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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근대 유럽 최초로 식민지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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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의 포르투갈 이야기 05

포르투갈이 있는 이베리아반도는 아프리카 대륙의 바로 위에 있다. 지중해가 이 두 육지를 만나는 곳에 지브롤터 해협이 있다.

해협의 폭이 가장 좁은 곳은 13km, 가장 넓은 곳은 거리가 43㎞이고 해협 자체의 길이는 58km 정도라고 한다. 이 해협은 대서양과 지중해를 가르는 경계이기에 해상교통과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요충지인 이곳을 제국주의 시절의 영국이 그냥 둘 리가 없었다. 영국은 스페인 땅의 지중해 안쪽에 있는 지브롤터(Gibraltar)를 1624년에 벌어진 영국과 스페인 간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지금까지 400년 가까이 손에서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이 1997년에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스페인이 중국보다 국력이 약해서일까, 아니면 지브롤터가 홍콩보다 더 중요해서 일까?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지중해 쪽의 아프리카 대륙 북쪽에는 세우타(Ceuta)가 있다. 세우타는 모로코의 땅에 붙어 있는 스페인의 항구다. 이베리아반도가 이슬람 세력의 수중에 들어가던 771년부터 아랍인이 세우타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1415년 포르투갈의 엔리크 왕자가 점령했다.

그 후 165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1580년에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합병할 때 스페인령이 돼 지금까지 435년간 스페인령이 되어 있다.

스페인은 지중해 건너에 있는 모로코 땅의 세우타를 400년 이상 차지하고 있고 자신들의 땅에 속한 지브롤터는 400여 년간 영국에게 내주고 있는 셈이다.

영국, 스페인 그리고 모로코의 순서로 힘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의 땅을 강압적으로 차지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사례를 이 지역이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지브롤터 해협이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브롤터해협

지브롤터해협의 대서양쪽 스페인 땅 남단의 도시 카디스와 지브롤터해협의 중간 지점에 트라팔가곶이 있다. 이 곶의 앞바다가 영국의 제독 넬슨과 나폴레옹의 해군 사이에 벌어진 트라팔가 해전의 장소다.

1805년 나폴레옹은 영국 해군의 대륙 봉쇄를 뚫기 위해 프랑스 땅 가장 서쪽에 있는 대서양의 브레스트항구와 가장 동쪽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중해의 항구 툴롱항 두 곳에서 돌파작전을 시도했다.

툴롱의 프랑스 함대는 영국의 해상 봉쇄 돌파에 일시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넬슨은 프랑스 해군이 먼 바다로 나온 것을 확인한 후 추격을 시작하여 1805년 10월 21일 트라팔가에서 교전에 들어갔다.

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프랑스는 대패했다. 넬슨 자신도 이 전투에서 전사했지만 그는 나폴레옹을 육지에 묶어놓고 몰락시키는 공을 세웠다. 덕분에 영국은 바다를 장악하고 대영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마치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두 사람의 차이점이 있다면 넬슨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싸웠지만, 이순신 장군은 국가로부터 방해를 받는 상황에서 싸웠다는 점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운명을 가른 트라팔가 해전이 지브롤터해협에서 일어났는데, 이보다 약 400년 전에 지브롤터해협을 둘러싸고 일어난 포르투갈의 세우타 점령도 그만큼이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1415년 포르투갈의 세우타 점령은 서구 세력이 다른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한 최초의 사례다. 이 사건으로부터 서구의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에 대한 침탈이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식민지 제국을 생각하면 영국을 우선 떠올린다. 하지만 그 맨 앞자리에 포르투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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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홍
1980년대 현대건설에서 근무했다.
90년대 말에는 학생들에게 영문법을 가르쳤다.
이후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일을 10여 년째 해오고 있다.
‘김주홍의 포르투갈 이야기’ 시리즈는 ‘조선의 멸망’이라는 큰 주제의 집을 짓기 위한 첫걸음이다.
김주홍 선생은 ‘주공’이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에서 오랫동안 역사에 대한 글을 써왔다. 특히 세계사 전반을 아우르는 글읽기와 글쓰기, 생각하기 등을 통해 세상을 보다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About 김주홍 (5 Articles)
1980년대 현대건설에서 근무했다. 90년대 말에는 학생들에게 영문법을 가르쳤다. 이후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일을 10여 년째 해오고 있다. ‘김주홍의 포르투갈 이야기’ 시리즈는 ‘조선의 멸망’이라는 큰 주제의 집을 짓기 위한 첫걸음이다. 김주홍 선생은 ‘주공’이라는 닉네임으로 네이버에서 오랫동안 역사에 대한 글을 써왔다. 특히 세계사 전반을 아우르는 글읽기와 글쓰기, 생각하기 등을 통해 세상을 보다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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