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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경 Portugal] 포르투갈, 셀카로 보다 02

마르코 폴로였다. 13세기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역중계상이며 유럽에 동양을 최초로 소개한 사람. 초등학교 시절 컬러TV로 봤던 미니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여 기억에 남아 있다. 마르코 폴로가 장기간의 여행을 마치고, 고향 베네치아에 혼자 쓸쓸히 서 있었다. 당시 어린 나는, 긴 여행 후에 돌아온 고향에서 ‘베네치아의 어느 누구도 마르코 폴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나우온은 포르투갈 전문가를 꿈꾸는 노원주민 신숙경을 응원하기로 했다. 책 1권 분량의 글이 완성될 때까지 연재를 이어간다. 노원뉴스 나우온에 포르투갈 현지 특파원이 생길 것 같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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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였다. 13세기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역중계상이며 유럽에 동양을 최초로 소개한 사람. 초등학교 시절 컬러TV로 봤던 미니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여 기억에 남아 있다. 마르코 폴로가 장기간의 여행을 마치고, 고향 베네치아에 혼자 쓸쓸히 서 있었다. 당시 어린 나는, 긴 여행 후에 돌아온 고향에서 ‘베네치아의 어느 누구도 마르코 폴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빠의 책장에는 노란색 겉표지를 한, 우리나라에서 첫 세계여행을 한 인물로 유명한 김찬삼 교수님의 책이 꽂혀 있었다.또 두꺼운 세계여행 전집도 있었는데, 서구 여러 나라의 풍물과 사람들에 대한 얘기로 꾸며져 있었다. 심심할 때마다 나는 이 두 가지 책을 자주 꺼내 보며, 이 먼나라들을 상상했다.

리스본의 명물, 골목길 그리고 벽화들.

리스본의 명물, 골목길 그리고 벽화들.

시간이 흘러, 멋모르고 인류학과를 성적에 맞춰 선택했다. 학창시절 부지런히 유럽배낭여행도 다니고, 미국유학에 이어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영어를 배웠다. 그리고 영어를 사용하는 업무를 주로 하게 되었다.

일자리를 찾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던 호시절이 지나가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라는 것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인생 2막. 정말 내가 하고픈 일, 생활과 일이 만나는 그 뭔가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순간들이 여러 차례 찾아왔다.

‘순례’ 브라질 화가 가브리엘 가비올리의 작품.

‘순례’ 브라질 화가 가브리엘 가비올리의 작품.

20대 30대 시절에는 세상과 부모님 그리고 주변에서 정해 준 방향, ‘당연히 밟아야 할 길, 가야할 길, 해야할 일’에 나를 맞추었다. 내 자신의 필요나 욕구보다는, 정해주는 방향으로 살아갔다. 시간이 흘러 내가 중년이라는 말을 편하게 받아들일 즈음, 나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 방황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길은 한번도 걸어본 길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2의 인생’도 단순하게 직업을 다른 것으로 변화시키는 정도로 이해했다.

중등산화에 발을 충분히 익숙하게 하기 위해, 8개월 동안 거의 매일 퇴근 후에는 주변 공원을 8~10km 걸었다. 회사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었지만, 왠지 내가 오래 있지 못할 것이라고 느낀 것 같다. 드디어 2009년 4월, 8개월의 준비와 결심을 이행할 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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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중년의 나이에 혼자가 되고 세상 밖으로 내 몰리게 된다면 당황할 것이다. 조직 밖에서의 나를 상상해 본 적도 없었고, 당시에는 그런 류의 삶도 흔치 않았기에 더더욱.

2009년 4월 중순 나는 드디어 40리터 배낭을 메고, 프랑스 파리를 거쳐 바욘, 생장이라는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로 이동했다. 이어 스페인 피레네 산맥을 넘어, 37여일간 800km의 ‘순례자 길’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그 ‘까미노 프랑스길’을.

그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다른 사람으로 크게 변화해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러나 큰 변화는 없었다. 단지 급하던 성격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고, 천천히 가려고 하는 마인드는 생겼지만.

