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탈북민 정착에 큰 도움”
“탈북민, 기술직으로 일하면서 당당하게 맞서고 견딘다면 잘 정착할 수 있다 생각”
People & Company
사람과사회 2017년 여름
석용 태일C&T 상무
“전문기술은 탈북민 정착에 큰 도움”
석용 태일C&T 상무를 이틀(4월 17일, 4월 28일)에 걸쳐 두 번 만났다.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 탈북민을 인터뷰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소개해준 분이 석용 상무다. 석 상무는 건축 관련 회사인 태일C&T(대표 김경수)에서 상무이사로 재직 중이며, 재경 부문을 맡고 있다.
1994년 5월 2일 설립된 태일C&T는 건설·건축·토목·시공 업종을 주요 사업 분야다. 철근콘크리트, 비계, 미장, 방수, 조적, 건축자재 도소매, 부동산 임대 및 매매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태일C&T는 건축 부문에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건축 회사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태일C&T는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을 갖고 있다. 탈북민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탈북민과 회사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석용 상무는 태일C&T가 탈북민을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산파(産婆)’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현재 태일C&T에 근무하고 있는 탈북민은 7명이다. 조선족 1명이 포함돼 있지만 2016년 초부터 건설기술을 배우며 정착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 가족이 있고 최근에 하나원을 수료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 상무는 어떤 이유에서 탈북민을 고용하자고 제안했을까. 그리고 일을 시작한 탈북민의 상황과 태일C&T는 탈북민에게 만족하고 있을까. 이런 몇 가지 궁금증을 갖고 석 상무를 만났다. 탈북민을 고용하는 회사가 많은 편이지만, 고용을 꺼리는 회사도 의외로 많다.
석 상무와 태일C&T는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시대를 위한 사람’, ‘우리 시대를 위한 기업’이라는 설명을 덧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사람이자 기업이었다. 석 상무를 만나 탈북민 고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술은 탈북민 정착에 좋겠다는 생각에서 채용 진행”
▲탈북민을 돕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방송이나 신문을 보다 탈북민의 어두운 면이나 안 좋은 면을 본 후 탈북민이 잘 정착할 수 있으려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회사에서 채용해 기술직으로 자리를 잡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탈북민 현실을 알기 시작하고 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위한 생각과 고민을 하는 순간부터 돕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본다.
▲돕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 후 탈북민은 어떤 방식으로 만났나?
방금 말했듯이, 회사에서 탈북민을 고용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만남이 시작됐다. 인터넷을 검색해 정보 수집과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하나센터 등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탈북민의 현실을 알고 이해하게 됐다. 주로 하나원, 하나센터 등을 찾아다니면서 탈북민을 만날 수 있었다.
▲도움을 준 탈북민은 어떤 분들인가?
회사에서 채용한 탈북민은 조선족 1명을 포함해 현재 10명 미만(남자 1, 여자 6명)이다. 40대 후반이 많다. 2015년이 끝날 무렵에 하나원을 수료하고 수료 직후 채용을 했기 때문에 아직은 남한 생활에 익숙하지 않다. 또한 대부분 북한에 가족이 남아 있어서 대부분 개인정보를 밝히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
“건축 분야는 탈북민이 기술 배우기 좋은 분야”
▲채용을 적극 추진한 것은 탈북민이 건축 분야 기술을 배우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했다는 뜻 같다.
맞다. 건축 분야는 탈북민이 기술을 배우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이 채용을 결심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요즘 건축은 공법, 기법, 자재 등이 과거와 달라 탈북민이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탈북민을 고용하자는 제안부터 상담과 도움을 주는 일을 맡고 있다.
▲탈북민을 어떤 방식으로 돕고 있나?
탈북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건축 부문이기 때문에 탈북민이 선진국 수준인 남한의 건축 기술을 배우면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갖추면 생활 안정 등 장점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젊은이와 달리 기성세대는 학업(수업) 외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게 정착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기술직 취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에서 돕는 방식은 어느 특정한 사람을 돕는 형태가 아니다. 모든 탈북민이 회사에서 잘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이야기를 자주 하는 것, 그리고 어려움을 듣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특정한 사람을 꼽으라면, 한 명이 있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인 젊은 청년을 각별한 마음과 관심을 갖고 돌봐주고 있다. 이 청년은 사실상 ‘아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도움을 주고 있다.
▲탈북민은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나?
지난해(2016년)부터 탈북민을 채용하는 방안을 준비해 지난해 말 채용 준비를 마치고 올해(2017년) 초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이들은 주로 철근, 옹벽, 타설, 형틀, 먹매김, 마무리 작업(세대 청소) 등 현장에서 공정 업무 부문에서 일을 한다. 남성은 물론 여성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졸 초임 수준으로 차별 없이 동등하게 처우”
▲탈북민 처우는 어떻게 해주나?
