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산업경쟁력”
김광현, “창업 혁신으로 산업경쟁력 살려야…‘대한민국 최고 창업 허브’ 지켜 나갈 것"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 센터장 인터뷰
김광현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D.CAMP) 센터장은 ‘광파리’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IT 소식을 전하는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현재 그는 자리를 옮겨 ‘IT 전도사’에서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 전도사’로 변신했다.
디캠프는 2013년 3월 27일 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의 창업 생태계 허브’다. 3년 동안의 발자취를 보면 빠르게 창업 생태계를 가꿨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투자 기업은 2,822개, 투자 금액 2,235억원에 달했고, 방문자는 16만8,194명, 프로그램은 305회, 스타트업 지원 3,287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디캠프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운영하는 창업 허브다. 현재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디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광현 센터장을 만나 디캠프에 대한 설명과, 창업 지원, 향후 계획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광현 센터장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나왔다. 정장보다는 편안한 옷차림이 창업을 돕는 센터장과 잘 어울리는 옷맵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디캠프에 대해서는 센터에 비해 잘 모르는 편이다. 김 센터장은 “디캠프는 창업 생태계를 혁신한 대한민국 최고의 창업 허브”라며 “정부는 디캠프를 벤치마킹해 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었다”고 말했다.
창업 활성화를 목표로 20개 은행이 출연해 디캠프 설립
▲디캠프는 어떤 곳인가?
한 마디로 ‘드림(Dream) 캠프’다.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베이스캠프로 삼는 곳이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5월 20개 은행이 출연해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이 2013년 3월 디캠프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걸면서 총리, 장관, 실장, 국장 등 많은 이들이 디캠프를 찾아왔다. 그로부터 1년 내지 2년 후 17개 혁신센터를 열었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디캠프는 어떻게 창업을 돕는지 궁금하다.
재단을 설립할 때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생태계 선순환’을 이뤄보자고 했다. 서울 강남에서 창업 생태계를 혁신하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단순히 창업공간을 지원하는데 머물지 않았다. 디캠프는 창업공간, 네트워크(사람), 투자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창업 허브를 지향했다.
디캠프가 창업을 돕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략 열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디데이(D.Day), 디파티(D.Party), 디시전(D.Cision), 디엔젤(D.Angel), 게임오브디캠프(Game of D.CAMP), 오피스아워(Office Hour), 디톡스(D.Talks), 디커뮤니티(D.Community), 디글로벌(D.Global), 디클래스(D.Class) 등이다.
디캠프는 방금 말한 세 가지 요소, 즉 공간, 네트워크, 투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지속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디캠프는 협업공간 자유석과 지정석, 보육공간 등 창업 단계에 맞춰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예비창업자가 디캠프에 와서 창업해 투자를 받아 나가기까지 끊임없이 지원하고 있다.
▲디캠프 프로그램 중 소개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게 있나?
‘게임오브디캠프(GoD)’와 ‘디엔젤’이다. GoD는 디캠프가 선발한 스타트업들한테 협업공간 지정석을 주고 네트워킹·멘토링·홍보 등을 지원함으로써 사업을 키워 나가게 하는 보육 프로그램이다. 3월부터 6월까지 1기를 운영하고 7월부터 10월까지 2기를 운영한다. 반응이 매우 좋다.
디엔젤은 입주 및 투자 지원 프로그램이다. 매월 스타트업 데뷔 무대인 ‘디데이’를 여는데 좋은 팀을 뽑아 디캠프 보육공간에 입주시키고 종자돈을 투자한다. 이런 팀은 디캠프 프로그램에 우선 참여할 수 있고 네트워킹·멘토링·홍보 지원을 받는다.
▲디캠프는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졌다고 하던데 이유는 뭔가?
디캠프는 ‘창업계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을 2014년 11월 워커힐호텔에서 개최해 세계 창업계에 한국을 알렸다. 쿼타이밍(郭台銘, 테리 궈) 폭스콘(Foxconn) 회장은 디캠프를 찾아와 자기 회사에서 생산한 애플 컴퓨터 1억 원어치를 협찬했다. 2015년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다녀갔다.
대기업이 참여하면 창업 생태계 선순환 완성에 큰 도움
▲현재 디캠프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예전과 달리 대기업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대기업이 창업계에 시선을 준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창업자, 투자자, 미디어, 정부, 창업지원기관에 이어 대기업이 참여하면 창업 허브가 완성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돼 지원과 관심이 늘고 규제가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려면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창업해서 성공한 사람이 많이 나와야 인재와 자금이 몰리고 더 좋은 스타트업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창업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어 산업경쟁력이 강화되고 국가경쟁력도 커지게 된다.
