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회™ 뉴스

抑壓과 暴力의 敍事를 담다

"맨부커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중편 소설을 연작으로 묶은 작품집이다. 소설가 한강은 이전부터 주목 받는 작가였는데, 이상문학상(李箱文學賞)을 받았던 「몽고반점」(2005년) 외에는 달리 읽은 작품이 없다. 단지 작가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책을 집어든 것이 왠지 시류에 편승하는 느낌이다."

한국 언론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시선을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부끄러움과 왜곡과 불법을 너무 쉽게 버린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상관하지 않으며, 묻거나 따지지도 않으며, 확인하지도 않는 나쁜 행태가 ‘중요한 보도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을 만드는 역할은 언론이 할 수 있고 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공공을 위한 유익한 기기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그러기에 긍정적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인간의 원시성에 대한 희구 또는 외침, 육식이 문명화의 한 방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 또는 동물 학대, 억압받는 여성,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 예술에 대한 가치 판단과 도덕성 문제, 결혼의 의미, 여성의 희생 등인데,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 누구나 진지하게 사유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아야 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원시성에 대한 희구 또는 외침, 육식이 문명화의 한 방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 또는 동물 학대, 억압받는 여성,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 예술에 대한 가치 판단과 도덕성 문제, 결혼의 의미, 여성의 희생 등인데,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 누구나 진지하게 사유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아야 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과사회 2017년 봄

[서평] 한강, 『채식주의자』

抑壓과 暴力의 敍事를 담다

정익구 (주)아들러코리아 본부장 severino.jeong@gmail.com

맨부커국제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세 편의 중편 소설을 연작으로 묶은 작품집이다. 소설가 한강은 이전부터 주목 받는 작가였는데, 이상문학상(李箱文學賞)을 받았던 「몽고반점」(2005년) 외에는 달리 읽은 작품이 없다. 단지 작가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다는 이유로 책을 집어든 것이 왠지 시류에 편승하는 느낌이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매년 꾸준히 읽었지만, 그때마다 작품의 주제 의식이 매우 빈약하다고 생각했다. 이상문학상 무대에 오르는 작가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었다. 그렇다 보니 작품의 소재나 주제도 작가가 살아온 삶의 경륜에 비례하지 않나 하는 편협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천착(穿鑿)하기보다는 주로 서사 기교에 의존해서 삶의 언저리를 다루는 작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꽤나 신경을 썼다. 어떤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주목을 받았을까?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다른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이것 역시 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선입견이 은근히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작품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다층(多層)적이고, 다의(多意)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인간의 원시성에 대한 희구 또는 외침, 육식이 문명화의 한 방편이 되면서 벌어지는 인간의 폭력성 또는 동물 학대, 억압받는 여성,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 예술에 대한 가치 판단과 도덕성 문제, 결혼의 의미, 여성의 희생 등인데,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 누구나 진지하게 사유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아야 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채식주의자

세 편은 주인공인 영혜의 이야기다.

● 「채식주의자」

어느 날 새벽 아내 영혜가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온갖 종류의 고기류를 다 끄집어내서 버린다. 그러고는 일체의 고기류 음식을 거부한다. 꿈을 꾸었다고 한다. 온갖 고깃덩어리와 피가 뒤범벅 된 골짜기를 헤매고 다닌 꿈이다. 그 뒤로도 비슷한 꿈들에 시달린다.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개가 자신을 물었을 때, 아버지는 개를 오토바이에 묶고 죽을 때까지 동네를 돌았다. 영혜는 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가족들이 모인 언니네 집들이에서도 영혜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아버지는 영혜의 입에 억지로 고깃덩어리를 쑤셔 넣고, 견디다 못한 영혜는 과도로 손목을 긋는다. 영혜는 정신병원 치료를 받는다.

● 「몽고반점」

영혜 언니의 남편, 그러니까 영혜의 형부는 비디오 예술가이다. 언제부터인가 온 몸에 꽃을 그린 남녀가 교접하는 모습을 작품으로 찍고 싶어 한다. 영혜는 남편과 이별하고 나서 혼자 산다. 여전히 고기를 먹지 않고,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어느 날 아내로부터 처제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을 듣고부터 그녀를 모델로 그가 꿈꾸던 비디오를 찍고자 한다. 같은 작업실에 있는 후배를 시켜 처제와 그 행위를 하게 하지만 결국 두 사람이 실제 합일하는 장면은 후배의 거부로 찍지 못한다. 결국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어 처제와 합일하는 비디오를 찍고 잠든 사이, 마침 반찬을 가지고 들렀던 아내가 모든 걸 알아버린다.

