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보다 권투가 더 좋다”
권투를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김찬목 선수는 언어, 행동, 표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얼굴 표정으나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변했다. 무술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무술을 배우는 사람의 언행(言行)이 달라지는 것과 닮았다.
“나는 예능보다 권투가 더 좋다”
김찬목. 2018년 2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18세. 179cm. 64kg. 학생이면서 라이트급 권투선수다. 중학교 2학년 때 취미 삼아 살을 빼려 체육관에 가서 권투를 2개월 동안 한 적 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권투를 배웠다. 취미가 아니다.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고등부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월 23일(화) 오후 2시,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용신복싱GYM(관장 김용수, 교문동 766-1)에서 김찬목 선수를 만났다. 김찬목 선수 훈련과 지도는 김용수(‘액션은 행위 예술이다’, 사람과사회 3호) 관장이 맡고 있다. 김 관장은 25년차 베테랑 액션배우이자 무술감독이다. 영화계에서 배우와 무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용신복싱GYM에는 김찬목 선수와 이윤정, 이상범, 이승우 등 네 명이 용신GYM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사회™ 4·5호(합본호)
김찬목 선수는 권투를 하기 전 학교 생활에 충실하지 못했고 삶에 재미나 의미를 찾는 게 힘들었다. 권투를 시작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어쩌면 필연이라 말할 수도 있다. 김찬목 선수는 권투를 한 계기를 묻자 “재미있을 것처럼 보였다”며 “처음에, 그러니까 중2 때는 살을 빼기 위해 시작했지만, 2개월이 지나도 별 느낌이 없었지만 이곳(용신복싱GYM)은 달랐다”고 말했다.
“배우는 게 달랐다”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배우는 게 달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체력 관리에 맞춘 운동이 아닌 ‘권투’, 즉 ‘시합’을 위한 운동은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복싱이지만 선수로서의 권투와 취미로서의 권투는 달랐다는 게 김찬목 선수의 설명이다.
이 말을 듣고 김용수 관장이 김찬목 선수와 인연을 맺은 사연을 이야기했다. 처음 찾아와 상담을 할 때의 일이다.
“김찬목 선수가 어머니와 함께 체육관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을 때다. 선수가 되기 위해 권투를 하겠다면 충분히 생각을 해보고 두 사람(김찬목 선수와 어머니)이 상의를 한 후에 결심해야 한다.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가져갈 게 없다. 또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과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이 점을 꼭 기억하고 상의할 때 생각해주길 바란다.”
김찬목 선수와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선수로 활동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김찬목 선수가 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본격적으로 선수로서의 권투를 시작했다. 이후 몇 개월 동안 훈련을 받았다. 본인이 선수로 활동하겠다고 결심한 후 적극 훈련에 나선 김찬목 선수는 1년이 지나지 않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제5회 ABC전국복싱대회(2017.10) 준우승과 양주시장배복싱대회(2017.11) 준우승 및 MVP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ABC대회에서 이윤정 선수 준우승, 전현민 선수 3위, 양주시장배대회에서는 이윤정 선수가 준우승을 거뒀다. 김찬목 선수는 이어 2018년 2월 한국권투인협회(KBI, 대표 이거성)가 주관하는 제41회 전국생활복싱대회 고등부 65kg급 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제50회 전국중고신인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등 출전 횟수도 늘이고 있다. 김찬목 선수와 다른 선수의 활동이나 소식은 네이버 카페 ‘용신복싱GY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언어·행동·표현이 변했다”
권투를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김찬목 선수는 언어, 행동, 표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얼굴 표정으나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변했다. 무술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무술을 배우는 사람의 언행(言行)이 달라지는 것과 닮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하고 학교에 간다. 영어를 비롯해 다른 공부도 열심히 한다. 오후나 저녁 무렵 체육관에 오면 밤 11시까지 운동을 한다. 친구를 만나는 것은 주말에 잠깐 보는 정도다. 학교와 체육관, 집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권투를 하면서 생활이 변한 셈이다. 선수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집, 학교, 체육관이 삼위일체를 이뤄 생활을 규칙적으로 바꾸고 이에 따라 몸과 마음도 규칙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생긴 변화다. 이 같은 생활은 이제 1년이 지나는 시점을 맞았다. 운동을 처음 하던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힘, 속도,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세 가지는 처음에 느끼던 것과 지금은 다르다. 달리는 것만 해도 예전에는 그냥 달리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호흡을 조절하면서 뛸 수 있을 만큼 적응했다. 물론 아직 미약한 게 많다. 처음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선수에게 어울리는 체력을 제대로 갖추려면 아직 멀었다.”
김찬목 선수의 권투 연습은 혼자 하는 훈련과 김 관장과 함께 하는 훈련의 연속이다. 김찬목 선수는 “턱걸이를 비롯해 체력과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주로 하고 있고, 스파링을 할 때 관장님 요구를 잘 맞추지 못할 때는 1대1로 훈련한다”고 말했다.
