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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는 게 가족이고 행복”

[문정기·문종원 가족 이야기] 과학자 아버지와 배우 아들, 談話로 이야기를 만들다

1년 전인 2018년 봄, ‘가족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가족끼리 나눈 대화를 지면에 담기 시작했다. 가족이 만나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담자는 취지다. ‘일상 속 가족’이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겨울에 만난 김기태 대표와 딸 김가은 씨가 사람과사회™ 제4·5호에 담은 첫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가은 씨는 공연, 영화, 광고 등에 출연하며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1990년생 연극·뮤지컬 배우다. 우연이지만, 이번 호에 게재한 두 번째 이야기에도 뮤지컬, 연극,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문종원 씨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공학 박사인 문정기 만안연구소 소장이다. 과학자와 배우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더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면, 어떤 얘기가 오고 갈까. 서로 다른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버지와 아들, 문정기 소장과 문종원 배우가 펼치는 담화(談話)를 두 번째 ‘가족 이야기’로 꾸몄다.

문정기·문종원 가족 이야기

-과학기술자 아버지와 연예인 아들, 담화(談話)로 이야기를 만들다

이해하는 것이 가족이고 행복

“다른 것 같지만 ‘과학’과 ‘예술’은 하나다”
“‘문명’이 ‘문화’를 이끌어가는 시대 왔다”
“‘서로 공유하는 공간’이 훨씬 많아졌다”
“‘보여주는 것’과 ‘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좋은 배우는 ‘가슴의 숨결’ 갖고 있어야”

1년 전인 2018년 봄, ‘가족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가족끼리 나눈 대화를 지면에 담기 시작했다. 가족이 만나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주고받는 이야기를 담자는 취지다. ‘일상 속 가족’이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겨울에 만난 김기태 대표와 딸 김가은 씨가 사람과사회™ 제4·5호에 담은 첫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가은 씨는 공연, 영화, 광고 등에 출연하며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1990년생 연극·뮤지컬 배우다. 우연이지만, 이번 호에 게재한 두 번째 이야기에도 뮤지컬, 연극,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문종원 씨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공학 박사인 문정기 만안연구소 소장이다. 과학자와 배우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더구나 두 사람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면, 어떤 얘기가 오고 갈까. 서로 다른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버지와 아들, 문정기 소장과 문종원 배우가 펼치는 담화(談話)를 두 번째 ‘가족 이야기’로 꾸몄다. 이야기를 나눈 때와 곳은 2018년 11월 22일 오후 1시,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애슐린라운지」(ASSOULINE, 02-517-0316, 압구정동 도산대로45길 11)다.

사람과사회™ 2018 겨울 & 2019 봄 통권8·9호

“아들은 감성이 풍부한 편이었다. 나는 개인의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아들도 이러한 감성적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우의 삶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내 얼굴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있다. ‘나도 무엇인가 있구나’, ‘또 다른 내가 있구나’, 이런 생각이다. 숨어 있던 어떤 게 떠오른 것이다. 내가 내 자신을 발견하듯이 아들도 자신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본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어느 정도 살아본 후의 모습을 바탕으로 종합해보면 어쩌면 우린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은 적극적인 성격인데, 그 적극성 때문에 오늘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고 좋은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아들, 문정기 소장과 문종원 배우는 문종원 배우 고교 시절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던 때다. 아버지인 문정기 소장은 문종원 배우가 대학 진학을 앞둔 시기에 대전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대덕은 다른 도시와 달리 세계과학기술도시로 지정될 만큼 상대적으로 과학기술에 집중돼 있는 까닭에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예술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처음에 문 소장은 문 배우가 과학기술 분야로 진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 배우는 문화예술계에 관심이 많았다. 공부는 잘 했지만, 공부만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 소장은 아들이 예체능 분야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알았다.

“처음에는 배우의 길을 가겠다는 것을 본인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아들의 선택은 자유스러웠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 해도 그것은 내 욕심이지 아들의 바람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아들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는 게 맞다.”

