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향을 잃으면 진정한 꽃이 아니라지만, 이렇게 어린잎도 돋아나기 전 서둘러 피어나는 꽃들은 열매도 맺지 못하는 ‘못된 꽃’들이 아닐까? 벌과 나비가 날아들 시기가 아니니, 열매도 맺지 못하는 꽃들은 결국 한 순간 봄비와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릴 허무한 꽃의 향연일 뿐이기 때문이다"
못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이유미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이사장
감격사회 200호
2017년 5월 11일
매일 출근할 때 지나는 탄천 뚝방길에 개나리와 백목련이 활짝 피어났다. 벚꽃까지 가세해 곧 꽃망울이 톡톡 벌어질 기세로 사방이 꽃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채색이던 자연이 화려한 유채색 꽃밭으로 피어나는 4월을 두고 왜 잔인한 4월이라고 했던가?
이번 2017년은 봄이 왔어도 아직 마음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스산하기만 하다. 불안한 정국은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바로 코앞의 내일을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말기의 위태로운 나라의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역사는 결국 반복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향을 잃으면 진정한 꽃이 아니라지만, 이렇게 어린잎도 돋아나기 전 서둘러 피어나는 꽃들은 열매도 맺지 못하는 ‘못된 꽃’들이 아닐까? 벌과 나비가 날아들 시기가 아니니, 열매도 맺지 못하는 꽃들은 결국 한 순간 봄비와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릴 허무한 꽃의 향연일 뿐이기 때문이다.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의 향연을 보면서 새로 들어서는 정권마다 화려한 공약을 뒤로 하고 민생을 위한 열매는 맺지 못한 채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쁘다가 뒷걸음질 쳐 버리는 우리 정치권의 모습을 연상하니 국민들 마음속엔 꽃이 피어나도 봄이 오지 못한 것이다.
혹자는 대통령 임기를 더 줄이자고 주장하지만 국정의 문제가 어찌 임기의 장단 때문일까? 능숙한 농부는 도구를 탓하지 않는 것이다. 3만 불 시대의 도래, 수출액 몇 천억 불 시대라지만 아직 그렇게 높아진 수치상의 경제대국의 위상과 거리가 먼 한국의 민초들은 고리대금업체에 40프로에 가까운 살인적 이자를 지불하며 돌려막기를 하면서 남북이 대치한 가운데 불안한 안보문제가 해결될 실마리 없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절망을 느끼고 있다.
촛불민심의 또 다른 원인은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팍팍한 현실에 대한 분노의 표출일 수도 있고 태극기민심은 불안한 안보현실에서 정권창출에만 급급하는 철부지 정치인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함과 두려움의 표출이 아닐까? 대한민국이란 배가 풍랑에 표류하고 있지만 믿을만한 선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애꿎은 봄꽃들에게 열매도 맺지 못하는 못된 꽃이라 푸념하면서 답답한 심경을 풀어내본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고 이제는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 2017년 진정 열매 맺을 ‘한 사람’을 손꼽아 본다.
이유미
일송재단 국제농업개발원 이사장, 배계주기념사업회 회장, 藥山Germanium(주) 사장, 한국시인연대 회원, 국민건강연대 학술위원장, (사)한국예술문화연구원 부이사장 역임, 저서 「당신은 가고 꽃으로 남았나(시집)」 외
※ 이 글은 (사)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 운영하는 ‘감격사회(감사와 격려로 사랑을 회복하는 칼럼공동체)’에 함께 게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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