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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출범과 한반도통일경제

"한국은 지분율 3.81%, 투표권 3.5%로 아시아 국가 중 4위, 전체 국가 중 5위"

사진=CHINA DAILY 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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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AIIB 출범과 한반도통일경제의 미래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연변과기대 및 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2015년 7월 3일(목)

Ⅰ. AIIB 자금의 북한 인프라 투자 가능성

지난 6월 29일 중국이 주도하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가한 57개국이 협정문에 서명식을 갖고 사실상 공식 출범했다. 한국은 지분율 3.81%, 투표권 3.5%로 아시아 국가 중 4위, 전체 국가 중 5위를 차지했는데 한국이 지분율 5위로 밀려난 점이 못내 안타깝다.

지난해 10월 21일 제14차 한중지도자포럼에 외교·안보 분야 토론자로 참석하여 중국측 대표단으로 방한한 탕자쉬안(唐家璇) 전 국무위원과 진리췬(金立群) AIIB 당시 추진 단장에게 두 가지 사항을 건의한 바 있다.

중국이 AIIB의 지분을 50% 이상 가진다면 참여하는 나라가 많지 않을 것이므로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지분율 조정이 필요할 것이고,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낮출 용의가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진리췬(金立群) 단장은 향후 중국 지분을 30%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AIIB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북한도 수혜자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통계자료와 투명성만 확보가 된다면 북한 인프라 건설사업에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대답에 이어 “본인이 평양과학기술대학의 부총장으로써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만일 AIIB 자금으로 북한 인프라 건설에 투자를 한다면 북한 내 유일하게 국제금융을 공부하고 있는 평양과기대 국제금융학부 학생들과 교수진을 업무에 참여시켜 주길 바란다. 평양과기대에서 훈련된 인재들을 통해 국제산학협동의 형식으로 중국과 러시아 기업, 그리고 일본의 기업을 유치하여 북한 인프라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건의했다.

또한 이 회의에 동석한 한국 측 경제학자들에게 중국의 지분율이 30% 대로 떨어지면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와 명분이 생기므로 우리가 중국의 막강한 AIIB 파트너 국가가 되면, 우리 정부나 민간 기업이 AIIB를 통해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인프라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지게 될 것이므로, 늦어도 2014년 말 또는 2015년 들어서자마자 AIIB 참여의사를 적극 표명하고 선제 공격적으로 중국에 제안하여 한국이 상위권(5% 이상)을 차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권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9일 발표된 AIIB의 지분율에서 한국이 5위로 밀려난 점이 못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유리한 공식을 적용하도록 노력했고, AIIB 참여 결정을 기한 내 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 돼 지분 확보에서 손해를 본 것은 없다’고 최경환 부총리가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사드(THAAD) 배치 문제와 겹치면서 미국 눈치를 보느라 AIIB 가입 여부를 미루다가 3월이 되어서야 막차에 올라탄 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AIIB 참여로 해외건설 프로젝트나 경제적 측면에서 여러모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AIIB 내에서 조금 더 높은 지분율을 확보하여 비중있는 목소리를 내길 원했던 간절했던 이유는 북한 투자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 획득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지분 30.34%와 투표권 비율 26.06%를 확보함에 따라 사실상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 졌는데 이것이 갖는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이 반대하면 그 어떤 투자 안건도 통과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북한 인프라 투자 부분에서만 보자면 우리가 다른 나라와 합의를 거쳐 비준을 해도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북한 지원은 불가능 하고, 반대로 중국이 지지할 경우 북한은 쉽게 개발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북한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 경제에 중국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인프라 건설 및 경제개발에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진행할 것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입장이 매우 안타깝다는 것이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보아 동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는 한반도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의 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경우 북한의 국제화와 개혁개방은 ‘일대일로’사업을 추진하는데 ‘화룡점정(畵龍點睛)’과 같은 요소, 즉 ‘린치핀(Linchpin)’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국토개발 및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인다면 AIIB를 통한 중국의 자금 지원 및 투자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한국이 북한 인프라 건설과 경제개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AIIB 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와 부총재직을 차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여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Ⅱ. 한반도통일경제를 위한 몇 가지 모색