리스본 안토니오 코스타시장님. 카페 ‘베르사이유’ 에서.

리스본 안토니오 코스타시장님. 카페 ‘베르사이유’ 에서.

삶에 대해 질펀하게 알게된 40대가 되어 그 노련함을 바탕으로 세상을 힘차게 끌어나갈 힘을 키우기 위해 준비한 그길도, 그러나 그저 또 다른 길 그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물론 조금 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경험치와 그에 상응한 자기 검토를 통해 성장한 것일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변화는 미미했다. 그동안 나는 앞으로 나가기만을 꿈꾸던 사람이었기에, 남들이 이미 채우고 있는 부분을 나도 채운 여정일 뿐이었다.

그후, 몇 년이 더 흘렀다. 나는 여전히 열심히는 살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20대 때 가졌던 꿈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잠깐 여행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포르투갈의 두 청년, 디오고와 페드로가 나를 사로잡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이 가진 정서. 한국인의 정서와 닮은 듯한 그것을 느꼈다. 그게 무엇일까 알고 싶은 강한 열정이 솟아올랐다.

그즈음 ‘리스본행 마지막 기차’라는 포르투갈의 카네이션 혁명과 그 시기의 포르투갈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2014년 6월 개봉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를 통해 보았던 포르투갈 리스본의 풍경은 놀랍게도 내게 참으로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결국, 3개월이 지나 나는 리스본행 비행기를 탄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본 그 무표정한 그러나 뭔지 모르게 한국의 우리 아버지 세대의 무뚝뚝함과 정감이 느껴지는 그들의 얼굴이 마음을 채웠다. 파두의 노랫소리, 가슴 절이며 들었던 아말리아의 그 끊어질 듯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그 목소리의 실체를 알아내고 싶었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뭘까 찾아내고 싶었다.

포르투갈 명물, ‘파스텔 드 나따’. 일명 에그타르트.

포르투갈 명물, ‘파스텔 드 나따’. 일명 에그타르트.

지금도 그렇지만, 한국에는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책들이 적다. 나는 포르투갈 여행 준비에 2달의 시간을 배당했다. 나는 나의 불확실한 꿈인 ‘제2의 인생’과 이 여행이 연결되기를 꿈꾸었다. 일단 가보자!

가장 포르투갈다운 것을 보는 방법으로, 5년 전 까미노 프랑스길을 걷고 난후에 방황하던 나에게 벨기에 순례자가 말한 것처럼 ‘까미노 포르투갈길’ 614km를 걸어 보기로 결정했다.아무런 정보가 없던 상태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대한민국의 크기와 거의 동일하지만 1천만 인구가 살고있는 포르투갈을, 걸어다니며 진짜 현지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25일 정도가 예상되는 그 기간 동안 나는 작은 마을을 통과하며 포르투갈의 작은 것부터 만나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만나다 보면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이 간직한 한(恨), 그리움(saudade)의 실체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계획이었다.

정보가 없었기에, 조금은 겁이 나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친절하고 따스했던 과거에 만났던 그 모든 포르투갈인들의 기억에 의지하며,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포르투갈 와인 전문가 마리아 조앙 드 알메이다, 그녀의 와인 책.

포르투갈 와인 전문가 마리아 조앙 드 알메이다, 그녀의 와인 책.

나우온 Ⓒ 신숙경 통신원 / 문화소통 강연자·영어통역사


신숙경
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톤의 Lesley Univsersity에서 Intercultural Relations(국제 이문화관계학) 석사과정에서 수학했다. SBS ‘생명의 기적’, 호주TV Channel 9의 한국 현지 취재와 통역을 도왔다. OB맥주,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전라북도청 국제협력과, 타타대우상용차에서 주로 통역과 국제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청소년들에게 한국사를 영어로 교육하는 영어역사아카데미 ‘The REAL Korea’의 대표다. 최근 이베리아 반도 포르투갈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포르투갈 두 나라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4년 11월부터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 신숙경의 포르투갈 연재는 노원뉴스 나우온의 허락을 받아 사람과사회에 동시에 게재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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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홈페이지 관리자 계정이다. thepeople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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