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界 속에 韓流 있고 韓流 속에 韓食 있다”
"음식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다양함, 가지각색, 여러 가지’라는 뜻인 버라이어티(variety)이자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음식을 생각하면 대부분 식당 창업을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음식을 한다’는 의미는 사실 단순한 게 아니다. 기획을 하고 출판을 하고 강연 및 강의, 연구, 문화, 외교 등을 망라한다. 다양한 것을 확대하고 확장하는 게 음식이다. 한식으로 한류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음식과 음식 문화는 조금 다르다. 음식은 예전에 말하던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음식문화라고 한다. 이게 바로 식문화(食文化)다. 식문화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기에 음식은 이야기다."
류현미 식문화세계교류협회 회장
“世界 속에 韓流 있고 韓流 속에 韓食 있다”
류현미 사단법인 식문화세계교류협회 회장. 류 회장의 프로필은 A4 3쪽에 가까울 만큼 많다. 협회나 단체 활동부터 시작해 전시는 물론 방송, 잡지, 신문, 온라인 활동, 심사위원, 강의, 강연 등 수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여러 직함과 활동을 살펴보며 류 회장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표현은 무엇일까 생각하면 ‘한식 대사’다. ‘한식 대사’, 이 표현이 류 회장을 잘 드러낸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는 한식으로 한국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주한외교사절 친선의 밤 등 외교 행사를 진행하며 한국 전통 음식을 전시하고 맞춤밥상(케이터링, Catering)을 제공하면서 한국과 한국 음식, 한국 문화를 주한외국사절단이 알 수 있도록 했다. ‘한식 대사’라는 애칭도 주한 외국 대사들이 지어준 것이다.
류 회장은 음식 외에 대학 강의는 물론 한식문화진흥포럼 등 공공기관, 기업,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한식과 한국을 알리고 있다. 강연은 한류(韓流, Korean Wave)와 한식이 많다. 주로 ‘세계 속에 한류가 있고 한류 속에 한식이 있다’, ‘세계인과 함께 하는 한식 보물섬’, ‘한류 속에 한식 문화가 있다’, ‘인삼을 이용한 약선 음식 개발 현황 및 개발’ 등이 주제다.
류 회장은 “2017년 2월에는 ‘주한외국대사관과 함께 하는 식문화세계요리대회’가 서울시 민간 축제 공모전으로 선정이 됐고, 3월에는 2018년부터 발간하는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교학사)에 ‘한식대사 류현미’라는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며 기쁜 마음을 내비쳤다.
류 회장은 활동 못잖게 공부 욕심도 많다. 성신여대 대학원 교육학과를 마치고 명지대 산업대학원 식품양생학과에서 석사 학위 두 개를 받았다. ‘식품영양학’이 아니라 ‘식품양생학’이다. 그가 공부한 전공은 ‘식문화학’이다. 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최고위지도자 과정도 빼놓지 않고 다녔다. 국내외 방송, 신문, 잡지 등에 출연하고 한식 칼럼 연재(경기일보) 등의 활동을 하면서 한식 세계화에 앞장섰다. 2012년 한국국제요리경연대회 장관상을 비롯해 15개의 상에 이어 이후에도 대한민국 한류대상 한식 부문 등 여러 상을 받았다.
류 회장은 회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교사, 사서를 거쳐 전통음식연구가로 자리를 바꿨다. 요리대회에 나서면서 상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방송 등 매체의 관심과 초청, 취재의 주인공이 됐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네이버 요리 부문 파워 블로거가 되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중국 NTD TV에 출연한 후 외교 행사에서 우리 음식을 내놓을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는 음식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류 회장은 이후 외교관에 있는 사람을 초청해 우리 음식을 소개하고 먹게 하는 모임을 6년 넘게 진행했다. 그러면서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발 벗고 나선 후부터 자연스럽게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은 ‘한식의 세계화’라고 생각했다.
5월 18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에 있는 음식점 『진가방』에서 류 회장을 만나 한식과 한식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한 후 ‘음식은 사람과 문화를 위한 징검다리’이고 ‘음식은 문화와 외교를 낳는 영양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만에 다시 만나 반갑다. 인터뷰인 만큼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면 좋겠다.
