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이모
"난 막내 이모가 좋았고 세상에서 우리이모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막내이모
정유림
막내이모 부부는 현재 미국에 살고 계신다.
한국에서 살 때는 두 분이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었고,
13년이나 나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명동 성당에서 결혼식을 한 후에 미국으로 떠났는데
나는 그 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아마도 내 기억에는 전날 마셔댄 그놈의 요망한 술, 그 탓이었을 것이다.
그 옛날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브이를 보여줬던
눈부시게 예뻤던 우리 막내이모는 어린 시절 내 친구들의 우상이었다.
그 당시 친구들이 코를 찔찔 흘리던 자기 동생까지 끌고 나와도 환하게 웃으며
막내이모는 만화영화에 제법 근사한 양식집에서 칼질까지 거하게 시켜줬으니
자연히 나는 우쭐해져서 우리이모라고 마구 자랑을 했었다.
난 막내 이모가 좋았고 세상에서 우리이모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온 세월이 수십 년 되었으니
한국보다 이젠 그 나라가 더 편할 법도 한데
몇 년 전 연어처럼 고향을 다시 찾았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 생각했던 우리 이모를 빼앗아간 이모부는
몸을 달달 떨면서 이모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하셨다.
‘아, 파킨슨 병 이라고 했지.’
막내이모부는 파킨슨이라는 이상한 병을 앓고 계신다.
L.A에서는 허구한 날 없어져서 찾으러 다니는 게 일이었다면서,
그래도 한국에 와서 며칠 안됐는데도 많이 좋아진 거라고..
이모는 정말이지 행복해 보일정도로 활짝 웃었다.
미국에서도 매일 없어져서 찾으러 다니기 일쑤였단다.
어딜 그렇게 다니느냐고 물으면 “응, 버스타고 성북동 가야해.”
그 다음번에는 동대문, 한남동…
우리 막내 이모부는 능력자다.
한참 어린 신부를 데리고 그 당시 미국까지 가서 살았으니까.
그리고, 우리 막내 이모부는 마법사 같다.
그 예쁘던 이모를 늙고 표정 없는 할머니로 바꿔놓았다.
우리 막내 이모부는 참말로 재주도 좋으시다.
큰 바다 건너 미국의 천사의 도시에서도
맨 날 맨 날 버스만 타면 서울시내 곳곳을 다닐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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