“꿈 이루기 바란다”
김찬목 선수를 2018년 1월에 만난 이후 2월 25일, 동두천시민회관에서 개최한 제8회 동두천시장배전국복싱대회에 참석한 어머니 채성희(47) 씨와 함께 만났다. 김찬목 선수가 권투를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처음에는 반대했다. 아이 아빠도 반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을 이루길 바란다. 체육관에 처음 왔을 때에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아들이 하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반대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이렇게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김 관장이 하는 말이 힘이 됐다. 아들은 관장을 만난 후 취미보다 선수로 활동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김찬목 선수의 꿈은 세계 챔피언이다. 취미에서 선수로 방향을 바꾼 후 목표도 챔피언으로 잡았다. 어머니도 아들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의지와 김 관장의 지도가 잘 어울리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은 자부심이 생겼다. 자신도 실력이 늘면서 좋아하는 것 같다. 집에 있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줄이고 체육관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김 관장이 하는 말을 들으면 마인드가 마음에 든다. 관장이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어 아들도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사랑과 관심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 지금은 마음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다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오빠 자랑스럽다”
김찬목 선수가 권투를 하고 난 후 좋은 점을 물었다.
“철이 들었다. 전에는 대화도 없었는데, 지금은 이야기를 많이 한다. 꿈, 훈련, 인생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또 부모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큰 아들의 듬직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다. 좋은 쪽으로 변하니 서로 존중해주는 마음도 생겼다. 혹시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꿈을 갖고 있으니 믿어주고 밀어주고 있다. 아이 아빠도 경기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시민회관을 찾은 막내 여동생 김서진(11, 초4) 학생은 오빠인 김찬목 선수가 권투를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냥 그렇다, 하지만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빠의 짓궂은 모습도 말해줬다.
“오빠는 언니(김서현, 16, 중3)와 달리 집에서는 가끔 괴롭히기도 한다. 하지만 유튜브에 영상이 나왔다고 자랑하는 오빠다. 오빠는 자랑스러운 오빠다.”
김찬목 선수와 인터뷰를 마칠 무렵 함께 훈련하고 있는 이윤정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찬목 선수는 착실하다”며 “관장이 요구하는 훈련에 잘 따르고 고칠 점이 있으면 바꾸려는 노력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찬목 선수가 선수로 훈련을 시작한 시간은 8개월이다. 6개월이 되던 때에 준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거둔 것은 비교적 빠른 편이다. 그는 “10~20년 후를 생각하면 챔피언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훈련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며 “은퇴 후에는 체육관을 운영하며 지도자의 길도 걷고 싶다”고 말했다.
“존경하는 선수는 첸코”
존경하는 선수는 바실 로마첸코(Vasyl Lomachenko)다. 첸코는 ‘복싱 인파이터의 황제’라는 별명이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다. 경량급(페더급, 슈퍼 페더급) 복싱 역대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프로 사상 최단 기간에 챔피언이 된 기록을 갖고 있어 우크라이나에서는 복싱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첸코는 현재 세계 챔피언이고 경기를 보면 상대방을 농락할 정도로 화려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게 한 방을 치는 타이슨의 핵주먹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움직임(스텝)은 특히 주목할 부분인데, 링을 자유롭게 오가며 방어와 공격을 하는 능력이 좋다. 처음에는 유명한 선수 경기 모습을 봐도 잘 보이지 않던 게 지금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김찬목 선수는 권투 선수뿐만 아니라 예능도 할 수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선수가 최우선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예능에 출연하는 것도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권투 선수가 좋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스스로를 괴롭히고 노력해라”
김용수 관장은 김찬목 선수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아직 밖에 나오지 않는 상태, 그러니까 알 상태라고 본다”며 “껍질을 깨고 나와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선수와 관장이 함께 노력해서 얻어야 할 결과라는 설명도 덧붙이며 말했다.
“오늘의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내일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 유명우, 박종팔, 유재두, 장정구 등 네 명의 선배 선수를 존경하는데, 그 분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복싱만 생각하고 체육관에서 오로지 훈련에 전념했던 분이다. 소나기 펀치, 맞받아치기, 라이트 훅, 인파이터 등 나름 특기를 갖고 챔피언이 됐다. 김찬목 선수는 선수 요건은 좋은데 아직 체력이 약하고 발이 느린 편이다. 고등학교 졸업할 즈음에는 프로로 진입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용수 관장은 선수 생활과 나이가 어려서 아직 사회성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1년이 가까운 요즘에는 여러 면에서 좋아졌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력과 의지, 이것에서 모든 것이 생기는 만큼 “남보다 많이 연습하면서 훈련의 양이 성패를 결정한다는 것을 느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늘 ‘스스로를 괴롭히고 노력해라’는 말을 하는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챔피언 김찬목’을 기원하며
김찬목 선수는 한창 자라는 꿈나무다. 앞으로 김 관장의 지도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의 응원의 힘으로 오랫동안 커야 할 나무다. 스스로 어떻게 자랄 것인지,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보면 잘 자라고 있는 꿈나무다. ‘세계 챔피언 김찬목’이라는 소식을 멀지 않은 어느 날에 꼭 듣기를 기대하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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