전통음식연구가라고 소개한다. 주로 하는 일은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해 연구하고 음식을 주제로 기획, 전시, 컨설팅,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외교 행사를 비롯해 한식 관련 행사를 하는 일이 많다. 행사를 할 때는 수라상 재현, 다례 시연 등 한국음식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고민한다. 한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개하는 내용을 보니 ‘밑절미’라는 낱말이 나온다. 음식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밑절미는 기본, 바탕, 본질, 이런 뜻을 갖고 있다.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 말이 밑절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살림살이에서 밑절미가 중요하다. 음식을 하는 사람은 밑절미를 잘 헤아려야 제대로 음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고유의 입맛을 살려낼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애칭이 ‘한식 대사’다. 음식과 문화와 외교를 묶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활동과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 주한외교사절 친선의 밤 외교행사 때 전통음식 전시와 케이터링을 했었다. 또 2014부터 2015년까지 주한외국사절단과 함께 하는 한국의 날 행사 주관했다. 이 행사는 우리 명절 알리기였는데, 7개 국가 주한대사관이 방문했다. 2015년에는 ‘한식대사 류현미 집밥 초대’를 기획해 필리핀을 비롯한 12개 국가 주한대사관 50여 명의 외교관이 한식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대사나 대사관 관계자가 ‘한식 대사’라는 별명을 만들어줬는데, 고맙게 생각한다. 대사관과 외교관을 만나 한식을 알리는 행사를 하면서 교류도 하고 한식을 알리는 기회도 생겼다. 이런 만남과 교류, 행사는 그 자체가 한식 알리기와 한식 세계화였다. 또 한식을 이야기하며 한국, 한국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식문화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식문화학을 전공했는데, 우리 전통 음식은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 음식은 소반(小盤) 문화다. 작은 상에 음식을 놓고 먹는다. 이는 최고의 밥상이다. 이 밥상은 최고의 밥상이다. ‘나를 위한 밥상’이기 때문이다. 작년(2016) 5월에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안동 하회를 방문했을 때 반 총장과 내빈 등 주요 손님(VIP) 50여 명의 오찬과 다과상차림을 준비했다. 소반으로 준비한 밥상인데, 개인을 위한 밥상이다.
▲방금 음식에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음식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다양함, 가지각색, 여러 가지’라는 뜻인 버라이어티(variety)이자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음식을 생각하면 대부분 식당 창업을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음식을 한다’는 의미는 사실 단순한 게 아니다. 기획을 하고 출판을 하고 강연 및 강의, 연구, 문화, 외교 등을 망라한다. 다양한 것을 확대하고 확장하는 게 음식이다.
한식으로 한류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음식과 음식 문화는 조금 다르다. 음식은 예전에 말하던 개념이었는데 지금은 음식문화라고 한다. 이게 바로 식문화(食文化)다. 식문화 속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기에 음식은 이야기다.
▲음식과 이야기를 묶은 사례를 듣고 싶다.
방금 말했던 안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안동인문가치포럼에서 외교사절과 주요 손님을 모시고 오찬과 전시를 했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안동이라는 지역과 문화를 생각했다. 이런 행사는 음식 외에 참석 인물, 축하 공연, 의상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국화와 떡 케이크, 술, 연꽃 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몄다.
이야기와 음식을 연결해 안동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다. 음식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의상, 공연, 술, 그리고 안동의 문화까지 담아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음식으로 표현했는데, 이게 바로 식문화고 이야기다. 요즘 한식을 통해 여러 분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음식은 이제 상생이고 소통이고 통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뿌리 없는 퓨전 음식은 없다”
▲음식이 상생, 소통, 통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면 좋겠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좋은 음식이 나온다. 외국 대사와 밥을 함께 먹으면서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됐다. 문화와 상관없이 함께 먹는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나누면서 친구가 된다. 정치, 경제 등 어렵고 예민한 이야기도 음식을 함께 먹으면 쉽게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고 국가를 초월하는 게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문화다. 음식에 문화를, 문화에 음식을 입히는 게 좋다. 음식 분야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외국 사람도 좋아한다. 뿌리 없는 퓨전 음식은 없다. 한국 전통 음식을 대접하며 느낀 것은 된장, 간장, 고추장, 식초 등 몇 가지 재료만으로도 여러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뿌리 없는 퓨전 음식은 없다는 말을 들으니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이다. 한국 전통 음식을 대접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우리 삶과 사회는 ‘통과의례’(通過儀禮, 출생, 성인, 결혼, 죽음 등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삶의 단계에 맞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의례를 말하며, 프랑스 인류학자 방주네프(Van Gennep, A.)가 처음 사용했다) 문화가 발달했다. 출생, 혼례, 제례 등 음식은 의식과 관계가 깊다. 이는 곧 한국의 문화이자 한국의 유산이다. 삶을 우리처럼 잘 챙기는 문화는 드물다. 외국은 우리처럼 강하지 않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전통이고 이는 곧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또 전통문화와 과학기술을 묶으면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 AI(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오지만 요리나 음식은 앞으로 무척 오랫동안 갈 수 있는 분야다. 인류 역사처럼 앞으로도 오래 갈 것이다. K팝, K드라마·영화에 이어 K푸드(한국 전통 음식)가 한류다. 한류는 전통 문화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문화가 중요하다.