문 배우는 이 무렵부터 ‘속성’으로, 또 ‘짧고 굵게’ 문화예술 부문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 분야는 대체로 일찍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 점을 생각하면 ‘늦깎이’다. 처음에는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문치빈 선생의 도움을 받았다. 문치빈 선생은 한양대 무용과와 경희대 체육과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단국대에서 무용학 박사를 받았다.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고, 제6회 전국무용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문치빈발레단 단장을 맡고 있다. 배우의 꿈을 처음부터 갖고 있던 게 아니었던 만큼 뒤늦게 없던 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버지는 친구 같은 존재”

배우를 하겠다는 꿈을 꾼 후 그 꿈을 현실로 바꾼 시간이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최근 들어 아버지는 아들 공연을 SNS에 올리는 등 홍보도 틈틈이 하고 있다. 가족은 가족의 영원한 팬(fan)이다. 본인은 그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여 년 배우로 살았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배우가 ‘업(業)’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 때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느낀 아버지 모습은 완강한 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길을 걸어왔고 자신의 방식으로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나는 각각의 객체라고 본다. 아버지는 이제 친구 같은 존재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아들은 나름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설명을 덧붙인다.

“아들은 감성이 풍부한 편이었다. 나는 개인의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것으로 믿는다. 아들도 이러한 감성적 재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배우의 삶을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내 얼굴을 보면서 생각하는 게 있다. ‘나도 무엇인가 있구나’, ‘또 다른 내가 있구나’, 이런 생각이다. 숨어 있던 어떤 게 떠오른 것이다. 내가 내 자신을 발견하듯이 아들도 자신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본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어느 정도 살아본 후의 모습을 바탕으로 종합해보면 어쩌면 우린 ‘똑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들은 적극적인 성격인데, 그 적극성 때문에 오늘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었고 좋은 성과도 거뒀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로서 서로를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주는지 궁금했다. 냉큼 이야기를 조금 더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는 가끔 아쉬움을 이야기하지만, 크고 강직한 분이다. 또 가까운 친구고 이야기 상대다. 과거의 다른 어느 때보다 아버지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어디 가겠나?’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생각하거나 인식하는 면에서 느낌이 같다. 우리에게 ‘공유하는 공간’이 많이 생겼다.”

“20여 년 배우로 살았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배우가 ‘업(業)’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 때는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느낀 아버지 모습은 완강한 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길을 걸어왔고 자신의 방식으로 길을 걸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와 나는 각각의 객체라고 본다. 아버지는 이제 친구 같은 존재다.”

“과학과 예술은 똑같다”

아들 이야기가 끝나자 문 소장은 과학과 예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핵심은 ‘과학과 예술은 같다’는 것이다. 시간을 중심으로 하면, 예술은 조금씩 점점 쌓여가는 ‘축적(accumulate)’이고 과학은 이와 달리 어느 날 갑자기 점프하는 ‘특이점(Singularity)’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성이라는 것 외에는 다 같다. 차별성(Identity)과 창의성(Creativity)의 측면에서는 특히 그렇다(똑같다)는 것이다.

문 소장은 또 예술을 도외시한 과학은 재미가 없고, 과학적 논리가 부족한 예술은 방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종래의 문명은 보통 물질문명을 많이 이야기하고 문명이 정신의 뒤를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한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은 문명이 문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마치 뒤집어진 것으로 보일 수 도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이라는 것도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정신적 세계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세계와의 혼합된 과도기적 현상을 말한다. 휴대폰 문화, 자동차 문화 등 그 같은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과학이 사회와 예술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매우 필요하다. 과거에는 종교가 이 역할을 담당했었다.

“과학과 예술은 거창한 게 아니다”

문 소장은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특히 “과학과 예술은 거창한 게 아니다”며 “인간의 욕구와 필요에 의해 생긴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과학이든 예술이든 인간이 필요성을 느끼고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달하고 생기는 것이다. 이 점은 두 분야가 똑같다. 그것 때문에 과학과 예술이라는 장르로 탄생한 것이다. 내용과 형식이 있는 예술도 마찬가지다. 배우와 연기력을 대입해 생각해보면 된다.”

배우와 연기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곧장 연기(력)는 내용과 형식이라는 낱말과 연결할 수 있고 그 속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의미일까. 배우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문 배우의 삶이 그렇다. 그는 내용과 형식, 배우와 연기에 대해 어떤(또는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늘 바꾼다. 인터뷰할 때마다 상황에 맞춰 또는 맞게 말하는 내용이 바뀔 수 있다. 배우는 때에 따라 직면하는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자연스럽거나 올바른 삶은 어떤 삶인가? 이런 고민을 늘 하면서 살게 된다. 그러려면 그릇에 많은 것을 채워야 하고, 또 늘 채워놓고 있어야 한다. 또한 상황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겸손 등 적절한 소양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배우가 연기를 한다는 것은 연기를 하는 대상에 몰입해 가장 잘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그릇에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비유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다. 이 같은 비유는 배우를 이해하고 연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배우를 비롯해 어떤 사람이 말하는 비유나 상징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다.

