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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거 詩야?”

"사실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세상이 그들 눈에는 다른 색으로 보일 테니까."

"시 쓰는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 게으름 피울 수가 없다. 이제야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진지하게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아파하고 많이 사랑할 것 같다. 나는 시 쓰는 엄마니까."
금진 해수욕장에서

“시 쓰는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 게으름 피울 수가 없다. 이제야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진지하게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아파하고 많이 사랑할 것 같다. 나는 시 쓰는 엄마니까.”

“하늘 푸르고/갈매기 난다/바다와 몸을 섞어/나도 푸르러 날아 올라”

“엄마, 그거 시야?”

바다에서 튜브를 타다 읊조리니 아이가 묻는다. 아이는 내가 컴퓨터 앞에 골똘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갑자기 핸드폰을 집으면 묻는다.

“엄마, 시 써?”

내 첫 사랑, 첫 아이다.

10달 내내 입덧도 심하고 꼬박  24시간을 진통하여 힘들게 낳은 아이. 젖 물리는 것에서부터 목욕시키는 것, 살림하는 것까지 다 어설펐다.

아기를 업은 채 서서 밥을 먹는 건 다반사였고 천기저귀를 빨고 아기 옷을 삶느라 손목은 노상 시큰거렸다. 예민한 아기는 100일이 될 때까지 낮밤이 바뀌어 애를 먹였고  5개월이 다 될 때까지도 바닥에 내려놓으면 울어댔다. 궁여지책으로 배 위에 올려놓고 잤다.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엄마 배 위에 엎드려 아기는 쌔액쌔액 잠이 들었다. 그제서야 나도 한 숨 돌리며 물었다.

“후후… 요 녀석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많이 울고 많이 웃던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 이제 15살. 여전히 많이 웃고 많이 운다.

힙합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범고래와 해리포터,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소녀가 되었다.

아이와 손잡고 산책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어느날 아이가 골똘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 존재의 바탕은 무엇이고 무엇으로 그것을 증명할 수 있지?”

춤추기 좋아하고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갑자기 정색을 하고 심각해 하면 웃음이 난다.

그럴 땐 글 써 보길 권한다. 그래서 아이도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 쓰는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 게으름 피울 수가 없다. 이제야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진지하게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아파하고 많이 사랑할 것 같다.  나는 시 쓰는 엄마니까.


사실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다. 세상이 그들 눈에는 다른 색으로 보일 테니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 가치 있는 일이지만 어느 틈엔가 내 안에 있던 꿈이 서서히 바닥났다.

노상 우울했고 생기를 잃어갔다. 아이 눈에도 엄마의 그런 모습이 보였던 모양이다.

엄마가 시무룩해 있거나 지쳐있으면 아이는 말한다.

“엄마, 여행 가고 싶어? 내가 아빠한테 잘 말 해 줄게. 동생들은 내가 돌보고. 엄만 여행 가서 시 많이 써 갖고 와.”

엄마는 시를 쓰면서 웃음을 찾고 자신감에 찼으며 무엇보다 너그러워졌단다. 아이는 시 쓰는 엄마를 둬서 참 좋단다. 15년 동안 육아와 살림 하느라 매일 집에 있는 엄마. 부르면 언제든지 나타나 뭐든지 다 해주던 엄마.

그런데 시를 쓰면서부터 매주 한 번씩은 외출을 하고 자기들하고 지내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도 좋단다.

심지어 어찌어찌 알게 된 할머니가 못마땅해서 아이에게  ‘엄마가 시 쓴다고 하는데 좋으냐’ 물으셨다. 딱 잘라 ‘좀 불편한 것도 있지만 전 좋아요. 아무 말 마세요’ 이런다.

시 쓰는 엄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 게으름 피울 수가 없다. 이제야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진지하게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사랑하는 법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이 아파하고 많이 사랑할 것 같다. 나는 시 쓰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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