만일 AIIB 자금이 북한 인프라건설에 투자될 경우에는, 그 개발 우선 지역으로 북중 접경지역, 특히 두만강유역개발(GTI) 지역이 유력한데 이러할 경우 가장 크게 수혜를 볼 지역은 나진·선봉특구가 될 수 있다. 중국 동북지역, 러시아 극동지역, 북한 북부지역이 연합하는 접경지역인 나선지역은 나진~러시아 핫산 간 철도, 중국 동해 진출의 길목인 나진항, 중국 창지투 지역을 잇는 훈춘~나진 물류벨트와 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까지 ‘동북아 물류 대동맥’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며, 궁국적으로 나선경제특구가 훈춘, 연길, 장춘지역과 접속되어 국제경제벨트를 형성하게 되면서 동북아 (환동해권)경제협력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이 초국경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주도권을 갖고 한국 기업이 참여하여 지속적인 남북경제협력을 끌어낸다면 남북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것이며 통일을 대비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장차 북극항로가 열리게 되면 북극항로의 중간 거점 최적지로 꼽히고 있는 부산과 나선지역을 연결하여 한반도 전체가 북극항로의 중간 거점 지대로 거듭나게 됨으로써 한반도통일경제의 새 역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012년 북한 고위급 인사가 김진경 총장에게 제안해 평양과학기술대학이 나진분교를 준비하기로 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중국·러시아 접경지역의 경제행정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던 장성택이 2012년 말 나선지역에 평양과기대 분교를 세워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는 중국 동북지역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창지투(長吉道) 노선이 확정되어 북한 경내로 중국의 거대 물류가 흐르고 자원무역이 시작될 것을 예상하여 무역실무, 세무행정, 국제금융 및 영어 등 국제 무역에 관계되는 지식을 가진 인재가 부족하므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나진해운대학과 연계해 평양과기대 측에서 무역일꾼을 양성하는 일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대외부총장인 필자는 김진경 총장의 지시로 2015년 4월 개학(북한 학제는 4월 시작)을 목표로 평양과기대 나선분교 개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직전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어 결과적으로 분교를 개교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해 2013년 11월 장성택이 실각하고 처형됨으로써 이 프로젝트는 없었던 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이 후에도 우리 정부와 기업은 나선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 왔다. 지난해 7월 한국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심이 되어 연길-훈춘 지역을 방문한 이후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과 연계하여 나선지역에 제2개성공단(국제산업공단)을 추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후 코레일·포스코·현대상선 3사와 정부 관계자들이 나진-하산 프로젝트 실사를 2차례 실행한 후 러시아산 석탄이 포항까지 운송되는 시범무역(2회)을 실시한바가 있다.

그러나 그 후 미국의 대 중국 정책과 관련 기업의 채산성 문제가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여지껏 러시아 기업 측 지분을 50% 인수코자 했던 초기 협상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5·24 조치를 우회해서라도 추진코자 했던 박근혜정부의 대북경협 전략 및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는 일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제안하고 싶다. AIIB 설립의 목적은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건설을 통해 공동 발전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 정신을 살려 동북아평화협력과 함께 한반도 통일로 이어지는, 모두에게 이롭고 윈윈(Win-Win)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이를 위해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는 한국이 앞장서 주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광역 교통망과 국제물류를 연계하는 ‘초국경 인프라 건설’이라고 생각한다. 즉, 동북아 교통망의 중추지대인 한반도 북부에 있는 북한의 인프라 개발은 남북한 및 중국, 몽골, 러시아의 철도연결(TCR, TMR, TSR) 및 산업발전을 포괄적으로 이끌어 냄으로써 한반도가 중심이 되는 동북아지역 경제물류통합구조를 이루게 되고,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남북한 정치경제협력체제로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을 트게 될 것이며, 결국 이 길은 한반도 통일 및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발전하면서 이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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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남북경협에 필요한 인재육성과 통일준비

우리 한국이 AIIB에서 영향력을 확보하여 북한 내 인프라 투자와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남북한 경제통합구조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놓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한반도 통일시대에 적합한 중견 간부들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운영되고 있는 평양과기대에서 배출된 인재들을 이러한 북한 경제개발에 전문인력으로 투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지난 6월 25일 연변과학기술대학 졸업식(제19회)에 참관한 평양과기대 국제금융학부 졸업반 학생들(25명)의 사진을 첨부한다. 이들은 4명의 교수 인솔하에 북경의 청화대 방문, 대련 공업단지 견학을 거친 후 연변과기대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평양으로 돌아갔다. 졸업식 전날 환영만찬에서 필자는 이들과 한상에서 밥을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특기할 점은 이들이 중국 시장경제의 발전과 국제무역 동향, 그리고 청년세대들의 취업과 창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창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서 필자는 ‘중국 AIIB은행이 장차 북한 인프라 건설 및 경제개발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으니 이를 대비하여 국제금융 및 경영부문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서 앞으로 탁월한 일꾼이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을 때 그들의 눈이 반짝 빛나던 것을 잊을수가 없다.

아무렴 우리 정부와 기업인들도 시진핑정부의 ‘일대일로’ 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는 AIIB의 투자운용사업의 전망을 예의주시할 것인데, 그 가운데 특히 북한 인프라 건설에 관련된 투자 전망을 눈여겨 보면서, 이것이 남북 경협의 새길을 열어가는 통일준비 대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성취하고 한반도통일시대의 ‘대박 비전’을 실현해 내는 적극적이고도 창의적인 통일준비 사업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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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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