초(斷腸草)는 맹독이 있어 사람이 먹으면 반드시 죽지만 범이 먹으면 백일 동안 배고프지 않다. 올빼미는 썩은 쥐보다 꿩을 좋아하지만 매와 경쟁하여 잡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얻는 것은 모두 어길 수 없는 운명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기어이 단 것을 먹어야 한다면 쓴 것과 신 것은 누구에게 줄 것인가. 단맛은 나의 복이며 쓴맛과 신맛은 나의 분수이다. 분수를 넘어서고 운명을 어기면 큰 화를 당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오직 군자라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중용』에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맛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한 것이다.

원문

吾家嘗有客會, 談生世之味, 或曰苦, 或曰酸, 或曰淡無味, 其謂甘者, 蓋絶少也. 吾未知世之味, 一而嘗之者, 各隨其口爲之品歟. 抑人之口一, 而世則有多味, 人各得其偏處也. 今夫一瓜, 至小也, 啖蒂者苦, 吃臍者甜, 况以人世之大, 何味不具. 但鮮民之生, 常遊乎一事之內, 至老死不能移其喙, 則宜乎東牛之味, 甘於西禴也.

老子曰: “五味令人口爽.” 人世之大, 旣無不具之味, 人之嘗之者, 多爽其口, 雖使之遍嘗萬事, 猶不得眞味, 如病熱者之苦糜粥, 甜屎汁, 亦不爲無理也. 或曰: “苦者自苦也, 甘者自甘也. 咬得菜根, 尙足以忘芻豢, 世豈有事事適意之人, 然後乃謂世之味甘哉?” 此猶不然, 若茶之苦, 猶可安之如薺, 至於黃蘗, 雖善耐者, 終不可言甘. 夫以聖人之量, 只言傃患難, 行乎患難而已, 未聞樂疢疾而厭康寧, 以反人之好惡也. 雖然, 苦酸不可必去, 甘不可必取, 苦酸與甘, 皆各有其用. 毒藥苦口, 利於病, 刀頭之蜜, 必傷吾舌, 故剛吐柔茹, 旣爲細人之歸, 喫苦辭甘, 亦非君子之中也.

天之生物也, 各與其所冝. 蹄者吃草, 牙者齧生, 蜣蜋啖糞, 夷由食火, 野葛至毒也, 入人口必斃, 而虎食之, 百日不飢. 鴟非以腐鼠, 尙於鷮雉, 而猶不可與鷹獵較. 凡物之所得, 皆其命之不可違者, 吾必欲取甘, 將棄苦酸於何人哉? 甘則吾福也, 苦酸則吾分也, 越分而違命, 鮮不致大損, 惟君子爲能和之, 故曰: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유희(柳僖, 1773~1837), 『방편자문록(方便子文錄)』, 「맛을 풀이하다(釋味)」 중에서

출전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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