● 「나무 불꽃」

비가 몹시 내리는 날 언니는 정신병원에 있는 동생 영혜를 만나러 간다. 언니도 그 사건 이후 남편이 떠나고 혼자가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돌아본다.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은 그저 인내하고 배려하는 삶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동생의 그 사건 이후 목 매 자살하려고 뒷산을 오른 적도 있고, 하혈을 해서 혼자 병원에 가서 수술대 위에 누워본 적도 있다. 영혜는 모든 음식을 거부하고, 뼈만 앙상히 남았다. 의사는 최후 수단으로 식도에 관을 넣어 강제로 미음을 주입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언니는 강제 퇴원 당한 동생을 데리고 서울 큰 병원으로 향한다.

多層·多意 메시지 품은 小說集

책을 읽고 나서 의문들이 떠올랐다.

―채식주의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그런 영혜의 행동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가?
―진정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영혜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영혜를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형부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형부가 그토록 몽고반점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비디오로 그리려고 했던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영혜는 어떤 동기에서 형부의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언니가 살아온 삶은 어떤가?
―두 자매에게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가?
―그들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의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
―나무 불꽃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가의 본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소설을 억압과 폭력에 대한 서사라고 말하고 싶다. 억압된 욕망은 영혜처럼 극단적으로 나타나기고 하고, 형부의 경우처럼 포르노그래피로 나타나기도 하며, 언니의 경우처럼 내면으로 수렴하기도 한다.

억압과 폭력의 가장 큰 희생자는 물론 영혜이지만, 소설에 나오는 모두가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억압에 저항하는 자만이 피해를 당하는 것은 아니다. 언니처럼 순응하더라도 결국 자기 삶을 잃고 마는 피해자이다. 어쩌면 인간은 누구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억압과 폭력에 대한 서사 다룬 소설”

억압과 폭력은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나의 관념을 만들어 그 틀 속에 가두어 두려는 속성이 있다. 이를테면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거나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행위는 일반적인 관념에서 한참 벗어난다.

우리가 관념에 익숙해지면, 이런 행동을 일탈로 간주하고, 비정상으로 치부한다. 그것을 억압하려는 충동은 폭력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행위 당사자는 그것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사랑(가족애)이라는 말로 포장되기도 한다. 영혜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는 아버지의 경우가 그렇다.

폭력은 주먹을 휘둘러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다. 이처럼 굳어진 관념이나 생각 자체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짓누르는 억압과 폭력들, 또 우리 스스로 타인에게 행하는 억압과 폭력에 대해 자각하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이런 억압과 폭력을 자각한 자의 삶은 고통스럽다. 영혜는 그 고통을 견디며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다. 마침내 죽음의 길에 들어서겠지만, 그것으로써 그녀는 자기를 지켜내는 것이다.

자살까지 하려 했던 언니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그냥 꿈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언젠가 꿈에서 깨기만 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움직이는 ‘현실’로 돌아가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물구나무를 서서 나무가 되고자 했던 영혜, 그 나무들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습을 쏘아보는 언니는 결연하다. 어쩌면 그녀 앞에는 지금까지 겪은 것과 다른 삶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나무 불꽃」(221쪽)에서 찾은 문장은 『채식주의자』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녀는 고개를 든다. 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나는 마지막 굽잇길을 달려 나가고 있다. 솔개로 보이는 검은 새가 먹구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쏘는 듯한 여름 햇살이 눈을 찔러, 그녀의 시선은 그 날갯짓을 더 따라가지 못한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 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정익구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1960년에 출생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20여 년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사업전략과 마케팅 부문에서 일을 했으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인생 후반기 목표를 사람과 자연과 세상과 어울려 영혼을 살찌게 하는 삶에 두고 있다. 현재는 심리 상담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인문 분야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며, 출판사 교정·교열 작업도 틈틈이 하고 있다.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인 ‘맑은 영혼의 세계’에 있는 서평을 계간 사람과사회에 옮긴 것입니다.

About 정익구 (4 Articles)
사람과 세상과 자연과 더불어 영혼을 살찌우는 탐구자. 프리랜서 에디터. 라이프 코치.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1960년에 출생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20여 년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사업전략과 마케팅 분야를 담당했다. 모바일 앱 개발 회사를 운영했으며, 최근에는 심리 상담 회사에서 일했다. 인생 후반기 목표를 사람과 자연과 세상과 어울려 영혼을 살찌게 하는 삶에 두고 있다. 현재 프리랜서 에디터(교정·교열), (사)한국코치협회 라이프 코칭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 분야를 중심으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면서 사람과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