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진의 숲 이야기] 소유욕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가 그치고 온산이 하얗게 춘설로 뒤덮혀 있었습니다.
봄을 시샘하듯 꽃샘바람이 산골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목탁조 한 쌍이 암자 마당 앞 호두나무 고목을 도륵 도르륵 쪼아대고 있었습니다.
며칠 쉬었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동안 공밥을 얻어먹었으니 밥값을 하기 위해 스님을 도와 밭갈이에 나섰습니다.
작년엔 콩과 고구마를 심었지만 산짐승들 때문에 수확을 할 수가 없었다며 스님은 밭갈이 기계 엔진을 힘껏 돌렸습니다.
내가 할 일은 해묵은 비닐을 걷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어젯밤 내린 비로 해갈이 되었는지 봄가뭄에 메말랐던 흙들이 무척 부드러웠습니다.
양지 바른 밭이랑 여기저기 씀바귀, 냉이, 쑥, 꽃다지 등등의 봄나물들이 파릇파릇하게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정신없이 비닐을 걷다 보니 등줄기에 땀방울이 스멀스멀 거렸습니다.
스님은 고생했다며 올해 농사질 텃밭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지친 몸으로 잠자리에 들었지만 텃밭에 무엇을 심을까하는 생각으로 정신은 더욱 말짱해져 왔습니다.
쥐오줌으로 얼룩진 천정에 상추, 쑥갓, 오이, 가지를 심어놓고 고라니, 산토끼 등등의 산짐승들과 싸우다보니 어느새 자정이 훌쩍 넘어 있더군요.
벌써부터 하찮은 먹이를 놓고 산짐승들과 다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정말 소유욕이란 이렇게 부질없는 망념을 불러일으키는 마군이의 미소인 모양입니다.
덜컹덜컹 창문을 흔들어대던 밤바람도 산 너머로 잦아들고 휘익 휘익 휘파람새 소리만이 새벽이 가까워졌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Leave a comment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