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회™ 뉴스

‘새 것’으로 ‘새 것’을 만들다

"2017년 10월 26일 아침, 우편으로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를 받았다. 국문학 교수인 이희중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문학동네에서 15년 만에 나왔다. 속 깊은 서가, 필생의 여름, 나와 사과, 서늘한 새벽 등 4부 70여 편으로 구성돼 있다."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를 읽은 후 “익숙하거나 어쩌면 쓰잘데없는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것은 만든다”는 느낌이 나를 간질였다. 이희중의 작품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을 만들고 익숙한 내용이지만 내용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내용’을 만드는 시”였다. 특히 ‘논시(論詩)’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은 눈에 들어온다. 상처론, 짜증론, 범론, 간지럼론, 총론(叢論), 사랑론, 걱정론, 여행론, 타임머신론 등 아홉 편은 ‘-론(論)’으로 끝나고 있어 ‘논시’라는 애칭이 어울릴 정도다.

문학평론가 고형진 선생은 ‘해설’ 제목을 「낯익은 듯 낯선 시의 위엄」으로 정했다. 낯설지 않은 것을 낯설게 하는 방식 대신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는 것에 주목한 눈으로 시와 시인을 읽고 있다. 마종기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어떤 시가 세상에 한참 남을지 짐작이 가는 때가 있다”며 “그(이희중)의 은유는 바로 인간이 미진한 존재라는 슬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내가 나에게 간지럼을 하기는 어렵다. 내가 간질이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데다 내가 주는 간지럼은 간지럼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는 “시집 제목은 내가 나를 간질일 수 없다고 말하지만, 시집은 자기 자신을 간질여서 새로운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는 차 한 잔을 담고 닮은 시집이다.

‘새 것’으로 ‘새 것’을 만들다

이희중,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를 읽으며

문학동네시인선-098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
이희중 | 문학동네 | 2017년 09월 15일  

2017년 10월 26일 아침, 우편으로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를 받았다. 국문학 교수인 이희중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문학동네에서 15년 만에 나왔다. 속 깊은 서가, 필생의 여름, 나와 사과, 서늘한 새벽 등 4부 70여 편으로 구성돼 있다.

관습 같은 습관으로 시집을 보고 만지작거리면서 표지와 목차와 해설, 그리고 몇 편의 작품을 훑어봤다. 시집을 만나면 늘 하는 행동이다. 습관 같은 관습, 관습 같은 습관은 무척 오래 전부터 생긴 시집 읽기 방식이다.

시집은 디자인과 종이 두께가 마음에 들었다. 시집 특유의 불편한(!) 디자인과 별다른 의미도 없이 두꺼운 종이를 고집하는 아집(!)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다.

문학평론가 고형진 선생은 ‘해설’ 제목을 「낯익은 듯 낯선 시의 위엄」으로 정했다. 낯설지 않은 것을 낯설게 하는 방식 대신 낯익은 것을 낯설게 하는 것에 주목한 눈으로 시와 시인을 읽고 있다. 마종기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어떤 시가 세상에 한참 남을지 짐작이 가는 때가 있다”며 “그(이희중)의 은유는 바로 인간이 미진한 존재라는 슬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고형진 선생의 판단처럼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에 있는 시의 형식과 내용을 보면 낯설게 하기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다. 이는 마종기 시인이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고 자기만의 외로운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를 읽은 후 “익숙하거나 어쩌면 쓰잘데없는 것을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것은 만든다”는 느낌이 나를 간질였다. 이희중의 작품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을 만들고 익숙한 내용이지만 내용을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새로운 내용’을 만드는 시”였다.

특히 ‘논시(論詩)’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은 눈에 들어온다. 상처론, 짜증론, 범론, 간지럼론, 총론(叢論), 사랑론, 걱정론, 여행론, 타임머신론 등 아홉 편은 ‘-론(論)’으로 끝나고 있어 ‘논시’라는 애칭이 어울릴 정도다.

책 소개 글을 보니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시”, “시 뒤로 남는 깊이라는 여운”, “칼날 같은 말씀이 아니라 귀한 위로의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을 때, 이 시집을 펴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쉽지만 쉽지 않게 읽는 시, 오래, 천천히, 깊이 느끼며 읽는 시라는 설명이다.

내가 나에게 간지럼을 하기는 어렵다. 내가 간질이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데다 내가 주는 간지럼은 간지럼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시집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는 “시집 제목은 내가 나를 간질일 수 없다고 말하지만, 시집은 자기 자신을 간질여서 새로운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는 나를 간질일 수 없다』는 차 한 잔을 담고 닮은 시집이다.

이희중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나 서울 동북고와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공군사관학교 교수부 국어과 교관, 고려대, 경기대, 경원대, 서울예대, 한국항공대 강사 등을 지내다가 1997년 이후 현재까지 전주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목월 시 연구-변용 과정을 중심으로」(석사), 「김소월 시의 창작 방법 연구」(박사), 「정지용 초기시의 방법 비판」, 「서정주 초기시의 다중진술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발표한 논문들을 모아 손질해 연구서 『현대시의 방법 연구』(월인, 2001)을 펴냈다. 1987년 광주일보 창간기념문예 시 부문에 당선했으며, 1989년 월간 「현대시학」에서 운영하던, 이미 등단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시인을 재발굴하는 프로그램, ‘시인을 찾아서’에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으며, 『푸른 비상구』(1994, 민음사), 『참 오래 쓴 가위』(문학동네, 2002) 등의 시집과, 『기억의 지도』(하늘연못, 1998), 『기억의 풍경』(월인, 2002) 등의 평론집을 낸 바 있다.

About 김종영 (887 Articles)
사람과사회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글은 사람과 사회며, 좋은 비판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좋아한다. weeklypeople@gmail.com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