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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작가들의 전람회

"과거에 대한 비난이나 현재에 대한 비판이 치유의 길은 아니다"

어린이 화가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그림 전람회를 연다. 이번 전람회는 박물관과 갤러리를 포함해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제주도립공원이자 돌문화공원인 오백장군갤러리에서 5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어린이 작가들의 두 번째 미술전람회는 ‘제주를 꽃피우는 설문대할망’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어린이 작가들의 대표작으로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발표하는 자리다. 전람회는 ‘진정한 자기치유 예술’(Authentic Self-Healing Artistry, ASHA)에서 주관한다.

[김소영 칼럼] 미술과 치유 001

어린이 작가들의 전람회

우리 영어교육에서 문제점이라면 이제는 모두가 알게끔 논의되어왔다. 미술교육은 어떨까? 예술영역에서는 교육이 보다 창조적이거나 효율적으로 제공되고 있을까?

나는 기존 영어교육의 폐단을 문제라기보다는 한계로 여기며, 그 시공간의 조건에서는 최선이었다고 본다.

문법공부와 시험이라는 반의 반쪽 공부로 정작 언어의 핵심기능인 듣고 말하는 의사소통 능력은 배양하지 못 했을지라도 문맹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해준 혜택을 우리는 받은 것이다.

미술교육의 장에서도 양상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본디 성장과정에 상응하는 시각적 표현이어야 하는 미술이 교육이 되면서, 창조력을 독려받기보다는 기술 중에서도 시험을 위한 기교를 훈련받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모사와 묘사력을 얻는 대신 중요한 것들을 잃어간다.

무엇보다 슬픈 점은, 생명의 발현이어야 할 미술활동이 고통의 과정으로 변질되어 대한민국에서 미술 전공자의 삶은 어린 학생부터 프로 화가에 이르기까지 창작의 고통이란 단어조합을 당연시하게 되는 면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으로 높은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삶의 길인 예술이 과연 그래야 할까?

나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갤러리 등에서 미술시장을 체험해온 경력으로 그간 미술교육에 대해 인지해온 부족분들을 보완하고 느껴온 문제점들을 개선해가는데 도움이 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다만 하나의 예로써 나의 미술수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지도하는 아이들이 완성하는 그림들을 발표해나가고자 한다.

나는 또한 미술에 이어 전문적인 치유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과거에 대한 비난이나 현재에 대한 비판이 치유의 길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나의 방향은 현황을 해부적으로 드러내면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글쓰기일 것이다.

미술활동에서 유기성이 회복되고 자발성이 촉진되면서 자연스러운 전체적 성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이 수업일기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선생님들께도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장이길 바래보는 것은, 본디 미술은 아이와 어른의 일로 나뉘지 않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구분을 넘어 생명 본연의 본성인 표현과 창조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첫번째로 아주 아름다운 자화상을 창조한 어린 학생의 그림을 함께 감상하고자 한다.

여덟 살의 그녀가 엄마의 손을 잡고 면담을 오던 날, 나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공주들과 사랑스러운 작은 동물들을 A4 용지 몇권의 스케치 파일로 구경하는 시간을 누렸다. 공주 신분과 예쁜 드레스 복장은 어린 여아들의 공통된 로망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가도록 유도되지 않으면 어떤 재능도 자기복제에 갇히게 되니 소위 여자들의 공주병이라면 일찌기 이 나이에 발생하고 반복적 패턴의 그림을 통해 고착되곤 한다.

나는 비단결처럼 곱고 섬세하면서도 구조적 엄밀함으로 완벽성을 추구하는 그녀의 재능과 소양이, 실물을 모델로 공주를 표현하고 색의 세계로 진입하도록 인도되어야 할 수순으로 파악하며 훌륭한 결과를 비전으로 그렸다.

그러나 나는 아이에 대한 존중에서, 한 아이가 어떤 세계를 보여줄까를 섣불리 짐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은 매번 나나 부모, 그리고 스스로의 기대를 넘어서는 결과를 성취한다.

그녀의 결정작인 이 그림은 우리가 어린 아이로 보는 한 존재 안에 얼마나 많은 풍요가 들어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양화의 내밀함과 서양화의 발산력, 아이와 소녀와 아가씨가 동시간대에 공존하는 여성성, 화사한 아름다움 취향과 순수를 향하는 마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긍지… 파스텔과 수채물감을 다루는 기술적 수준에서도 벌써 충분히 자유롭다.

이 그림의 모든 성취는 그림을 가르치거나 배우지 않는 수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아름다움의 세계로 안내되면서 어린이이지만 어른 작가들처럼 자기에게 몰두하여 자기구현에 공을 들인 노력과 사랑의 결실이다.

그리하여 나의 미술수업은 아이들의 작가적 그림그리기이고, 이제 세 번째를 준비하는 우리의 전시회 이름은 ”어린이 작가들의 전람회”이다.

자화상, 강서연(제주 동홍초등학교 2학년, 2014년), 종이에 파스텔, 수채와 아크릴 물감, 63x38cm

자화상, 강서연(제주 동홍초등학교 2학년, 2014년), 종이에 파스텔, 수채와 아크릴 물감, 63x38cm


김소영
그림 강사이자 치유 전문가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1990~1997)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현재 제주에서 아이들에게 작가적 그림 그리기를 지도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시로 서울에 올라와 어른들을 치유의 길로 안내하는 치유학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자유를 위한 자유로운 교사’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전화 070-8868-8752
메일 shadowhite@hanmail.net

About 김소영 (3 Articles)
그림 강사이자 치유 전문가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1990~1997)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현재 제주에서 아이들에게 작가적 그림 그리기를 지도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시로 서울에 올라와 어른들을 치유의 길로 안내하는 치유학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자유를 위한 자유로운 교사’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전화 070-8868-8752, 메일 shadowhi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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