▲디캠프를 둘러보니 디캠프 문화는 다른 곳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디캠프는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스타트업 문화를 존중하고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개방과 공유와 협업이 디캠프 문화의 핵심이다. 실리콘밸리 문화를 그대로 베끼지 않고 한국 스타트업 문화와 접목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 상명하달식 커뮤니케이션을 철저히 배제한다. 디캠프 행사를 보면 꾸밈이 없고 소박하다. 또한 참석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혁신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혁신을 촉진하는 수평적인 ‘디캠프 문화’
▲창업 생태계와 관련해 아쉬운 점은 없나?
여러 차례 중국 창업 생태계를 둘러보고 왔다. 충격을 많이 받았다. 중국이 우리보다 3~4년 빨리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시작했고 중국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에는 한국은 ‘빨리빨리’, 중국은 ‘만만디’라고 했다. 지금은 바뀌었다. 중국은 빨리빨리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한국은 변신하는 속도가 느리다. 이런 식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 걱정스럽다. 더구나 중국은 해외에서 우수 인재들이 귀국해 창업하는 반면 한국은 우수 인재들이 편한 직장만 찾고 있다.
▲퍼주기 식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던데…….
물론이다. 창업을 지원하는 곳은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생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초기에 도와주는 곳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돕다 보면 자생력이 약해질 수 있고 자칫 경쟁력 없는 ‘좀비 스타트업’을 돕는 꼴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젊은이들이 창업이 뭔지 알았으면 좋겠다. 대학 졸업 때까지 대기업이나 공무원 될 생각만 하고 창업이 뭔지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100세 시대가 되면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창업을 해야 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좋든 싫든 도전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모든 젊은이들에게 창업하라고 권장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되 도전하는 삶을 살라고 충고하고 싶다. 어느 직장에서든 안주하다 보면 혁신 DNA를 잃게 되고 그 직장을 그만두면 경쟁력을 상실해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에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창업을 통해 혁신해야 국가경쟁력 강화도 가능
▲창조경제를 어떻게 이해하나?
창업을 통해 혁신함으로써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대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어 위기에 처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대기업일지라도 자체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혁신적인 기술을 인수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 최근 창업계 행사에 대기업 투자 담당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좋은 신호라고 본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기업도 지원하나?
디캠프는 2013년 오픈 이후 해마다 미국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에 한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했다. 2015년부터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테크크런치 상하이’ 행사에도 우수 스타트업을 선발해 참가한다. 이런 식으로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해외에 거점을 마련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디캠프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한다.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세계는 지금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기업 체제는 신속하게 혁신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려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중문예진흥원은 청년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디캠프와도 도움을 주고받게 되길 기대한다. 디캠프는 초심을 잃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트업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D.CAMP)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20개 은행 등이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자 2012년 5월 5,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이 재단은 2013년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창업 허브인 디캠프(www.dcamp.kr)를 열었다.
재단은 대한민국 민법 제32조에 의한 재단법인이며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전국은행연합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임하고 연합회 감사가 재단 감사를 겸직하고 있다. 재단은 창업 지원 업무를 하는 디캠프와 디캠프 일을 돕는 사업지원실, 그리고 감사실로 구성돼 있다.
재단의 주요 업무는 출범(2012.05) 이후 2013년 중반까지이며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과 업무위탁계약 등에 따라 보증과 직접투자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및 동참 제반 환경변화 등을 감안해 ‘성장사다리펀드’ 출자를 포함한 간접투자와 청년 창업 생태계 구축 등 중심의 활봉을 강화하고 있다. 재단은 앞으로 창업 지원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협업 강화 등을 통해 한국의 창업지원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김광현
1987년 전자신문을 시작으로 27년 이상 신문기자로 일했다. 전자신문(1987~1988), 서울경제신문(1988~1995)을 거쳐 1995년부터 한국경제신문(1995~2014)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생활경제부장, IT부장, 기획부장, 디지털전략부장과 IT 전문기자 겸 한경플러스부장(부국장)을 지냈다.
한경플러스부장 시절에는 사실상 사내 벤처를 운영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거느리고 한국경제의 디지털 신문인 ‘한경플러스서비스’를 이끌었다.
김 센터장은 기자 시절 ‘광파리’란 필명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테크(IT) 소식을 전하는 큐레이터 역할도 했고, ‘광파리의 IT 이야기’ 블로그도 운영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을 통해 IT 소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
김 센터장은 1961년생으로 전남대 영문과, 서강대 대학원 영문과와 서강대 경제대학원(국제경제)을 졸업했다.
2015년 1월 1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D.CAMP)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 이 글은 (사)한중문예진흥원에서 발간하는 ‘한중문예’와 동시에 게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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