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과 ‘분노’를 읽는다
극단이란 무엇인가?...‘극단’과 ‘분노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
김태형,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극단이란 무엇인가?
‘극단’과 ‘분노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
“극단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우리는 왜 극단적일까?”
극단의 개념, 특정한 곳의 극단, 우리 사회의 극단 등 세 가지 물음은 김태형 선생이 쓴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 사회심리학자의 눈으로 본 극단주의의 실체』(을유문화사, 2019년 01월 20일)를 읽기 전이나 읽은 후 생각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물음이다. 극단, 극단주의, 이분법 등은 자주 하는 표현이다. 매우 불행하게도, 이 표현은 우리 사회에 치우침, 맹목 등 바람직하지 않은 인식이 깊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불행한 사회적 인식의 창궐’은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강력한 것이고 그만큼 우리 사회는 극단주의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을유문화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곧장 신청한 이유는 책 제목 때문이었다. 극단주의가 무엇이고 극단적인 이유를 살펴본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구나 사회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극단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는 설명을 붙인 책이어서 서평단과 상관없이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기대는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미국 중심의 심리학 이론이 한국 사회와 어울리지 않다는 점, 그리고 미국에 어울리는 미국 심리학의 무비판적 수용으로 한국 사회는 안전과 안정을 찾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은 이 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가치이자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자인 김태형 저자는 극단주의 특성을 ‘배타성’, ‘광신’, ‘강요’로 설명하고 여기에 ‘혐오’를 덧붙였다. 주목할 것은 극단주의는 우리 사회의 안정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위협은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요인이다. 또한 지배층이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것도 관심 있게 살펴야 할 대목이다.
저자는 극단을 설명하면서 집단극단화를 제시하다. 이는 신념, 감정, 성향을 중심으로 심리적 격리, 사회적 폭포 현상, 정보의 폭포 현상, 평판의 폭포 현상 등을 ‘설명의 장(場)’으로 끌어온다. 특히 집단극단화와 인터넷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최근 정치권을 비롯해 영상(유튜브)을 ‘주장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향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집단극단화를 설명하는 대목, 이 부분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설명이 나온다. 저자 설명처럼, 집단극단화 현상은 단지 얼굴을 직접 맞대는 집단토론은 물론 인터넷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인터넷, 즉 ‘웹’과 ‘모바일’을 손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편식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은 대폭 늘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현대인들은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신문이나 잡지를 보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는 기사만을 선택해서 읽는데, 이렇게 편향적으로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극단화할 위험이 높아진다. (중략)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에서는 유유상종 집단들이 더 쉽게,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집단이 무수히 많은 동질적 집단으로 쪼개지는 극심한 ‘분화’ 현상이 나타난다. 집단극단화 이론에 의하면 이런 수많은 동질적 집단들은 자기들끼리만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데, 그 결과 집단극단화 현상이 발생한다.”
-114~115쪽
이 두 문단은 이 책 한 권을 가장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론이나 용어를 설명하고 한국에 퍼지고 있는 극단주의와 예방법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위에 인용한 현상을 극복하거나 풀지 않은 상태에서는 극단과 극단주의, 혐오와 배타성을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극단주의 예방과 없애기를 위해 ‘사회적 차원의 근본적인 대수술’을 제시했다. 그 중 정신적인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을 위해 차별, 무시 현상인 학대 현상을 막기 위해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극단의 문제는 격차를 넘어 정신적 차원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성이 크다. 이는 ‘교육’과 ‘문화’의 시선에서 접근하고 이와 잘 어울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배타성’, ‘광신’, ‘강요’, ‘혐오’가 극단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네 가지 현상이 일상에서 나타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심한 경우 법에 의지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
저자는 인터넷이 극단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인터넷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공감하고 동감한다. 인터넷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순기능 대신 역기능을 악용할 때다. 저자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고를 예로 들었듯이, 총기 자체는 죄가 없다. 총기를 쓰는 사람이 문제이고, 총기 사용 문화가 문제다. ‘병든 사회’와 ‘건강한 사회’의 차이다. 그러기에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 교육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판카지 미슈라의 책 제목인 『분노의 시대 : 현재의 역사』처럼 ‘분노의 시대’다. 분노해야 할 때와 분노하지 않아야 할 때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면 일상에 깊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극단으로서의 ‘배타성’, ‘광신’, ‘강요’, ‘혐오’는 더 깊고 강한 사회적 독약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김태형 선생이 쓴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는 분노의 시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와 설명을 제공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도 느꼈다. 저자는 린 데이비스 『극단주의에 맞서는 평화교육』, 캐스 R. 선스타인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알베르토 토스카노 『광신 : 어느 저주받은 개념의 계보학』 등 세 권을 많이 인용하고 참조했다. 세 권의 비중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다른 여러 권의 책이나 보고서 등이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정보를 더 알 수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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