“식문화 잘 활용하면 ‘긍정적 가능성’ 많다”
▲문화로서의 한류, 문화로 보는 한식,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나?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생각하는 게 있다. 한류체험관, 벤처체험관 등을 만들어 식문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학교를 통해 제도적 차원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을 통해 전통음식과 식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식 습득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청년창업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고 본다.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의 경우 한식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학교에서 유학생 등 가능한 형태를 이용해 최대한 진행하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다. 식문화를 잘 활용하면 긍정적인 가능성은 많이 있다.
▲한식 세계화는 큰 숙제다. 숙제를 잘 하기 위해 내놓고 싶은 한식은 어떤 것인가?
‘몸을 다스리는 음식’이라는 밑절미에 아름다움을 곁들여 한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식에 한국의 멋과 맛을 담을 수 있다. 그릇이나 천을 이용하고 가지런하게 놓은 음식이 어우렁더우렁 꽃으로 피는 것, 그러면 그 꽃에 눈길을 주고 저절로 군침이 도는 음식, 몸에 약이 되는 음식, 그리고 맵짜한 손맛과 정갈한 정성을 담은 음식, 이런 것이 세계에 내놓고 싶은 한식이다.
▲좋아하는 말이 있나?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말을 하게 되면 나 또한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 이 정도다. 좋은 것을 늘 찾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물론 다른 사람도 좋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좋은 것을 찾으면 나도 상대방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입맛 돋우려면 새로운 그릇 이용하면 좋다”
▲일상에서는 밥을 비슷한 반찬으로 먹는다. 좀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나?
음식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 끼니마다 다른 음식을 만들어 맛있게 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주 해먹는 음식을 주로 먹을 수밖에 없다. 때때로 밥을 차리는 것도 먹는 것도 지루할 때가 있다. 더구나 음식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음식 솜씨는 하루아침에 좋아지기는 어렵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을 조금 더 맛있게 먹는 방법, 그 중 하나는 쇼핑을 하는 것이다. 그릇을 바꾸는 것이다. 똑같은 반찬을 똑같은 그릇에 담아 먹을 때와 새로운 그릇에 담아 먹을 때는 다르다. 맛도 기분도 달라진다. 전통 그릇을 사서 사용하는 것도 좋다.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
세계(世界) 속에 한류(韓流)가 있고 한류(韓流) 속에 한식(韓食)이 있다. 이 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하는 말이다.
류현미
전통음식 연구가이자 칼럼리스트다. 성신여대 대학원 교육학과와 명지대 대학원 식품양생학과에서 공부하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최고위지도자 과정을 마쳤다. (사)식문화세계교류협회 회장, (사)서울희망포럼 부회장, (사)한중일교류협회 문화분과 총재, (사)한복진흥회 홍보대사, 한류위원회 부회장, 국가미래전략교육원 운영위원 등을 비롯해 대학 강의, 행사 주관, 강연, 방송 출연, 심사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살림살이 밑절미(사물의 기초가 되는, 본디부터의 바탕)를 헤아리지 않고 우리 고유의 입맛을 살려낼 수 없다는 마음으로 우리 전통 음식을 연구하고 음식을 기획, 전시, 컨설팅,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국내 행사에 수라상 재현, 다례 시연 등 한국 음식의 우수성을 세계 속에 알리며 한식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 대한민국나눔대상, 대한민국여성리더대상, 대한민국한류대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2017년 2월에는 ‘주한외국대사관과 함께 하는 식문화세계요리대회’가 서울시 민간 축제 공모전으로 선정됐으며, 5월 광화문광장에서 식문화세계요리대회를 개최했다. 지은 책으로는 『한식 대사 류현미의 집밥 초대』(황소자리, 2014)가 있다. mhsj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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