차별 없이 대해준다. 대졸 초임 수준으로 보면 된다. 4년제 건축학부 졸업생과 같다고 보면 된다. 또 식대, 명절 인센티브, 우수사원 혜택(해외여행), 자녀 양육비(교육비) 등 여러 혜택을 똑같이 차별 없이 제공한다.
▲기술을 익혀 전문 인력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나?
대략 5~7년 정도는 돼야 한다. 건축 분야에서 주요 공정으로 보는 세 가지 기술이 있는데, 철근, 형틀, 콘크리드 등 세 분야다. 이를 ‘3대마’라고 부른다. 앞으로 3대마를 잘 할 수 있는 기능(기술)을 잘 갖추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3대마를 모두 잘 할 수 있게 되면 대략 7000~8000만 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연봉이라면 기본적인 생활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더 채용할 계획은 있나?
2017년에는 20여 명을 추가해 약 3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30여 명을 고용한 후에는 10여 명으로 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들 30여 명이 3대마 업무를 순환하며 세 분야에서 기술을 배우도록 해서 이들이 모두 3대마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3대마 기술을 모두 익힌다면 연봉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기술을 갖춘 인력을 고용하는 게 더 좋을 텐데, 그럼에도 탈북민을 고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탈북민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우선이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채용 기획안을 작성해 회사에 제출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건축 부문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쓰는 편인데, 탈북민을 고용하면 생활 안정(탈북민)과 고용(회사)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도움이 된다. 더구나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 다른 탈북민이 더 많이 취업을 희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조금 멀리 보면 해외 근로자를 쓰지 않아도 필요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정 기간은 투자하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운영하다가 회사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100년을 내다보고 있는 만큼 몇 개월을 기다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연봉을 비롯해 인센티브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대우해주는 것도 이런 투자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기술인 되기 위해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현재 탈북민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세무회계를 담당하는 본사 사무직 1명이 있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채용한 탈북민은 모두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다.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들은 철근, 옹벽, 타설, 형틀, 먹매김 등 현장 공정 업무를 담당한다. 건축 기술 부문은 남성 외에 여성이 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건설 분야 업무 중 철근, 형틀, 콘크리트 등을 ‘3대마’라고 부르는데, 점차 기능을 익히도록 해서 전문성을 키우고 3대마를 두루 알게 해서 건설 전문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술인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몇 년이 걸리겠지만, 기술을 익힐 때 즈음에는 확실하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탈북민을 만나 함께 하면서 본인의 생각도 바뀌었나?
탈북민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더욱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게 아주 작고 평범한 행복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런 것조차 누리지 못하거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탈북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울타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갖게 됐다. 자유민주주의와 행복을 찾아서 온 만큼 서로 함께 한다면 행복도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정착 지원과 관련해 부족한 점이나 아쉬운 점 있나?
하나원에서 받는 직업 관련 교육을 보면 요양보호사, 바리스타, 전산세무회계사 등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본인이 선택해서 일을 하더라도 업무 특성상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언어 문제 등으로 인해 거리감이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측면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보호사를 거부하거나 세무회계 특성상 재정 부문은 맡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직업군을 설명하거나 권유할 때 기술전문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전문직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 희망”
▲정착을 도와주는 입장에서 볼 때 사회 제도나 시스템의 장단점은?
남한은 무엇인가를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노력하면 뭔가 이룰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탈북민이 이와 같은 특성이나 장점을 잘 알고 있다면 보다 쉽고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사회제도나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은 것 같다. 그런데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차별, 선입견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개선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탈북민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부딪치고 견뎌라. 독수리는 새로 태어나기 위해 부리와 발톱을 스스로 뽑아낸다고 한다. 이는 독수리가 제2의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다. 탈북민도 부딪쳐야 한다. 시행착오는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착오를 견딜 수 있어야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다. 당당하게 맞서고 견딘다면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본인이 생각하는 착한 정착이란?
후회하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정착이라고 생각한다. 빈부의 차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무 높이 보지 않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이다. 적당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한 후 끝까지 견디면서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잘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탈북민 관련해 꿈이나 바람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탈북민이 마음을 열기를 소망한다. 쌓인 울분이 많지만 한꺼번에 토해낼 수는 없다. 울분은 가능한 빨리 없애야 한다. 그러기에 마음을 열고 속에 있는 것을 빨리 풀어야 한다. 다른 소망은 탈북민이 원하면 평생 동안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탈북민이 우리 회사에 오시면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줄 것이다.
※ 이 글은 계간 사람과사회(여름, 2017)에 있는 것을 사람과사회 홈페이지에 함께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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