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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텃밭] 막사발 넋두리

지난밤, 폭우가 내리던 바닷가 작은 선술집에는 술에 취해 코를 고는 無名의 陶工 하나와 비워진 술병만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부처도 파도 소리에 취해 돌아앉았다.

사진=박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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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초월

막사발 넋두리

소운 정유림

선택할 여지도 없이 나는 그의 손에 빚어졌고
비어 있는 시간동안 그는 내게 입김을 불어넣었다.
내 태어남이 잘못이었다면 나는 숙련된 그의 망치질 한두 번에
지금과 이별을 고해야 한다. 햇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하늘빛 가슴가득 담고 싶어 다시금 살고파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길
얽이고 매어진 실타래야 끊어내어 다시 이으면 된다손 치더라도
業을 안고 풀어내야 하는 눈앞에 닥친 길들이야
한없이 작고 나약한 한 생명에겐 크나큰 孤行이 아닌가.
혼을 실은 도공의 손놀림에 이내죽고, 이내 사는 것은 숙명이다.

지난밤,
폭우가 내리던 바닷가 작은 선술집에는
술에 취해 코를 고는 無名의 陶工 하나와 비워진 술병만 내동댕이쳐져 있었고
부처도 파도 소리에 취해 돌아앉았다.

About 정유림 (19 Articles)
호는 소운(小雲), 필명은 정유림을 쓴다. 다기(茶器)로 유명한 도예가 이당 선생의 제자다. 이천도자기협회 초대 큐레이터를 시작으로 한국도자관, 일민미술관, 롯데갤러리 등에서 초대전, 기획전 등을 기획해 도자기 큐레이터, 갤러리 종로아트 아트디렉터 피카소 게르니카전 및 운보 김기창 화백 판화전 초대 큐레이터를 맡았다. 세계일보 조사위원, 2017년 (사)한국미술협회 전시기획정책분과 위원, 대한민국리더스포럼 문화예술국장, 빅이슈코리아, 월드코리안신문 칼럼니스트 등을 지냈다. 현재 서정아트센터 전시기획본부장, 광주유니버시아드, 평창동계올림픽, 평창패럴올림픽등에서 공간 창조 설치를 담당한 서울텐트(주) 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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