‘보여주는 것’, 그리고 ‘보는 것’과 ‘비치는 것’

“빵을 먹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빵은 사연이나 시나리오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빵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빵을 먹느냐’는 더 중요하고 본다. ‘누가’에 해당하는 것은 트릭을 쓰거나 기술로만 접근하면 분명히 한계는 있다. 하지만 할머니가 숨겨 놓은 빵이라거나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먹는 빵인 경우 ‘그 빵’과 ‘그 빵을 먹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배우는, 좋은 배우는, 꼭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연기에 대해 어떤 ‘숨결’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는 ‘보여주기’가 아니라 ‘보는 것’이고 ‘비치는 것’이다. 배우에게는 이런 게 중요한 것이다.”

문 배우의 말에서 잘못 들은 낱말이 있었다. ‘숨결’을 ‘슴결’로 들었다. 그래서 슴결을 ‘가슴의 숨결’이라고 이해하겠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게 맞는 말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웃음) ‘보여주기’가 아니라 ‘보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배우가 어떤 모습을 억지로 외부에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배우의 내부 모습을 누군가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같은 방식은 ‘내가 나를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남이 나를 보는 방식’이다. 이는 ‘슴결’이 있어야 제대로 보여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뮤지컬 등 여러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은 연기를 인정받았다는 것과 같다. 이 말은 결국 ‘슴결 있는 연기력’이 있다는 말과 같다. 보이지 않지만, 드러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났을 때 느끼는 기운, 느낌, 첫인상과 같은 것이다. 대체로 이런 인상은 가족이나 집안의 분위기, 정서 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배우 문종원은 ‘슴결을 갖고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앞에서 아버지는 과학과 예술은 같다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렸을 때, 특히 사춘기 때는 골목대장처럼 활발한 성격이면서도 매우 소심하고 의기소침했다. 그래서 사고도 많이 쳤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약간 비행청소년 같은 때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 나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슬퍼하거나 우울하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 소모를 많이 했다. 또는 놀 때 제대로 놀았다. 그만큼 감정의 폭이 컸다. 지금 생각하면, 어렸을 때 겪었던 그 같은 감정과 정서가 오랫동안 남아 있었고, 그런 감정이 배우를 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습관적인 의심도 많았고 고민도 많이 하는 성격다. 실수도 잘못도 많았다.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낙담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됐고 그 의지가 한 발,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줬다.”

문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가 청소년 시절 겪은 질풍노도(疾風怒濤)는 배우 인생을 걸어갈 수 있게 해준 담금질이었다. 아들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아버지는 최근 생활의 일부를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똑같다”

“최근 미술가, 음악가, 춤꾼 등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젊은 세대도 있다. 젊은 20~30대의 경우, 처음에는 ‘나이 많은 아저씨’가 자신들과 대화를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옛날, 그러니까 기원 전 2000년, 3000년 전의 희랍의 서사시 ‘일리아스’(Iliad)나 ‘오디세이’(Odyssey)에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 시대에 있었던 가능했던 현상이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조금 더 넓고 크게 보면 모든 것은 하나로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이든 예술이든 같다. 학문도, 공학이든 순수과학이든, 위로 올라가면 똑같아진다. 중세(中世)에 본격적으로 분화한 것일 뿐이니 사실상 하나로 봐야 한다.”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면서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나를 왜 안 닮았지? 박사나 교수를 하면 좋겠는데, 왜 안 하지? 나와 안 닮았다는 생각이 들 때 불만이 있었다. 너무 닮아도 불만, 너무 안 닮아도 불만, 이런 게 부모 생각이다. 나와 내 아버지의 관계도 그랬었다. 아들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감으로 상당히 빨리 은퇴하셨는데, 당시 아버지 친구 분들 중에 도지사나 장관을 하신 분도 계셨다. 내가 오래 전 고향에서 기관 운영 책임자를 한 적이 있어 아버지 동창 모임에 인사차 참석한 적이 있었다. 이후 9명이 모이는 자리에 2년 동안 줄곧 참석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그 자리에 아버지 대신 나를 초청했던 것이다. 이 동창 모임에 나간 후 아버지를 새롭게 느꼈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사범학교를 다니셨는데, 지금의 반장 격인 향도를 했다. 당시 향도는 학생들을 체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고 한다. 친구 분들은 한결같이 ‘아버지만한 사람이 없었다’며 아버지가 공부도 잘 했고 포용력과 지도력이 있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은 평소에 생각해온 것과 전혀 달랐다. 내가 본 아버지 모습, 그리고 아들이 본 내 모습이 겹쳐서 보인다. 지금은 우리는 너무 다른 모습과 너무 닮은 모습이 동시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종원 배우의 말에서 잘못 들은 낱말이 있었다. ‘숨결’을 ‘슴결’로 들었다. 그래서 슴결을 ‘가슴의 숨결’이라고 이해하겠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게 맞는 말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웃음) ‘보여주기’가 아니라 ‘보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배우가 어떤 모습을 억지로 외부에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배우의 내부 모습을 누군가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봐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진은 문정기 소장(맨 오른쪽)이 2018년 12월 18일(화), 가족과 함께 베트남을 여행하던 중 나쨩(나트랑, Nha Trang)에 있는 포나가르사원(Po Nagar Cham Tower)에서 아내, 문종원 배우(가운데)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문정기

