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텃밭] 친구와의 대화
“유림아 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큰 나무 아래 데리고 가서 말해보라고 해, 큰 나무 아래에서는 거짓말을 못한대. 친구야, 숲에서 살면 거위를 꼭 키워야 해. 뱀 때문에.”
친구와의 대화
정유림
“너는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진실한 사람이야. 키 큰 나무숲에 가서 개나 두 마리 키우며 살고 싶다. 유림아, 구상나무 같은 친구야, 이상 시인이 예전에 말씀 하셨다. 구상나무는 나무중의 나무라고. 어느 멋진 가을날에 변화된 모습으로 꽃무늬 블라우스 사가지고 기다리마. 큰 나무 아래서….”
“구상나무가 뭐냐?”
“네이버한테 물어봐”
“꽃무늬 블라우스를 니가 왜 사주냐 임마! 연인이 생긴다면 사주시겠지, 살아만 있어도 고마울 사람”
“유림아 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큰 나무 아래 데리고 가서 말해보라고 해, 큰 나무 아래에서는 거짓말을 못한대. 친구야, 숲에서 살면 거위를 꼭 키워야 해. 뱀 때문에.”
“큰 나무 아래서? 진짜? 거위가 뱀 보다 힘 쎄?”
“거위는 용하게 뱀을 잘 잡아, 깃털이 세서 뱀이 물어도 독이 안 들어가, 지난번에 들은 건데 신성한 숲에 들어가면 그런 기운이 있어서 나무 아래선 거짓말을 못한다더라, 난 그 말 믿어. 근데 너 밥은 먹고 다니니?”
“까무따.”
“나도 신성한 나무 아래선 거짓말을 못한다는 그 말 믿어!
왜냐하면 내 친구 종현이는 맑고 순수한 애니까 적어도 나한테는 거짓말을 안 할 거라는
걸 믿거든. 그리고 이번 이름은 세 분 스승님들 중 한 분 이 지어주셨어.
안 좋은 걸 막기 위해서 주신 이름이야. 큰 숲 가운데에서도 우뚝 솟은 큰 나무가 되라고.”
큰 나무가 되면 길 잃은 자 길 찾기도 좋겠지.
큰 나무가 되면 피곤한 자, 기대어 쉴 수 있는 그늘 되어 좋겠지.
큰 나무가 되면 봄이면 꽃잎 많이 흩날리고
여름이면 더위 피할 수 있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져 눈을 즐겁게 해주고
겨울이면 아픈 가슴 같이 울어주고
늙어지면 장작으로 누군가의 방을 덥혀주니
나무야 나무야
아야프지 말아주겠니
너는 힘겨운 세월 예쁘게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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