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진의 숲 이야기] 숲은 생명의 모성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아침 산책길에 올랐다.
소나무, 참나무, 벚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 등등의 크고 작은 나무들과 계곡을 흐르는 물, 바위, 돌들이 하나의 숲을 이루고 있었다.
고요히 내려앉은 투명한 아침햇살 사이로 선잠 깬 산새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며 숲속은 제 질서대로 새로운 아침을 열어가고 있었다.
제 할 일을 다 마치고 겹겹이 누운 낙엽들이 평화로운 침묵으로 조용히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겸허함이 충만한 숲길에서 나 또한 숲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숲이 되어 숲속을 바라보니 숲속은 바로 생명의 모성이었다.
아낌없이 키우고 아낌없이 베풀고 아낌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위대한 생명의 모성이었다.
숲속은 그렇게 생명의 모성으로 인류를 위해 온갖 혜택을 베풀어왔지만 숲의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한 인간들의 부질없는 욕망으로 인해 생명의 모성이 유린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
숲속은 인간들을 위해 스스로 숲길을 내주는데 왜 인간들은 자신의 편리함만 추구하여 마구 길을 내고 구조물을 설치하는지 모르겠다.
좀 더 편하게 빠르게 남보다 앞서가려는 이기심 때문이리라.
숲길은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을 제공해주고 있다.
숲길과 하나 되어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숲속과 동화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와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게 된다.
바람이 불면 바람길을 열어주고 햇살이 비치면 햇살길을 열어주는 여유로운 숲길을 우리 함께 걸어보자.
등산이 아닌 입산으로 천천히 말이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