“하고 싶은 것 하는 게 행복”

인생은 중년과 장년 시절이 지나면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것 같다. 반면에 가족끼리 이야기를 잘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현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오늘 만난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돕는 친구 같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아들에게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아버지의 삶은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이제는 아버지의 삶도 이해한다. 아버지는 쉬지 않는다. 정신도, 육체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신다. 이는 참 좋은 것이고, 이 때문에 건강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좋아하시고 또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하시고 싶어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원하시는 활동을 오랫동안 하시면 좋겠다.”

아들 말에 아버지가 한 마디 덧붙인다.

“인생은 ‘성공했다’, ‘완전하게 살았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그게 행복이다. 그래서 자식도 하고 싶은 것을 하길 바란다. 가능하다면, 하고 싶은 것을 평생 하기를 바란다. 그런 삶이 올바른 삶이다.”

“오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고 마치겠다. 두 분 말씀을 한 마디로 간추리면, ‘서로 이해하는 것이 가족(家族)의 출발이고 행복(幸福)’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감사드린다.”

문정기 기계공학 박사다. 교수로 은퇴하고 통일에 관심이 많아 과학기술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평화통일시민연대, 평화아카데미, 동북아연구재단, 남북경협아카데미, 평화교육협의회, 남북교류협의회 등 시민단체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미래직업과 과학문화 융합관련 특강을 한다. 생물 산업 연구에 참여해 식물조직배양자동화시스템을 개발했으며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 기술 혁신 기관인 광주테크노파크 원장과 국가과학기술 최고심의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관급),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 조선대 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새터민, 고려인과 힘께 하는 안산 시민 통일 염원 공감 콘서트’ 조직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사)한국가스산업제조사협회 자문위원장, 만안연구소 소장, 사람과사회™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철원, 인제, 화천 등의 지역 활동가들과 비무장지대(DMZ)를 포함해 지역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관광, 예술 작품을 구상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문종원 1979년 12월 28일 출생(40세).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연극·뮤지컬·영화·드라마 배우다. 뮤지컬 『렌트』(2003)로 데뷔했다. 뮤지컬에 많이 출연했다. 『웃는 남자』(2018), 『노트르람 드 파리』(2016), 『레미제라블』(2012, 2013), 『올 댓 재즈』(2010), 『사운드 오브 뮤직』(2005) 등 20편이 넘는다.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공연하는 『벤허』에는 ‘메셀라’ 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뮤지컬 외에 『맨 프럼 어스』(2014), 『성난 화가』(2015), 『육룡이 나르샤』(2015, SBS) 등 연극, 영화, 드라마 등에 출연했다. 2009년에는 『4ONE : The 1st Story~Musical』, 『뮤지컬 아킬라 OST』 등 음반도 냈다.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레미제라블 자베르 역, 2003)을 수상했다. 나무액터스(NAMU ACTORS) 소속으로 있다가 최근 조승우, 정문성, 김진희 등이 있는 굿맨스토리(Good Man Story)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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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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